뉴욕시가 '비닐봉지의 천국'이라는 오랜 명성(?)을 내려놓게 됐다.
뉴욕시의회는 5일 슈퍼마켓 등 상점에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비닐과 종이봉지를 전면 유료화하는 조례안(條例案)을 찬성 28,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조례안은 빌 드블라지오 시장이 서명하면 오는 10월부터 뉴욕시 전역의 슈퍼마켓과 식품점, 편의점 및 잡화점 계산대에서 상품을 무료로 담아주는 비닐과 종이봉지가 개당 5센트이상에 판매된다.
뉴욕시는 2017년 3월31일까지 6개월의 계도기간이 끝나면 첫 적발시 250달러, 2차적발시 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푸드스탬프 식품과 노점상 음식, 식당의 포장음식, 약국, 주류 판매점 등의 봉지는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번 조례안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원 낭비와 처리비용의 증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미 전역에서 비닐봉지 등을 유료로 판매하는 지역은 이미 150여곳에 이르며 지난 2009년부터 동참한 워싱턴 DC의 경우, 유료화이후 비닐봉지 사용이 60%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례안에 대해 장바구니 문화가 익숙치 않은 뉴욕 시민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특히 비닐봉지 사용이 불가피한 일부 직장인들은 물가를 그만큼 올린 셈이라고 볼 멘 소리다. 또한 비닐봉지 금액을 '5센트 이상'으로 책정, 업소측에 재량권(裁量權)을 준 것도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비닐 봉지가 너무나 과도하게 사용됐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필요성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슈퍼마켓들은 비닐봉지를 상품의 종류별로 나눠 두겹씩 넣어주는 경우가 많아 한번 장을 보면 십수개의 비닐봉지들을 그대로 버리게 된다.
비단 비닐봉지만이 아니라 1회용 물건들을 지나치게 많이 쓰는 문화와 한국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는 것도 개선되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플러싱에 거주하는 김수용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편하기는 하지만 물건을 담으려고 비닐봉지를 아낌없이 쓰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번 기회에 한국처럼 장바구니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욕=민지영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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