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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번호 ‘이육사’의 석방

이영주 전 민노총 사무총장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8-06-15 (금) 01:26:26

 

Newsroh=정현숙기자 newsr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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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53)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석방(釋放)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14일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벌금 50만원에 대해서는 선고를 유예(猶豫)했다. 검찰은 지난 12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 벌금 50만원을 구형(求刑)한 바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2015년 11월14일 열린 민중총궐기(民衆總蹶起)에서 경찰관 폭행, 경찰버스 파손 등 집회의 폭력적 전개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拘束起訴) 됐었다.

 

이영주 전 사무총장은 석방후 인사말에서 “3년 만에 야외에서 마이크 잡아본다. 2015년, 절박하다 단 한 번의 승리, 그리고 박근혜와의 맞장. 그 구호로 살아온 시간이다. 민주노총은 민중총궐기부터 지난 3년을 이끌어온 마중물이자 심지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두 번째 승리를 향해 나아갈 때다. 지난 3년, 함께 해주었던 마음과 힘을 바탕으로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가 보장되는 세상, 모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헌신적으로 싸우고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가석방’이라는 형식으로 풀려났듯이 이 총장 역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이라는 형식으로 석방되었다. 이는 현재의 ‘적폐 사법부’와 ‘촛불 망각 정부’의 불완전한 역사의식과 배심원들의 안타까운 판단 때문이지만, 이영주 동지가 오늘이라도 감금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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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으로 일했으며, 초등교육 전문가로서 주위의 존경과 신뢰를 받아 온, 전교조가 자랑하는 참교사다. 그가 다시 그리운 교단으로 복귀하여 아이들과 행복하게 만나게 될 그 날까지 전교조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명은 “검사와 판사들이 법전 지식 외에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을 풍부하게 겸비할 수 있도록, 판‧검사 양성 과정에 별도의 필수교양과정을 배치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검찰과 사법부에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과는 별도로, 잘못된 구형과 판결에 대해 응당의 책임을 묻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사법적폐 청산 과정에서 이러한 점들이 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자본가에게는 자애롭고 노동자에게는 잔인한 이 나라 ‘적폐 사법부’의 기울어진 법정에서 이영주, 한상균 두 노동운동가가 유죄를 선고받았을지언정, 역사는 이미 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불의의 시대에 그들이 입었던 수의는 차라리 우리 노동자의 자존심이었으며, 그들이 받은 형벌은 역설적으로 불의에 저항한 우리 모두의 정의로움을 빛낸다. 그래서 오늘 이영주 전 사무총장 동지를 맞이하는 우리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미소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영주 선생님의 수인번호는 ’이육사(264)’였다. 푸른 수의를 벗고 감청색의 투쟁 복장으로 나타난 그를 맞이하는 우리의 심정을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에 담아 전한다”고 마무리지었다.

 

청포도

 

- 이육사(李陸史, 1904.5.18.~1944.1.16.)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들어와 알알이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문장 8호, 1939년 8월)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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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사진 전교조 제공>

 

 

<꼬리뉴스>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법정 최후진술

(2018.6.12.화,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320호)

 

 

지금 서울구치소에 있다. 티비광고를 하는데 국민 참여재판 광고가 나온다. “국민참여재판은 필수다.” 수용자가 등장해서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이 나온다. 제가 길게 말하더라도 따뜻하게 들어주시기 바란다.

 

검사들께 한마디 하고 싶다.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 민중총궐기, 노동자, 서민 집회에 한 번도 안 나와 보신 것 같다. 그 상황을 전혀 이해 못하신다. 24개 사다리 구입했다. 10만 모이는 집회에 24개 사다리 용도가 무엇인가. 폭력시위 하고자 했다면 뭘 구입했겠나. 각목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증거영상에 살수차가 상여 부수는 장면 나왔다. 거기서 각목이 나왔다. 이 모든 상황을 놓고 검사들이 영화를 만들었다. 민주노총은 특수한 사람들 아니다. 옆집 앞집, 우리랑 같이 밥 먹고 강아지 키우고 고양이 키우고 아이 키우는 그냥 사람이다.

