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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항쟁과 아직 끝나지 않은 국가폭력

글쓴이 : 문영임 날짜 : 2026-08-30 (일) 02:04:44


제주에 사니 사시사철 제주 4·3 추모제가 여기저기에서 열린다. 제주시는 물론이고 성산, 애월, 대정, 화순뿐만 아니라 서귀포시 남원읍, 조천, 한림읍, 안덕면, 표선면, 구좌읍 등에서 3월 말~4월 초에 여러 지역에서 위령제(慰靈祭)가 봉행된다. 이는 제주 전역에서 얼마나 많은 도민의 희생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누가 누구인지 구별할 수 없었던 시신들을 모아 공동묘지터를 만들었다. 

 

이 중 지난 8월 19일 대정 섯알오름 백조일손(白祖一孫) 유족회와 섯알오름사건행불유족회에서는 별도로 8월에 합동위령제를 지낸다. 이 위령제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백명의 조상이 한날한시에 희생되어 뼈가 엉켜 한 자손이 되었다'하고, '섯알오름사건행불유족회'라는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무참하고 억울하게 희생되었다는 것을 바로 알수가 있다.

 

이번 위령제에서 나눠 준 순서지에 정리된 제주 예비검속 섯알오름 불법살륙기(不法殺戮記)에 따르면 1948년 4.3항쟁이 끝나가고 1950년 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정부 내무부 치안국에서는 예비검속이란 미명아래 344명을 강제 구인하여 관리해오다 현 제주시 비행장과 대정읍 당시 섯알오름 일본군 탄약고 폭파시에 형성된 물웅덩이에서 정부군에 의해 집단학살 후 암매장한 사건이라고 한다.

 


 백조일손지지 역사관 

 

합동위령제가 열리는 대정읍 상모리 586-1에 있는 백조일손 역사관 전시물에 따르면 당시 이승만 정부군은 비인도적인 만행 사실을 은폐(隱蔽)하기 위하여 시신을 가족에게 인도하지도 않고 암매장하여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였다. 그 후 유족들의 꾸준한 탄원과 청원에 의해 유해 발굴이 허용되어 1959년 유족들이 기금을 모아 백조일손지지 비석을 세웠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부는 과거의 군경에 대한 민중의 반감을 없애 버리려고 1961년 6월 15일, 서귀포 경찰서장의 지휘 하에 유족회가 세운 비석을 산산조각 냈었다. 이들 유족회는 1960~1980년대까지 경찰이 유족들의 집단적 묘역 참배를 불순한 모임으로 간주하여 집회 자체를 불허하고, 음력 7월 7일이 돌아오면 유족들의 동태를 파악, 상부에 보고 감시당했다는 사진들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지 76년의 세월이 흐른 2026년 34회 합동 위령제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도지사를 시작으로 도의회의장, 교육감, 국회의원등으로 추도사를 했지만, 누구도 유족에 대하여 사죄나 사과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공직자들의 위로한다는 말과 미래 세대에게 평화와 인권의 교훈으로 전하자는 말에 전혀 신뢰감이 가지 않았다.

 


 차례상이 가려진 귀빈들의 연단 

 

더욱이 위령제를 위해 차려진 차례상을 가리고 세워 공직자들이 추도사를 평안하게 할 수 있도록 세운 천막은 쳔편일륜적인 추모사를 읽는 귀빈들이 유족회보다 우선인지 진정으로 유족을 위로하고 지난 역사의 국가폭력을 사과하는 자세였는지 의아스러웠다. 귀빈들과 그들을 수행하는 보좌관들이 반 이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모든 순서가 끝난 뒤에나 겨우 헌화(獻花) 하는 유족과 참여자들을 보면서 여전히 공권력의 그림자를 느끼게 했다.

 


 4.3항쟁 열사추모제 홍보문 

 

3일 뒤인 8월 22일. 영실 돌오름에서는 4·3 항쟁 열사 추모제에도 참여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약 20여 시민단체가 모여 4·3 항쟁 열사 추모사업위원회를 조직하여 올리는 추모제이다. 그동안 4·3 항쟁 역사 현장을 답사했던 돌굽궤, 노로오름, 산물내 전투지, 한대오름 유격대 근거지와 유격대가 머물렀던 돌오름궤가 만나는 사유지에서 열렸다.

