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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재난, 우리는 무엇을 꿈꾸고 지키는가

〈오늘의 역사속으로〉 11월 1일
글쓴이 : 뉴스로 날짜 : 2026-11-01 (일) 18:42:53

〈오늘의 역사속으로〉 11월 1일

 


AI 생성 이미지


11월의 첫날, 서로 다른 두 장면이 역사의 무대에 겹쳐집니다. 1512년 로마에서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이 하늘을 그려 올린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1755년 같은 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대지진과 화재, 쓰나미가 도시를 휩쓸었습니다. 인간이 쌓아 올린 문명이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재난이었습니다. 예술은 인간이 무엇을 꿈꾸는지 보여주고, 재난은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묻습니다. 11월의 첫 장은 이 두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역사속의 주요 장면]

 

1512년 11월 1일 — 미켈란젤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을 열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天障畫)가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됐습니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는 약 4년에 걸친 작업 끝에 천지창조와 인간의 탄생, 구약성서의 이야기를 장엄한 프레스코화로 펼쳐 보였습니다. 특히 손끝이 닿을 듯 말 듯한 신과 인간의 모습은 르네상스 예술의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인간의 몸과 정신, 신앙과 상상력이 한 공간에서 만난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인류가 공유하는 문화유산입니다.

 

1755년 11월 1일 — 리스본 대지진, 도시를 삼킨 자연의 힘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을 강력한 지진과 쓰나미, 대화재가 덮쳤습니다. 지진은 아침 미사 시간에 발생해 많은 시민이 교회와 거리에서 희생됐고, 도시의 상당 부분이 파괴됐습니다. 사망자 수는 추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수만 명에 이르는 대재앙이었습니다. 이 참사는 유럽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자연재해와 인간의 운명, 신앙과 이성의 관계를 둘러싼 철학적 논쟁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1897년 11월 1일 — 독립협회 토론회, 인간의 존엄을 논하다

 

독립협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동포 사이에 남녀를 사고파는 행위가 도리에 어긋난다는 주제가 다뤄졌습니다. 당시 기록은 이 토론을 통해 100명 이상의 기생(妓生)이 자유를 얻게 됐다고 전합니다. 국권과 민권을 논하던 개화기 지식인과 시민들이 여성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까지 공론의 장에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장면입니다.

 

1952년 11월 1일 — 첫 수소폭탄 실험, 핵의 시대가 더 깊어지다

 

미국이 태평양 마셜제도의 에네웨타크 환초에서 ‘아이비 마이크(Ivy Mike)’라는 이름의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열핵무기를 폭발시킨 실험으로, 폭발력은 약 10메가톤에 이르렀습니다. 원자폭탄보다 훨씬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가 등장하면서 냉전의 군비경쟁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힘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입니다.

 

1956년 11월 1일 — 한국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 시작

 

한국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국이자 상업방송인 HLKZ-TV가 서울에서 정규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방송시간은 약 2시간, 시청 가능 지역도 서울 중심의 제한된 범위였지만 라디오에 이어 영상으로 세상을 만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텔레비전은 이후 뉴스와 문화, 대중의 생활방식을 바꾸며 한국 사회의 중요한 소통 매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1986년 11월 1일 — 광주직할시 출범, 호남의 중심도시로 새 출발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돼 공식 출범했습니다. 부산·대구·인천에 이어 네 번째 직할시였습니다. 광주는 행정적 위상과 자치 역량을 높이며 새로운 도시 발전의 전기를 맞았습니다. 특히 1980년 5월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간직한 도시가 새로운 행정적 지위와 함께 미래를 모색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되새길 만합니다.

 

1993년 11월 1일 — 마스트리흐트 조약 발효, 유럽연합 출범

 

마스트리흐트 조약(Treaty of Maastricht)이 발효되면서 유럽연합(European Union)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유럽 각국은 경제협력을 넘어 공동의 시민권과 외교·안보 협력, 단일통화 도입을 향한 제도적 틀을 마련했습니다. 오랜 전쟁과 갈등을 겪은 대륙이 국가 간 경계를 넘어 공동의 미래를 모색한 역사적 실험이었습니다.

 

[오늘의 탄생인물]

 

최두선(崔斗善, 1894~1974)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언론인으로, 대한민국 제8대 국무총리를 지냈습니다. 중앙학교 교장으로 교육에 힘썼고 조선어연구회에 참여해 우리말과 민족문화의 보존에도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단체 흥업구락부에서 활동하다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알프레트 베게너(Alfred Wegener, 1880~1930)

독일의 기상학자이자 지구물리학자로, 대륙이동설을 제시한 인물입니다. 오늘날 판구조론의 토대가 된 이 이론은 처음에는 학계의 회의와 반대에 부딪혔지만, 이후 지질학의 발전과 함께 중요한 과학적 통찰(洞察)로 인정받았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1935~2003)

팔레스타인계 미국의 문학비평가이자 사상가입니다. 저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통해 서구가 동양을 바라보고 재현해 온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식민주의와 문화적 권력, 정체성에 관한 논의를 확장한 현대 인문학의 중요한 지성입니다.

 

[오늘의 타계인물]

 

박은식(朴殷植, 1859~1925)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사학자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냈습니다. 《한국통사》와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저술해 일제의 침략과 우리 민족의 독립투쟁을 기록했습니다. 그는 역사를 잃으면 민족의 정신도 잃는다위성을 일깨웠습니다. 임종을 앞두고 동포들에게 독립을 위해 반드시 단결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유재하(1962~1987)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꾼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단 한 장의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를 남겼지만, 클래식 음악의 정교한 화성과 대중가요의 서정성을 결합한 독창적인 음악으로 후대 음악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물다섯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지금도 사랑과 청춘의 기억 속에 살아 있습니다.

 

김현식(1958~1990)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입니다. 거칠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내 사랑 내 곁에》, 《비처럼 음악처럼》, 《사랑했어요》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습니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감성과 대중적 울림을 잇는 가수로 평가받으며, 서른둘의 나이에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재하와 함께 11월 1일이면 더욱 그리워지는 음악인입니다.

 

[오늘의 한마디]

 

11월 1일 한쪽에서는 인간의 창조성이 찬란하게 빛났고, 다른 한쪽에서는 문명의 오만을 돌아보게 하는 자연의 경고가 울렸습니다. 또 다른 11월 1일의 기억도 있습니다. 독립운동가 박은식이 민족의 역사를 지키려 했고, 유재하와 김현식은 서로 다른 목소리로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열었습니다. 세 사람의 삶은 분야도 시대도 달랐지만, 자신이 믿는 가치를 끝까지 남겼다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고, 잊힌 목소리를 기억하며, 오늘의 삶을 조금 더 아름답고 존엄하게 만드는 일. 역사의 다음 페이지는 바로 그런 마음에서 쓰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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