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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웨버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

글쓴이 : 클레어 함 날짜 : 2017-09-21 (목) 05:57:26

(2) 아벤투라 영화제

크로아티아=클레어 함(Claire Ham) 칼럼니스트 


 

피터 웨버 감독 (4).jpg

   

   

지난달, 크로아티아 비스섬 (Vis)에서 열린 제8회 아벤투라 영화제(Avvantura Festival)에서는 흥미로운 게스트들이 많았지만, 특히, 할리우드 스타,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Girl With a Pearl Earring>로 다수의 상을 수상한 영국의 팔방미인(八方美人) 피터 웨버(Peter Webber) 감독을 뜻밖에 이 작은 섬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VERN 사립영화학교 재학생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를 위해 영화제를 방문했다. 메릴 스트립과 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Florence Foster Jenkins>을 써서 스타극작가가 된 니콜라스 마틴(Nicholas Martin)도 같은 날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며, 그가 터득한 글쓰기 기술을 자신의 영화를 예로 들어가며 상세히 설명했다.

 

 

Gtrl with a Pearl Earring 피터 웨버 감독 (1).jpg

Girl With a Pearl Earring

 

IMG_7815.jpg

 

 

나는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마스터클래스를 자주 찾는 편이다. 창의력이라는 것은 한 시간 강의를 듣는 것으로 전수받을 수는 없겠지만, 무엇을 위주로 이야기하냐에 따라, 그들이 영화세계에서 중요시하는 것들과 아울러 삶에 대한 가치관을 엿볼수 있기 때문이다.


 

IMG_6595.jpg

 

 

사실 나는 피터 웨버 감독을 이전에 잘 알지 못했으나, 그의 솔직대담한 강의와 인생관은 무척 인상적이어서 앞으로의 행보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폭발적인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영화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선천적 재능일까? 땀과 인내일까? 15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기다려서 드디어 본인이 하고 싶었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었던 피터 웨버 감독은 후자에 더 방점(傍點)을 찍는 듯 하다.

 

그는 오랫동안 무명 감독이었던 탓에 생계유지를 위해 외주계약에 의존한 감독 (Director for hire) 이었다. 즉,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나, 영감과 열정으로 인해 만들고 싶은 작품이라기보다는 외주를 주로 받아 다큐멘터리나 <6 Feet Under>같은 TV시리즈 등을 제작하며 활동해왔다. 영세적인 초저예산으로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것 아닌 다음에야, 시스템내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하려면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며 살기 마련이다.


 

피터 웨버 감독 (2).jpg

 

 

어쨌든, 그는 본인이 원했던 영화를 만들었으니 누가 보더라도 꿈을 이룬 성공한 감독이다. 본인도 정확한 동기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소매치기 청년에 관한 성장영화에 마음이 빼앗겨서, 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열정만으로 15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노력해오다가 지난해에 드디어 콜롬비아에서 촬영을 마쳤다. 그는 왠지 이 영화의 스토리가 그에게 영감을 주고 마음이 따뜻해지게 했다고 한다.

 

1968년생으로 50살을 바라보는 그는 자신의 청소년시기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프로젝트를 따냈고, 어떻게 노력해왔는지 긴 인내의 여정을 (심지어 작은 꼼수까지도) 세세히 학생들에게 가감없이 전달했다.

 

웨버 감독은 청소년시절 안나 까리나의 미모와 영화의 매력에 빠져서 의무적으로 참가해야하는 스포츠 클럽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빠지고, 홀로 영상자료원 및 영화관에 가서 수많은 영화를 보고, 영화 서적을 두루 섭렵하며 독학을 했다고 한다. 요즘처럼 저렴하게 중고 비디오를 구할 수도 없었던 그 당시에는 영화 감독이 된다는 것은 지구인이 달에 가는 것만큼이나 너무나 먼 꿈같은 이야기였고, 지금처럼 학생들에게 자신의 성공담을 전할 수 있으리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피터 웨버 감독 (3).jpg

 

그는 영화 서적 이외에도 연극, 미학사, 철학, 정치 서적들을 다양하게 읽으며 자신이 속한 나라와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고, 틈틈히 여행을 즐기는 여행광이라고 자기 소개를 했다. 그의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아프리카 케냐, 남미의 보고타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을 누비는 그의 모습을 쉽사리 볼 수 있다.

 

그는 영화 감독은 우리가 발을 디딛고 사는 곳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하며,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감독으로 입성하기 전, 전문 편집자로서 많은 영상을 접했던 그는 자연스레 타인의 부족한 영상으로도 많이 배웠다고 한다. 총 15편의 작품을 연출한 그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사무엘 베켓의 명언, "시도를 했는데 실패하였는가. 걱정마라. 계속 시도하라. 또 실패하라. 더 현명히 실패하라 (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을 인용하며 실패는 당연히 찾아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 했다.

 

나는 다큐멘터리 산업이 발달한 영국영화계에서는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면 쉽게 성공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나보다. 그는 아울러 이 세상에는 유능한 감독들이 많다며, 성공하고 출세한 순간에도, 오히려 겸손해지도록 스스로 자제할 것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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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버 감독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軌跡)을 이야기하며, 결국, 독창적인 예술적 감수성과 독자적 세계관을 지니기 위한 본인 스스로의 충분한 준비와 인내심, 행운의 결합이 성공의 열쇠라며 참석한 학생들에게 본인의 가능성을 믿고 차근차근 그 준비작업을 하기를 권했다. 본인에게 마침 호기가 왔을때 오직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잘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물론, 모두에게 그 기회가 오진 않는다. 인생은 장미빛인 것처럼 말하는 할리우드는 허위지만, 준비가 되어있어야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제안을 하는 그.

 

나는 그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는 학생들의 강렬한 눈빛과 미소에서 그들 또한 만족스러운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하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웨버감독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고, 희망이 보인다고 한 학생이 후기(後記)를 전했다.

 

사실, 웨버 감독이 하는 조언들은 새로운 것이 전혀 아니었지만,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담을 진솔하게 전하는 그의 소통방식으로 모든 조언들이 머릿속이 아니라 가슴으로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해변의 쪼리를 신고 편하게 대화했던 그 수업이 여태껏 내가 참여했던 어느 마스터클래스보다 훨씬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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