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너희들 고운 손 깨끗한 피부 다칠까봐 / 땅 파고 농사짓는 일, 바닷바람에 살점 파먹히며 물고기 잡는 일, 공장 돌리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 영하 20도 굴뚝 꼭대기에 올라가 농성하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촛불 들고 언 손 불며 청와대로 행진하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 너희들 판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방해될까봐 / 너희들은 판결에만 전념하라고 비린내 나는 생선은 우리가 팔고 / 육중한 기계음 들리는 공장 컨베이어벨트는 우리가 지켰다
너희들 월급 받아 판결 잘 해달라고 / 나라에 꼬박꼬박 세금 바쳤다 / 너희들이 빵 한 조각 훔친 아이는 징역을 보내고 수백 억 갈취한 파렴치범은 집으로 돌려보낼 때 / 너희들 지위를 지키며 겸손한 척 더러운 판결을 내릴 때 / 너희들 좋은 머리 아플까봐 너희들의 판단이 맞겠지 하며 / 첫 버스를 타고 출근하여 막차를 타고 퇴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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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우리 국민들이 고용한 임기 6년의 장기 알바생들이다 / 대법원장인 법관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원장은 대법관이 된다 /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 그 대통령을 우리가 뽑았다 / 너희들의 위에 법이 있고 법 위에 우리가 있다 / 건방진 놈들
김주대 시인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 대법관 13명의 집단 반박성명에 대한 통렬한 격문(檄文) 형태의 시가 SNS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반박 성명 발표한 대법관 13인에게 고함’이란 제목의 이 시는 지난달 24일 김주대 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김주대 시인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한 13인 대법관들이 사상 초유의 전원 반박성명을 내자 이들을 비판하는 격문형태의 시를 썼다.
‘대법관 13인에게 고함’은 SNS상에서 급속도로 확산, 발표한 지 하루도 안 돼 13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고, 600건 이상의 ‘공유’가 이루어졌다. 3일 현재 ‘좋아요’는 3950명, ‘공유’는 2450명을 기록한 상태다.
네티즌들은 “속이 시원하다”며 폭발적인 반응이다. “역시! 넘넘 가슴에 콱 박히는데~~~대법관 이넘들은~~~ 공유합니다!” “정말 큰 도둑들은 넥타이를 맨다. 공범들은 주로 사짜나 관짜를 달고 있다” “건방진넘들 알겠냐!!!! 주대선생님에 글은 언제나 가슴 시원하게 뚫어줍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실을 공유해 주셔서 진정, 눈물나게 고맙습니다” 등등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동료 문인들도 호응(呼應)하고 있다. 구광렬 시인은 “격하게 공감합니다”라고 적었고, 권성우 평론가는 “참으로 감동적인 절창입니다. 이 좋은 시 쓰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오길영 문학평론가는 “이 글의 분노에 공감한다. 이 나라 법관들이 착각하는 것. 행정부와 입법부와 마찬가지로 당신들도 권력의 대리자들에 불과하다. 당신들이 법의 최종판관이 아니다. 법의 최종판관은 주권자인 시민이다. 대법원도 시민들의 대리권력에 불과하다. 당신들 위에 법이 있고 법 위에 우리가 있다. 우리 시민들이 주권자이다. 법의 최종해석권자다”라고 페이스북에 지지를 표명했다.
김주대 시인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내가 사이다야?>라는 제목으로 “밤새워 쓰고 그린 그림에는 좋아요 300개 공유 0회. 성질나서 후다닥 쓴 격문 <반박성명 발표한 대법관 13인에게 고함>에는 좋아요 3500개 공유 2200회, SNS에서 난리난리, 뉴스에 막 나오고 전화오고, 종일 일도 못하고 취재에 응하고, 막 존경한다고 하고, 막 팔로우 하루에 1000명 늘고, 막 나보고 사이다라고 하고. 그런데, 그림은 아무도 막 안 사네. 내가 사이다야? 이러니 내가 먹고 살 수가 있겠냐고. 자괴감이 들지만 이상하게 기분 좋은 건 또 뭐지? 내가 왜 이러지? 사람은 ‘기분 좋게 굶어죽을 수’도 있겠고나, 하는 생각을 요즘 자꾸 한다. 막걸리 2빙째 마시는데 좀 취하긴 하네”라고 소회(所懷)를 털어놓기도 했다.