 

 


 빨치산이 주장했던 당시의 구호를 재현 

 

먼저 놀이패 한라산의 심방의 주도로 이곳 한라산 중턱에서 유격대로 싸우다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위한 초감제를 드리고, 4.3통일의 길 강동수대표의 대회사와 제주통일청년회 김희정 대표와 제주 4.3평화재단 임문철이사장의 추도사가 있었다. 변화무쌍한 한라산의 일기 때문인지 극도로 열악한 환경속에서 토벌대의 추격을 피해 최소한의 식량과 생활도구로 버티며 가족과 고향을 지키려는 전투 중에 사망한 유격대원의 외침인지 억울한 영혼의 울음인지 추모제 내내 소낙비와 이슬비가 번갈아 내렸다. 유격대의 투쟁은 군경과 서북청년단의 폭력적인 탄압에 대한 민중의 생존권 보장을 포함하여 단독선거와 단독정부를 반대하고 남북한 통일정부 수립을 요구했다. '탄압이면 항쟁이다'라는 그들의 구호가 현재까지도 가능한것은 지금도 일어나는 미군의 내정간섭에 맞서 미군기지를 방문하여 민중의 뜻을 전했던 대학생진보연합의 학생들의 투쟁과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했다. "제주 4·3 특별법이 있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기억하여, 그들이 가고자 했던 길은 분단과 탄압에 맞선 위대한 민중의 항쟁이었다"는 김희정 대표의 추모사는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결기를 드러냈다.

 

"제주 4.3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하여 만들어진 재단이 제대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지만 오늘 4.3항쟁열사추모사업회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4.3 운동에 제대로 역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제주4.3 평화재단 임문철이사장의 추모사도 있었다.

 


 전통 제주 떡과 옥돔까지 차려진 제사상 

 

4.3항쟁이 일어난 시대상과 빨치산들의 활동과 오늘 조국의 세태를 낭독극(朗讀劇)으로 풀어 내어 짧은 시간 한편의 역사극을 보여주었다. 마지만 순서로 있었던 제문에는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구호 아래 친미사대를 조장하고 반공협공의 논리로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남과 북이 하나 되고 민중 사랑의 마음으로 하나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선조들의 힘을 구했다. 제2 공항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될 수 있기 바라며, 자주적 평화통일과 평등평화 세상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것을 약속하며 참가자 일동이 함께 선조들께 약속하며 제례(祭禮)를 끝냈다.

 

또한 백조일손 위령제에서는 텐트 밑에서 공직자들이 순서대로 읽어대는 추모사보다 때앗볕 밑에서 힘겹게 노래하던 최상돈 가수가 그렇게 안스러워 보이더니 오늘은 굶주림과 추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서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빨치산들의 마음을 읊어준 빨치산들을 위로 하는 노래 '약속'을 절절하게 부르니 힘찬 박수가 더욱 흥을 돋구었다. 모든 행사가 끝난 후 제사상에 올렸던 음식으로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음복(飮福)하며 서로의 뜻을 모으니, 이번 추모제의 의미가 더욱 뜻깊어졌다.

 

약속

 

최상돈/ 김강곤

 

눈을 들어 저 산을 봐봐

 

눈 덮인 하늘 아래 들린다

 

벗들의 목소리

 

고향떠나 올때에

 

우리 맹세한 약속

 

이 나라의 통일 그 약속

 

 

별빛도 없는 길을

 

함께 걸으며 넉넉하던

 

벗들의 노랫소리 꿈에 그리워

 

이 목숨 다할지라도

 

끝끝내 부르고 불렀다

 

나 여기 묻힐지라도 여한 없노라

 

 

눈밭을 밟으며 낙엽을 걸으며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들린다 세월의 목소리

 

봄눈이 녹는다.

 

활활 타올라 역사를 밝히리라

 

민족이여 조국이여 우리를 기억하라

 

 

글 사진 문영임(린다 모) |

 

미국에서의 이민생활을 잠시 접고 고국에서 생활하면서 직접 느끼고 보는 일상을 기록합니다.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이웃의 만남이 더 넓은 세상까지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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