 

나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이유는 하나다. 지금 우리 대통령이 박근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3년간 격변했고 핵심에 촛불혁명이 있다. 촛불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받아 안을건가. 문재인대통령이 개헌논의 한다더라. 직전 개헌은 87년, 지금부터 30년 전이다. 87 항쟁을 통해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헌법 1조, 모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재판은 헌법 1조를 지키는 재판이라고 본다. 그래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검사들은 실정법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다. 판사들은 판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누가 감히 2년 전 상상했겠나. 국민들이 대통령 퇴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우리의 법은 그대로다. 헌법에 위배된 실정법도 있고 헌법이 보장한 권리도 방해하는 행정조치가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기 있는 배심원들은 8명 개인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다. 호소 드린다. 촛불의 명령, 국민의 요구, 새로운 민주주의 정신을 보여주시기 바란다. 사법적폐도 국민의 손으로 함께 없애야한다. 배심원들은 의견을 제시하지만, 재판관은 그 의견을 충분히 받겠다고 했다. 헌법이 보장한 세상을 여기 있는 배심원들이 만들어주기 바란다.

 

오늘 증거영상을 보며 착잡했다. 총궐기 당일 부상당한 수많은 경찰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 말씀 전한다. 어느 누구의 생명도 가볍지 않다. 오늘 검사님과 변호사님의 논쟁 중심은 이것이다. 살수가 있어서 시위대가 폭력을 썼는가, 폭력 때문에 살수했는가는 본질이 아니다. 민중총궐기는 박근혜정권과 노동자‧서민의 싸움이었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사용할 권력을 한 대통령 권력을 위해 사용했다는 것이 본질적 문제다.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아니라 불법 공권력을 사용한 박근혜정권에 책임을 묻고자 한다. 그날의 피해자는 경찰과 시민 모두다.

 

차벽이 없는 집회는 가능한가, 배심원 한 분이 물었다. 민주노총은 답하고 있다. 필요 없다. 필요한 건 대화다. 2015년에도 민주노총은 대통령과의 단독면담, 티비 토론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 왜 10만이 모였겠나. 하고 싶은 말이 있고 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15년 당시 버스비만 30억이 넘었을 것이다. 서울 가고 싶은데 남는 버스 없냐, 자리 알려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그들은 이야기 하고 싶었다. 민중총궐기 11대 요구. 쌀값, 해고 걱정 없는 직장, 국정교과서 폐기 등 얘기를 하고 싶었다. 집회의 자유는 공간의 자유로 한정되지 않는다. 집회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대상에게 들리게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한국은 집회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차벽 없이도 집회 가능한 세상, 집회로 소통하고 토론하는 세상이 촛불 이후의 민주주의다.

 

올해 4월 박근혜는 24년 선고 받았다. 죄목은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뇌물 등이었다. 한 가지 질문하고 싶다. 박근혜 뇌물은 유죄를 받았는데 그걸 준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대기업, 전경련은 박근혜에게 돈 갖다 주고 경영권 승계만 받은 건가? 민주노총이 나설 수밖에 없던 이유다. 우리가 분노하는 건 이거다. 대통령이 재벌에게 돈 받고 노동자를 팔았다. 국민을 파는 게 대통령일 수 있나. 이것이 촛불 든 이유다.

 

재벌의 노동개혁이 노동자에게 어떤 개악이었나 간단하게 말하겠다. 그 내용은 쉬운 해고를 만들 수 있고 임금이 삭감될 수 있는, 일자리가 나빠지는 거였다. 일반해고지침과 취업규칙불이익변경 가능, 성과연봉제 등이었다. 이 피해는 2천만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이게 민중총궐기의 역사적 배경이었다.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오늘 내 죄목은 다 세월호 관련이다. 이런 행사들을 지금은 정부가 하고 있다. 그때 왜 민주노총을 탄압했는가. 딱 하나다. 그때 무릎 꿇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궐기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10만 모인다고 세상 바뀌냐고. 내 답은 이러했다. 10만 모여도 정권은 그대로일거다. 그러나 총궐기를 준비한 우리와, 우리 사회가 변할 거라고 했다.

 

민주주의가 흘러넘치는 세상은 어떻게 완성할 수 있는가. 여기 있는 배심원들의 결단을 통해 우리는 차벽 없는 세상, 집회시위 자유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 또 하나, 대통령의 부당한 권력남용에 시민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민주주의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 선례를 만들 수 있다. 헌법 1조 정신을 지켜낼 수 있다. 집회결사의 자유, 노조 할 권리, 정치적 입장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이 모든 것을 판결에서 고민해 달라.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통해 304분의 세월호 영혼과 백남기 농민을 추모한다.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길에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

2018년 6월 1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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