김주대 시인은 대학 4학년이던 1990년대 초반 '공안통치분쇄와 민주정부수립을 위한 범국민대책본부' 부대변인을 맡았고, 스물 네살에 <민중시>와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1990년 첫 시집 <도화동 사십계단>(청사)을 출간했고 17년만인 2007년 두 번째 시집 <꽃이 너를 지운다>(천년의시작)를 펴냈다. 한겨레에 ‘김주대 시인의 붓’이라는 제목으로 시와 수묵화를 함께 연재하고 있다.
<이상 이미지 김주대시인 페이스북>
< 반박 성명 발표한 대법관 13인에게 고함 >
시인 김 주 대
너희들 고운 손 깨끗한 피부 다칠까봐
땅 파고 농사짓는 일, 바닷바람에 살점 파먹히며 물고기 잡는 일, 공장 돌리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영하 20도 굴뚝 꼭대기에 올라가 농성하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촛불 들고 언 손 불며 청와대로 행진하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너희들 판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방해될까봐
너희들은 판결에만 전념하라고
비린내 나는 생선은 우리가 팔고
육중한 기계음 들리는 공장 컨베이어벨트는 우리가 지켰다
너희들 월급 받아 판결 잘 해달라고
나라에 꼬박꼬박 세금 바쳤다
너희들이 빵 한 조각 훔친 아이는 징역을 보내고
수백 억 갈취한 파렴치범은 집으로 돌려보낼 때
너희들 지위를 지키며 겸손한 척 더러운 판결을 내릴 때
너희들 좋은 머리 아플까봐
너희들의 판단이 맞겠지 하며
첫 버스를 타고 출근하여 막차를 타고 퇴근하였다
우리는 농사 전문가
우리는 기계 전문가
우리는 노동 전문가
우리는 알바 전문가
우리는 예술 전문가
우리는 장사 전문가
우리는 사무 전문가
우리는 택시 전문가
우리는 버스 전문가
우리는 서비스 전문가
우리가 판단하는 것보다
법 전문가 너희들이 더 잘 할 것이므로
우리는 못하니까
우리는 법을 못 배웠으니까
기꺼이 너희들을 인정하며 너희들에게 법의 칼을 쥐어주었다
너희들 법복 앞에 떨며 서서
때로 꾸중도 듣고
시키는 대로 감옥에도 가고 벌금 내며 살았다
우리는 환경미화 전문가
너희들이 버린 쓰레기가 너희들을 더럽힐까봐
너희들 눈에 띄지 않게 치우고 줍고
너희들이 화장실에서 묻혀온 더러운 발자국을
대법원 복도마다 소리 없이 지워주었다
우리는 위생 전문가
너희들이 싼 똥이 너희들을 더럽힐까봐
너희들이 싼 똥 냄새가 너희들 법전을 더럽힐까봐
너희들 눈에 띄지 않게 수거하여 먼 바다에 뿌려주었다
너희들이 죽어도 못 하는 일
우리가 살아서 다 해주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라고
우리는 언 땅에 서서 두 손 호호 불며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야간 근무를 하였으며
공사장에서 떨어져 죽었고
과로로 죽었고
뿔뿔히 흩어진 가족들 살 길 찾다 죽었다
절망으로도 죽고
희망으로도 죽었지만
사법권은 그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독립되었다고 믿고
법은 너희들에게 맡겼다
아니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너희들과 다른 우리의 일을 해야하니까
너희들이 결코 못 하는 일은 우리가 하고
우리가 못 하는 일은 너희들이 하라고
너희들에게 맡겼다
너희들이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여도
우리의 노동
우리의 예술
우리의 사무
우리의 아르바이트
우리의 장사
우리의 눈물로부터
아니 우리가 낸 세금으로부터 우리로부터 독립할 수 없다
너희들은 우리가 언 손 불며 돈 벌어 월급 주며
우리가 고용한 알바생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고개 숙였다
너희들은 우리가 법의 이름으로 고용한 알바생들이다
그래서 따랐고 인정했고 심지어 복종했다
너희들은 우리 국민들이 고용한 임기 6년의 장기 알바생들이다
대법원장인 법관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원장은 대법관이 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 대통령을 우리가 뽑았다
너희들의 위에 법이 있고 법 위에 우리가 있다
건방진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