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일간 콤메르상트가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전제로 지난 22일 러시아가 한국에 첨단 화학소재를 공급할 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기사 전문을 소개한다. 기사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를 전제로 한 것이다. <편집자 주>
아시아의 경제 강국이며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새로운 단계의 대립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일 국방 협력과 한미일 군사협력의 중요한 수단인 지소미아의 유효기간이 23일 끝난다. 종료일까지 양측에 지소미아를 연장할 가능성이 이론적으로는 있지만 실제로 이런 가능성은 남아 있지 않.
지소미아 종료는 문재인 대통령이 양국 관계의 가장 심각한 위기의 책임이 일본 측에 있다면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해제하지 않는 한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다음에 최종적으로 분명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지소미아 종료를 원하지 않으면 수출통제 조치와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국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일본측은 이런 접근법을 부인(否認)하고 원칙적으로 양보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소미아 탈퇴 결정은 한국 정부에 있어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 “일본 측이 안보 분야에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한국 측이 결정을 번복하도록 설득하는데 실패한 후 “(한반도) 전쟁 상황을 가정했을 때 지소미아는 한미일 3국의 효과적인 정보 공유와 안보 협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지소미아 종료로 득을 보는 것은 결국 중국과 북한뿐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이보다 더 강경한 발언을 했다. 그는 “한국이 과거사 문제를 미국의 안보와 조약상 의무인 한반도를 방어하는 것과 관련한 우리의 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안보 영역으로 확대한 것에 대해서 실망했다. 이 결정은 한국을 방어하는 일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었고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한국군도 더 큰 위협에 놓이게 한다”고 경고(警告)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미국과의 협력을 파괴하는 한국 정부의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소미아 종료를 비판하고 있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등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운데 일-한, 일-한-미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현명한 대응을 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위기의 시발점이 된 것은 한국 대법원이 이차대전 기간 동안 한국민의 강제노동을 이용한 여러 일본 대기업들에 대해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내 자산 몰수 대상이 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기업은 Nippon Steel & Sumitomo Metal Corp.과 미츠비시 중공업 등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70년이나 지난 사건들에 대한 모든 손해배상은 1965년 양국 외교관계 정상화시에 이미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7월초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보복 타격을 했다. 한국의 전자 산업에 핵심적으로 중요한 3종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 3종의 소재는 구체적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사용되는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고순도불화수소 및 레지스터이다.
그런데 서울의 소식통들은 한일 무역분쟁이 더욱 고조(高調)될 경우 이런 부품들의 공급선이 러시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이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는 러시아 기초과학 기술과 한국의 기술 상용화 경험을 결합하여 한국 및 러시아와 제3국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 위원회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행한 이후 삼성전자와 LG 같은 한국 전자산업 대기업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기에 되었다. 한국 측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 부족물량의 잠재적인 대체 공급선으로 러시아를 고려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러시아와 협력은 한국 기업들이 추구하고 있는 소재 수입선 다각화 과제에도 부응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러시아 시장의 전문가들은 한국 전자산업을 위해 정밀 화학제품을 수출할 가능성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엇갈렸다. 그들은 상기 제품들이 매우 전문적인 것이며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주문에 따라 소량 생산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그들은 러시아가 한국의 수요를 충족시킬 가능성은 있지만 기술의 완성과 제품 품질 협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러시아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것은 에칭 가스가 아니라 에칭 액체로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계가 필요한데 소비자인 한국 측이 이미 가동하고 있는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용의가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한국 측의 발표는 일본과의 협상에서 압력을 가할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러시아 제품이 한국 기업들의 품질 요구 수준에 맞을 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페름 화학회사(초박필름 플라스마화학 에칭에 사용되는 C4F6(육불화부타디엔)의 최대 생산업체)가 자사 제품이 해외 수요가 많으며 경쟁사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
또한 폴리이미드의 경우 문제는 더 어렵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이 제품은 소련에서 생산되었고 현재 여러 과학 센터에서 소련 시절 제품의 개선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 물질의 새로운 제조 방안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 내에서 이를 생산하여 공급한 기술 및 연구 잠재력은 확실히 존재한다. 다만 수출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연구와 탐구는 어쨌든 정밀 화학 제품이 필요한 러시아에도 충분히 유용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크 컨설팅 기업인 KPMG 러시아 CIS 지사의 기술 실행 이사인 세르게이 비하례프는 러시아가 한국 시장에서 대량의 전자제품을 제조하고 희토류를 포함한 모든 필요한 원료를 보유한 중국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력 부족도 매우 심각하다. 비하례프 이사는 “우리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저렴하고 숙련된 노동력과 추가적으로 하루 근무시간을 수시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최종적으로 결론지어 말했다.
글=세르게이 스트로칸 정치외교 분야 선임기자, 올가 모르듀셴코 기자, 율리야 티시나 기자 | 콤메르상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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