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미국의 대학 캠퍼스는 평화의 공간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폭력을 시험하는 전장이었다. 켄트주립대와 잭슨 주립대 사건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을 빌미로 권력을 남용한 행정부와 그 도구로 사용된 군·경찰의 폭력이 빚어낸 구조적 비극이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반란법 발동 없이도 시위대 학살을 자행했다. 닉슨은 트럼프가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다. 그 둘을 연결해준 사람이 트럼프의 정치적 스승이자 백악관 비선 실세인 극우 백인우월주의자 로저 스톤이다. 오늘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행태를 보면 우리는 닉슨의 광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다.
■ 켄트주립대: 학생들의 피 위에 쌓인 권력
1970년 5월 4일, 켄트주립대 학생들은 평화적 시위를 벌였지만, 오하이오 주지사가 배치한 주방위군은 학생들에게 67발의 총을 퍼부으며 제프리 밀러, 앨리슨 크라우스, 산드라 슈어, 윌리엄 슈로더 등 4명의 젊은 생명을 앗아갔고, 희생자 중에는 단순히 수업에 가던 학생도 있었다. 이 사건은 민권운동가와 사회운동가들이 즉시 정부를 규탄하며 학생 희생을 국가 권력의 폭력적 남용으로 규정하게 만들었고, 전국 대학과 시민사회가 수백만 명 규모의 파업과 시위로 연대하게 만들었다. 켄트주 사건은 미국 사회가 얼마나 쉽게 평화적 시민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지, 군과 경찰이 어떤 ‘권력 실험’을 수행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잭슨 주립대: 흑인 대학생과 남부의 억압
켄트주 사건 이후 불과 10일 만에, 미시시피 잭슨 주립대에서도 비극이 반복되었고, 밤중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발포하여 학생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하였으며, 대부분 평화적 시위자였음에도 경찰은 “폭동 진압”이라는 명목으로 과잉 발포를 자행하였다. 잭슨 주립대 사건은 흑인 대학과 남부 지역 반전·평화운동 탄압의 상징으로 기록되며, 켄트주 사건과 함께 정부·경찰이 시민을 적대시하고 폭력으로 제압한 구조적 권력 남용을 보여준다.
■ COINTELPRO: 민주주의를 잠식한 감시 국가
동시에 닉슨 행정부는 FBI를 통해 COINTELPRO라는 비밀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반전운동과 민권운동, 대학생 조직을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교란하며, 불법 도청과 허위 정보 유포, 사회적·직업적 압박으로 시민사회를 통제하고 민주적 권리를 침해하였다. 이로써 평화적 운동 조직은 분열과 고립 속에 민주적 권리를 박탈당했고, 오늘날 팔란티어, 오픈 AI 등 극우 빅테크 군산복합체와 결합한 트럼프 시대의 언론·정보 통제와 권력 사유화 시도는 이 닉슨 시대보다 수백 수천배 더 세밀하게 시민들을 감시한다.
■ 군과 정보기관, 법적 권한과 남용
켄트주·잭슨주 사건에서 연방군이 직접 투입되지는 않았지만, 주 방위군 배치와 COINTELPRO의 결합은 대통령 권력과 정보기관이 법적 절차와 정치적 목적을 빌미로 시민을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닉슨은 반란법을 공식 발동하지 않았지만, 주 방위군과 정보기관을 통한 통제는 사실상 권력 남용의 실험적 사례가 되었고, 법적 권한을 최소한으로 활용하면서도 폭력적 통제는 극대화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 불법 선거개입의 정점 '워터게이트'와 권력 남용
닉슨은 반전·평화운동을 선거 위협으로 간주했고, 트럼프는 한잘 더 나아가 정치적 반대 세력을 '내부의 적' '국내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해 버렸다. 닉슨에 의한 민주당과 반전운동 지도자들에 대한 감시와 조직력 약화, 선거 개입은 권력 유지와 정치적 계산을 위해 시민을 희생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행정부의 불법적 선거 개입이 극단적 정점에 도달했음을 폭로한다. 켄트주·잭슨주 사건, COINTELPRO, 워터게이트, 그리고 트럼프 시대의 정치적 과잉 대응은 모두 권력과 군·정보기관이 시민 위에 군림할 때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폭력임을 경고한다.
■ 결론: 권력의 광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켄트주립대와 잭슨 주립대에서 흘린 피는 단순한 불행이 아니며, 전쟁과 정치적 계산을 위해 평화적 시민을 희생시킨 권력 남용의 결과이다. COINTELPRO는 민주적 사회의 기본권을 조직적으로 침해했고, 닉슨과 트럼프의 사례는 권력의 폭력이 얼마나 쉽게 반복될 수 있는지를 경고한다. 오늘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이 시민 위에 군림할 때, 권력의 광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가? 학생과 시민, 평화운동가들의 희생은 결코 잊혀서는 안 되며, 권력의 폭력은 단 한 번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트럼프에게서 닉슨의 광기가 느껴지는 지금, 우리는 역사를 기억하고 경계하며, 권력 남용을 철저히 견제해야 한다.

글 박동규 변호사 | 美시민참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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