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민병옥기자 newsroh@naver.com
도시의 기억을 따라 만나는 비밀한 공간들, 뉴욕 백년 식당을 아시나요.
뉴욕은 외교 경제 문화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세계 최고의 도시이지만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가 또 있다.
바로 음식이다. 외지인들은 잘 모르지만 뉴요커들에게 소문난 맛집들,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은 오랜 전통의 식당들이 한국인 뉴요커에 의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니케북스가 출간한 ‘뉴욕 백년식당’(구혜란 지음)은 뉴욕의 골목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식당 29곳을 순례(巡禮)하고 있다.
뉴욕은 일견 화려하지만 음침한 골목에는 고난의 역사도 배어 있다. 굴곡진 세월을 지나 오늘날 꿈과 희망의 도시로 자리하기까지 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백년 식당'은 이제 그 맛에 깊은 전통이 오롯이 녹아 있다.
저자 구혜란은 백여 년간 같은 자리에서 도시의 역사를 목격한 식당들로 독자를 초대한다. 백년 식당은 저자가 공간과 시각의 미를 추구하는 디자이너로서, 뉴욕의 문화를 온몸으로 즐겨온 뉴요커로서 40여 년간 맨해튼 거리를 걸으며 직접 발견한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맨하탄 최남단 금융가와 차이나타운, 리틀 이탈리에는 미국 독립운동의 근거지가 되었던 ‘프런시스 태번’(1762년 개업)과 미국에서 제일 먼저 피자를 판매한 ‘롬바디스’(1897년 개업)가 있다.
로워 이스트와 노리타, 소호엔 유대인의 소울 푸드가 되어준 ‘요나 쉬멜 크니쉬 베이커리’(1890년 개업)와 젠트리피케이션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150년을 지켜온 ‘페넬리 카페’(1847년 개업)가 있다.
웨스트 빌리지와 그리니치 빌리지 이스트 빌리지엔 가난한 문인들이 목을 축였던 ‘첨리스’(1922년 개업)와 링컨이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연설을 마치고 들렸던 ‘맥솔리스 올드 에일 하우스’(1854년 개업)가 있다.
또 미드타운에 오 헨리가 죽음에 이를 정도로 술을 마신 ‘피츠 태번’(1864년 개업)과 고객의 파이프 담뱃대를 9만여개나 보관해온 ‘킨스 스테이크 하우스’(1885년 개업)이 있다.
업타운엔 유대계 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던 할렘에서 가장 좋은 식료품만 팔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훈제 철갑상어의 왕 ‘바니 그린그래스(1908년 개업)이 있다.
이처럼 식당마다 품고 있는 역사와 그곳에 얽힌 크고 작은 추억(追憶)들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뉴욕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시간의 미감을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와 현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식당 및 음식 사진도 풍성하게 수록되어 있어 뉴욕 백년 식당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고 말한다.
로워 맨해튼에서 출발해 로워 이스트 사이드를 지나 그리니치 빌리지와 이스트 빌리지를 거쳐 미드타운과 업타운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뉴요커가 되버린듯한 느낌이다.
저자 구혜란은 홍익대학교와 뉴욕 주립 패션 공과대학교(FIT)에서 산업 및 실내 디자인을 공부했고, 현재 뉴욕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시각의 미를 추구하는 디자이너이자, 도시를 사랑하는 뉴욕의 장기 여행자, 매일 변화하고 움직이는 뉴욕의 거리를 40여 년간 걷는 사람으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그이에게, 뉴욕은 긴 시간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건물들이 겹겹이 쌓아 놓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그 오래된 공간 중에서도 10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며 뉴욕의 맛과 멋을 느끼게 해주는 백년 식당은 심신의 허기(虛飢)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한때는 뉴욕 사회의 이방인으로 느낀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여느 뉴요커보다 더 뉴욕을 잘 아는 ‘뉴요커’로서 그동안 간직해온 뉴욕의 숨은 보물들을 나누고 싶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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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뉴욕의 김치벨트 아시나요’ NYT 한인타운 식당가 대서특필 (2014.12.17.)
뉴욕타임스 퀸즈 한인타운 식당가 대대적으로 소개해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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