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김원일 칼럼니스트
유라시아 경제연합이 중국의 것이 되어가고 있다.
러시아가 구소련 공간에서 경제지위를 상실(喪失)하고 중국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러시아 매체가 보도했다.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지난 14일 중국 기계설비 기업(China Machinery Engenering Corporation)이 아르메니아에 건축과 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주도하여 만든 유라시아 경제연합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르메니아를 비롯 유라시아경제연합 회원국인 거의 모두가 러시아보다 중국과 적극적인 경제협력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소련 지역에서의 러시아의 대외 교역 비율은 몇 배나 감소한 반면, 중국의 비율은 증가했다. 중국은 투자와 차관, 구매로 회원국들을 유혹(誘惑)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 확장은 구소련 지역, 특히 유라시아 경제연합 국가들과 그에 속하지 않은 카프카스와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러시아를 밀어내고 있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경제 연구소가 작성한 ‘중국의 구소련지역 확보 전략과 유라시아 경제연합의 운명’(스베틀라나 글린키나, 마디나 투라에바, 아르쫌 야코브레프 작성) 보고서에 이 과정이 잘 묘사되고 있다.
“무역 불균형과 중국의 차관이 증가함에 따라 유라시아 경제연합 국가들의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카자흐스탄을 제외한 모든 유라시아 경제연합 회원국들은 상당한 대중 무역 적자를 갖고 있다. 키르기스탄의 지난 3년간 대중 교역량은 총교역량의 93%~95%에 이르고, 아르메니아는 1/3, 벨라루스는 절반에 이른다.”
이 보고서에서는 중국 경제력 확장의 하나의 증거로 국제 통화 기금의 카프카스 국가들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2000~2012년 수출입 통계를 들고 있다. 해당 국가들의 농산물 및 원자재 대중 수출량은 해당 기간 동안 국민총생산의 0.8%에서 3.3%로 증가한 반면 대러 수출량은 4.7%에서 0.8%로 감소했다. 해당 국가들의 중국 완제품 수입량은 1.3%에서 6.2%로 증가했지만, 러시아 완제품은 14.5%에서 8.5%로 줄어들었다.
국제 통화 기금의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 경제에 대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카프카스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석유수출국)의 수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2005년 동안 평균 17%, 중국이 대략 5%였지만, 2010~2015년에는 러시아가 평균 10%, 중국이 약 5%로 변화했다. 이 국가들의 전체 석유 수출량을 비교하면, 러시아의 비율은 15%에서 7%로 감소했고, 중국은 9%에서 20%로 증가했다.
카프카스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수입에서도 이같은 경향(傾向)은 보여지고 있다, 석유 수입국들의 경우 총수입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동기간 20%에서 15%로 감소한데 비해, 중국은 3%에서 33%로 증가했다. 석유수출국들의 총수입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15%에서 7%로 줄었고, 중국은 9%에서 20%로 늘어났다.
중국은 구소련국가들을 상대로 하는 3대 수출국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중앙정보국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키르기스의 총수입의 57%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약 17%를, 카자흐스탄이 10%이다. 타지기스탄의 총수입 중 중국이 42%, 러시아는 18%, 카자흐스탄은 18%를 차지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총수입 중 중국과 러시아의 비율은 각각 21%이고 한국이 약 12%로 나타났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의 연구자들은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2001년~2015년 기간 동안 중국의 투자자로서의 역할과 자동차, 설비, 교통 수단 수출국으로서의 지위는 모든 구소련국가, 특히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급격히 상승하였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신생 독립 국가들의 근대화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 점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중국과 구소련국가의 교역은 2008-2009 경제위기 이전 급격히 증가한 중국의 직접 투자에 의해 들어온 중국의 무역 크레디트에 상당정도 의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천연자원에 대한 투자, 크레디트와 구소련국가의 시장 점유율의 교환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중국의 공적, 사적 크레디트들에 실크로드 펀드의 자본이 추가되는 상황이다.
연구자들의 결론 중 하나는 러시아와 중국이 통합의 메커니즘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에게 유라시아 경제 연합의 채널을 통한 협력을 강요하고 있지만, 중국은 당사국들 간 개별적 협력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더 효과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유라시아 경제연합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구소련국가들의 대러 관계와 대중 관계에서의 전환적 태도는 이미 다른 분석가들도 지적하는 내용이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의 보고서 중 “실크로드 경제 벨트”도 유라시아 경제연합 회원국들 전체와의 중국의 완전한 협력에 대한 특별한 기대를 주지는 못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낸다. 유라시아 경제연합과 실크로드 경제 벨트가 지향하는 ‘블록간’ 협력은 아직 공전(空轉)하고 있다. 이는 “유라시아 경제연합 내 경쟁 강화와 유라시아 통합을 약화시키고 유라시아 경제연합의 중국에로의 흡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경고한다.
몇몇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블록간’ 대화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리야 발로바야 플레하노프 경제대학 교수는 “러시아에게는 완전한 연합체로서의 유라시아 경제연합이 중국과 자유무역지역에 대한 계획을 논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러시아가 처한 상황에서 보다 중요한 무역-경제 협력의 방향은 국가들간의 기술적 정상화에 대한 문제에서의 협력, 관세 기관들 간의 협력 방식과 방향의 발전, 교역에서의 행정적 과정 목록 작성 등을 이루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아르메이아 투자는 최근의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유라시아 경제연합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중국 기계설비 기업 China Machinery Engenering Corporation 의 제임스 동 대표는 지난 13일 수렌 카라얀 아르메니아 경제 개발 투자 장관과의 만남에서 아르메니아에 건축과 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