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마음의 점을 어디에 찍을것인가.”
토론토 대각사의 양일 큰스님이 뉴욕 불자들을 위해 특별법문을 설했다. 29일 뉴욕원각사 큰법당에서 열린 법회는 캐나다에서 온 양일 큰스님이 초청 법사로 설법을 했다.
이날 법회엔 원각사 불자들과 토론토 대각사에서 온 불자 8명이 함께 했다. 대각사 불자들은 원각사에서 진행중인 해외 최초의 한국식 전통 가람(伽藍)을 조성하는 대작불사 현장을 둘러보고 감동어린 탄성을 자아냈다.
토론토대각사 신도들은 “미동부 최초의 한국사찰인 원각사에 이런 국보급 절집들이 지어진다고 해서 늘 궁금했는데 와보니 상상이상이어서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대각사 불자들은 원각사 대작불사 기금으로 십시일반(十匙一飯) 정성을 모은 7700 달러를 전달하기도 했다.
양일 큰스님은 요즘 백중기도가 한창인 것을 들어 우란분절(盂蘭盆節)의 유래와 목련존자의 지극한 효성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천도(薦度)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국 당나라의 고승이었던 덕산스님(782년~865년)의 금강경(金剛經) 일화를 통해 마음의 점을 어디에 찍을 것인지 불자들에게 깨우치는 법문을 이어나갔다.
덕산(德山)스님은 제자들을 가르칠 때 주장자(방망이 棒)를 잘 휘둘러서 덕산방(德山棒)으로 유명했는데 버럭 소리를 질러서 제자들을 가르쳤던 임제 선사의 할(喝)과 함께 “임제의 할, 덕산의 방”이라는 유명한 말이 탄생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금강경 천하제일로 통한 덕산스님은 남부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용담선사를 금강경으로 혼내주겠다는 생각에 찾아가는 길에 인근 마을의 떡집 노파를 맞닥뜨리게 됐다.
덕산스님이 배고파 점심을 달라고 하자 노파는 “제 질문에 답하면 점심을 공짜로 주고 못하면 드실수 없다”며 내기를 제안한 것이다.
노파가 “스님은 방금 점심(點心,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을 달라고 하셨다. 금강경에는 ‘과거심(心)도 잡을 수 없고, 현재심도 잡을 수 없고, 미래심도 잡을 수 없다’고 했는데 스님께서는 어느 마음에 점을 찍으시려우?” 했다.
덕산스님은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고, 현재는 쉬지 않고 흘러가는데 어디에 점을 찍는단 말인가. 떡집 노파에게 혼이 난 덕산스님은 점심도 못먹고 용담선사를 찾아갔다. 용담선사와 갑론을박하다 밤이 깊어 처소로 돌아갈 때 큰 깨우침을 받게 된다.
너무 깜깜해서 신발이 안보여 호롱불을 켜준 용담선사가 갑자기 불을 확 꺼뜨린 것이다. 순식간에 암흑(暗黑)이 되면서 덕산스님은 확 깨달았다. 진리는 금강경이 아니라 그 불에 있었던 것이다.
양일 큰스님은 “불이 꺼지는 순간 덕산스님은 자기본성을 본거다. 여러분이라면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 어디에 점을 찍을텐가?”라고 물은 후 빙그레 웃으며 “나라면 떡에 찍겠다. 배가 고픈데 떡을 생각해야지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말했다.
양일 큰스님은 “여러분이 대답을 못한건 머리가 복잡해서다. 지금 원각사가 대작불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불사를 하고 있으니 불사에 점 하나 딱 찍으면 되는거다. 원각사에 올때마다 나는 너무 기쁘다. 천하 명당이기 때문이다. 우리 신도들도 이곳에 오니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이런 절을 짓고 있는 자부심을 가져 달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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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사진 원각사 제공
<꼬리뉴스>
뉴욕원각사 1100만불 대작불사
미주와 유럽 등 해외에 한국 사찰과 법당들이 많이 있지만 일주문(一柱門)부터 대웅전, 무량수전, 설산당과 보림원 등 선원(禪院)과 요사채에 이르기까지 사찰의 모든 시설들이 전통공법으로 조성되는 것은 뉴욕 원각사가 최초이다.
특히 대웅전은 한국의 불보사찰(佛寶寺刹) 통도사와 승보사찰(僧寶寺刹) 송광사의 양식(樣式)을 도입했고 수령 900년에 이르는 목재들을 대들보와 서까래로 사용해 법당 내부에 기둥이 하나도 없는 대웅전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대웅전 지붕에 쌓은 기와만 2만3천장에 달해 엄청난 하중荷重이 작용한다. 그러나 못하나 박지 않고 짜맞추는 기법으로 지어진 대웅전은 가볍게 날아오를 것처럼 기품이 넘쳐 흐른다. 높이가 2m가 넘는 대웅전의 큰 문짝은 송광사 문양(文樣)을 본떠 27개로 이어져 있고, 최근 상단에 조성된 닫집은 한국의 명장들이 한달이상 머물며 정성을 다해 화려하고 섬세한 조각이 보는 이들의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원각사는 1974년 숭산큰스님이 창건했고 법안큰스님의 원력이 오늘을 일군 씨앗이 됐다. 1987년 맨해튼에서 현재 뉴욕주 오렌지카운티 샐리스베리밀즈로 30만평의 광활한 부지를 매입해 이전한 것이다.
법안 큰스님의 급작스런 와병으로 한동안 정체기를 맞았던 원각사는 2002년 현재 회주인 정우스님이 통도사 직계사찰로 들이면서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다. 국내외에서 대작불사로 널리 알려진 정우스님은 양명한 대지에 자리잡은 원각사를 미주전법의 요람으로 삼으리라 원력을 세우고 8년에 걸친 정비작업을 마치고 2010년부터 대작불사를 본격화했다.
당초 600만달러의 예산을 책정한 대작불사는 현재 1100만 달러로 두배 가까이 올랐으나 미국과 한국의 불자들이 계속 정성을 모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원각사 주지 지광스님은 “오는 9월말이면 설산당과 보림원의 상량식(上梁式)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엔 종합 대가람의 면모(面貌)가 갖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