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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종말’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
글쓴이 : 일리야 트람닉 날짜 : 2018-11-10 (토) 1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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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개념이 오늘날처럼 막연한 유토피아를 그린 것으로 느껴진 적은 없는 것 같다. 세계 안보의 기본 틀을 이루고 있는 핵무기 제한 협정들이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게다가 핵무기 비확산 체제 자체가 심하게 손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얼마가지 않아 핵무기 보유국들의 수는 증가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이 매년 발간되는 스톡홀름 국제 평화연구소의 올해 보고서를 분석한 결론이다.

 

기반이 흔들리다

 

올해 보고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현대 국제 안보의 윤곽(輪廓)을 결정하는 몇 가지 조항들에 관한 것이다. 이는 비핵화, 핵무기 비확산, 핵무기 통제에 관한 문제들이다. 한 때 이 문제들에 대한 논의는 미러 대화의 가장 눈에 띠고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루었다. 이 대화들은 주로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에 이루어져 핵무기로 인한 재난을 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냉전시대의 세계는 그 나름대로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 시대는 두 개의 초강대국이 자신을 중심으로 한 두 개의 군사정치적 블록을 이루어 대치하던 시기였다. 당연히 소련의 붕괴이후 세계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때때로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새로운 충돌 지역들이 생겨났고, 이전에 소련에 속해 있던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모든 것들이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유지되고 여러 핵무기 관련 조약들로 인해 결정된, 동등한 핵전력 보유 상태를 건드린 것은 아니었다. 미러 사이에는 1963년 수중, 육상, 대기권의 핵실험을 금지한 핵실험 금지조약에서 소련 붕괴 직전에 체결된 스타트 I 조약까지 여러 조약들이 체결된 바 있다. 콘스탄틴 보그다노프는 “이극 체제 세계의 산물”이라는 기사에서 미국의 INF 탈퇴 결과에 대해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스톡홀름 국제 평화연구소 연례 보고서를 통해 본 핵무기 비확산 문제와 현재의 동향을 다루도록 하겠다.

 

모두를 비핵화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비핵화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의 변화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핵무기를 폐지할 것을 의무화하는 조약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도록 규정한 2016년 유엔 결정안이다. 이런 구상은 예상한대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9월 체결을 위해 공개된 핵무기 금지 조약은 처음부터 실패한, 사생아 같았다. 이 조약에는 핵 강국들과 그 동맹국들 중 한 나라도 가입하지 않았다. 게다가 핵보유국 지위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 중 한 나라도 이 조약안 공개에 앞서 유엔 총회가 구성한, 실무 그룹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올해 봄에 이 조약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했다. “우리는 그 조약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지시하는 식으로 핵무기를 금지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을 받은 5개국이나, 공식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강국들은 이 조약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합의된 핵 없는 세계로 전진한다는 원칙은 핵무기 비확산 조약에 반영되어 있고, 이 원칙이 전반적인 안보와 안정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현대 세계 안보의 구성 틀에 대해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주요 이의 사항들을 제기 했는데, 이로 인해 러시아는 핵무기 폐지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들은 비핵 전략적 무기의 개발, 세계 군국주의화에 대한 우려, 사드 시스템의 개발과 전반적인 핵실험 금지 조약이 미국, 중국, 이스라엘 및 이집트가 비준하지 않아 발효(發效)하지 못하고 있는 것 등이다.

 

핵무기 금지 조약 아이디어에 대한 불만은 핵강국들만이 표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토 회원국들과 호주, 한국, 일본도 이 조약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국가들은 미국의 핵전력을 자국의 안보의 핵심적인 보장책 중의 하나로 여겨왔던 국가들이다. 이 국가들의 관점에서 볼 때 비핵화는 현존 조약들에 근거하여 결과적으로 이론적으로는 전반적인 핵무기 협정에 체결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점차적인 진화의 단계를 거쳐 진전되어야 한다. 전반적 비핵화라는 아이디어는 아직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최근 수년간의 사태 발전을 보면 그 아이디어가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이 든다.

 

 

근거가 하나도 없게 되다

 

스톡홀름 평화연구소 보고서는 2017년 상황을 기술하면서 미러 간에 핵무기 향후 감축에 대한 협상에서 전혀 진보가 없다고 요약하고 있다. 이 문제의 원인 중의 하나는 러시아가 사드 시스템, 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적 핵무기, 핵무기가 수행하던 임무들을 수행할 수 있는 비핵 전략적 시스템 개발에 대한 우려를 새로운 조약문을 작성하는데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는 INF를 둘러싼 긴장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언급했다. (미러는 갈수록 더 자주 이 조약 위반에 대해 상호 비난 중이다.)

 

그 결과를 우리는 직접 우리 눈앞에서 보고 있다. 미국은 INF를 탈퇴할 예정이며 뉴스타트 조약 연장이 타당한지 의심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향후 핵무기 감축에 대한 생각 전반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조성되고 있는 상황들을 보면 핵무기가 증가하기 시작할 사태도 충분히 가능하다. 제1차적으로 예를 들면 스타트 조약의 제한을 받지 않는, 현재 계획중인 초음속 탄두 같은 것을 보면 그렇다.

 

게다가 뉴스타트 조약이 2021년에 더 이상 연장되지 않고 종료된다면 러미 관계에 다소 간에 큰 위기가 닥치고, 이로 인해 폐기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복구가능 전력을 다시 실전에 대비하여 배치하는 핵탄두의 수가 증가할 확률이 매우 크다. 러시아와 미국이 이러한 사태 발전을 피할 수 있게 만드는 협상을 할 전망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는 거의 논의할 의미가 없다. 적어도 현재와 같은 미국 내의 정치적인 상황은 아니어야 논의 자체가 가능할 것이다. 결국 미러 간의 전략적으로 동등한 위치를 결정하는 여러 미러 조약들이 파기(破棄)되는 것은 사실상 피할 수 없고 그 뒤를 이어 핵무기 비확산 조약을 기초로 한 여러 협정들의 근간조차 파괴될 것이다.

 

 

방어력이 없는 국가의 안보는 그 국가 자체의 문제

 

2016-1027년의 상황을 보고했던 전년도 스톡홀름 평화연구소 보고서들과 비교해서 악화된 현재의 상황은 2018년 7월 1일로 협정 체결을 위한 조약문 공개 50주년을 맞이한 핵무기 비확산 협정의 정신과 조항에 정반대되고 있다.

 

원문의 관점에서 보면 INF와 전략적 공격 무기 제한 협정의 폐지 가능성은 한 마디로 핵무기 보유국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핵무기 경쟁을 중지할 효과적인 조치들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도록 의무 규정을 둔 핵무기 비확산 협정 조항의 사문화를 의미한다. 이 조항이 살아나기 힘들다고 확실시 된 것은 스타트 1 조약 당시, 이 조약에 따라 감축되는 핵탄두의 상당 부분이 폐기되지 않고 복구 가능 전력으로 처리되면서부터이다. 현재 러시아와 미국의 복구가능전력으로 분류된 핵탄두의 수는 실제 배치된 핵탄두의 수를 능가하고, 이를 기초로 볼 때 비핵화에 대해서 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물론 냉전 시절 미러의 핵탄두 보유 개수가 총 6만개에서 현재 배치된 핵탄두는 1만 4500개로 핵전력 감축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진보를 이루었다고 보이지만 그래도 비핵화를 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현재 러시아와 미국이 공식적으로 보유하는 것과 복구가능 전력으로 분류되어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수를 합친 핵탄두의 수는 지구상의 모든 문명과 생명체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파괴하기에 충분하다.

 

핵무기 비핵산 조약의 정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핵강국의 핵 비보유국에 대한 관계에서 평화 보장을 의미하는 국제 안보 체제는 이미 사멸했다. 좋은 시절이 지났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북한 핵문제이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전망이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북미간 직접 협상으로 해결되어야할 전망이다. 미국이 협상 전까지는 무시하지 않았지만 결국 종말을 맞게 된 이라크와 리비아의 운명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은 핵미사일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치함으로써 상당히 자기들 편에서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볼 때 논리적으로 곧 세계적으로 새로운 핵 강국들이 탄생하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핵보유국의 위치를 자국의 주권 문제와 관련지어 생각하는 북한에 대해 논하자면 북한 문제의 핵심적인 성격은 결국 북한의 특별한 위치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의 비호(庇護)를 받고 있는 국가이다. 탈북자들의 행렬로 인한 불가피한 충돌을 허용하면서도 대량살상 무기를 동원하는 것은 러시아도 중국도 할 수 없었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을 동원할 수 없고 그 정권을 비호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이사국의 핵무기 독점을 위반하고도 군사적 제재를 받지 않은 나라로서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국가들의 선례도 핵무기 비확산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낙관주의를 무색하게 만든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동맹을 억제할 도구가 필요했던 인도는 핵무기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핵보유국이 된 것은 자연스런 결과로 파키스탄 정부는 중국의 지원보다 더 확실한 안보 확보 수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핵보유국 위치는 모든 당사국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적대국들에 둘러싸인 가운데서 국가 생존의 보장으로 여겨졌다. 핵무기를 갖게 된 이 모든 국가들의 경우에 이 과정에서 안보를 보장하는 “공식 핵보유국 5개국”의 몇몇 회원들은 암묵적인 지원을 보냈다. 이외에도 “대량 살상 무기”라는 용어와 관련해서도 동일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량 살상 무기란 전통적으로 핵무기 이외에도 화학생물무기에도 적용되는 용어이다. 그러나 화학 무기도 생물 무기도 현재 강대국, 국가 동맹, 또는 더 나아가 핵 강국과 분쟁시 효과적인 억제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화학 무기도 생물 무기도 핵탄두처럼 대량의 포괄적인 손실을 가져다주는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 1991년 화학 무기 보유, 2003년 생물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확실한 정보가 보고된 이라크의 경우 이러한 무기들이 전쟁에서 국가를 구하지 못했고 비참한 운명을 맞이한 것이 이러한 사실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이다.

 

상기 사실들로부터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겠는가? 향후 수십 년간 핵보유국에 새로운 국가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것은 매우 확실하고, 심지어 불가피하기도 한 사실이다. 첫 번째로 핵보유국 위치에는 첨단 기술 능력 보유했으면서 핵우산이 필요할 때 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적시하게 되는 경우에 자국의 안보를 보장할 자체 방위력을 갖기 원하는 강국들이 포함될 것이다. 태평양 지역에서 핵보유국이 될 것으로 보이는 나라는 한국, 일본, 호주이다. 중동에서는 이란이 있다. 물론 미국이 강제력을 동원하여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종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란의 핵무기 보유나 미국의 이란 침공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다 좋지 않은 경우이다. 만약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 이전에 이란을 침공한다면 이는 자국의 핵폭탄만이 자국을 방위할 수 있다는 확실한 신호이다.

 

이 경우에 유럽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도 자국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발표하기 전에 독일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총 사령부를 재창설할 것이다. 일본이 핵보유국 지위를 갖게 된다면, 독일도 핵보유를 추진하는 그러한 사태의 발전이 당연히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글 일리야 크람닉 군사평론가 | 러시아 주간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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