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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광기는 어디까지 갈건가요”

밀러에 보내는 사촌의 공개서한
글쓴이 : 박동규 날짜 : 2025-10-09 (목) 21:44:49

밀러에 보내는 사촌의 공개서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사촌이자 그를 어릴 때 돌봐주던 여성 알리사 캐스머가 트럼프의 극우 보좌관을 향해 “악의 얼굴(face of evil)”이라 부르며 가차 없는 비판문을 올려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녀의 글은 뜨겁고도 가슴 아픈 고백(告白)으로 가득 차 있다.

 

“많은 분들이 제 사촌이 누군지 알고 계실 겁니다.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제게 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솔직한 글을 올리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두렵기도 합니다.”

 

캐스머가 7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최근 밀러의 권위주의적 행보가 심화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악의 얼굴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침묵은 그 고통을 더 깊게 만들 뿐입니다.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지만, 언젠가 다 말하게 되겠죠. 글이 깁니다. 말이 많아요.”

 

그녀는 이어서, ICE(이민세관단속국) 단속으로 인해 극심한 공황 발작을 겪고 있지만 침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어젯밤, 저는 제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슬픔의 단계를 깨달았습니다. 수년간 제 안에 잠들어 있던, 조용하지만 지속적인 슬픔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폭력적이고 사악한 뿌리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슬픔이죠. 숨이 막힐 때까지 울었어요. 몇 시간 동안 흐느끼며, 몸이 떨리고, 가슴이 짓눌려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탈출할 수 없는 공황 발작이었습니다. 10년간 쌓인 분노와 고통이 마침내 터져나온 걸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최근의 ICE 단속이 제 분노를 슬픔으로 바꾼 걸지도요. 무슨 이유였든, 제 안의 무언가가 완전히 부서졌고, 제 영혼을 뒤흔들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지금 슬퍼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점점 더 잔혹해지고, 미래는 날마다 멀어지는 것 같아요. 이 나라는 엄청난 부와 지능,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모든 사람이 존엄, 공정, 건강, 안전 속에 살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나라죠. 하지만 그 자원과 부는 소수의 손에 독처럼 쌓여, 나머지를 굶주리게 하고 있습니다. 특권은 잔혹함과 고문으로 낭비되고 있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성실하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가장 약한 구성원만큼만 강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약자들은 너무나 약해졌습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당신의 ‘의도된 설계’입니다, 스티븐.”

 

“가장 아픈 건 제 가족 안의 슬픔이에요. 저는 한때 사랑했던 사촌을 잃었습니다. 함께 자랐던 소년, 돌봐주던 아이, 마이클 잭슨과 고스트버스터즈에 빠져 있던 그 꼬마. 주의를 끌고 싶어 하던 어색하고 웃긴, 하지만 언제나 다정했던 중간아이. 저는 그를 알렉스 P. 키튼 같은, 조금 보수적이지만 무해하고 귀여운 아이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틀렸습니다. 당신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 저를 무너뜨립니다. 당신이 변한 모습, 그리고 그로 인해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슬퍼합니다. 당신의 아이들—나는 그들을 영영 만나지 못할 겁니다. 당신이 선택한 잔혹한 길 때문에, 더 이상 그 가족의 일부가 될 수 없습니다. 피가 섞였다 해도, 나는 결코 ‘악’을 내 삶에 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권력, 그리고 그 권력을 가능케 한 사람들까지 슬퍼합니다. 나를 지탱해주던 가족이 이제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심지어 두렵게 만듭니다. 어쩌면 나는 이 사람들을 한 번도 진정으로 알지 못했는지도요. 매일같이 가슴이 찢어집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행동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슬퍼합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이민자 공동체, 캘리포니아, 그리고 온 나라가 당신의 잔혹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민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을 갈라놓고, 단지 피부색이 갈색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건 범죄자나 불법입국에 관한 것이 아니었어요. 이제는, 전쟁 수준의 ICE 예산이 들어 있는 이 끔찍한 법안이 통과되며,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 증오의 광기는 어디까지 갈 건가요? 무엇을 만들려는 겁니까—공포 말고? 이민자들은 당신의 성장 환경의 일부였잖아요. 이 잔혹함은 혹시 당신 안의 일부를 부정하려는 시도입니까?”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불법체류자뿐 아니라 시민들까지 공포에 몰아넣는 가혹한 ICE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건 법 집행이 아니라, MAGA 진영이 증오하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트럼프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늘 묻습니다. ‘스티븐, 도대체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아마 자만심, 두려움, 증오, 야망이 한데 뒤엉켜 잔혹함으로 변했겠죠. 당신은 부와 안전 속에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무기화했습니다. 너무 늦기 전까지, 저는 그 추락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죄책감과 수치심뿐이에요. 그때 우리가 SNS로 당신의 모습을 봤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우리는 분명히 나섰을 겁니다. 개입했을 거예요. 그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너무 슬픕니다.”

 

“그리고 더 아픈 건—우리는 유대인으로 자랐다는 사실입니다. 당신도 알잖아요, 스티븐. 우리는 생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포그롬, 게토, 홀로코스트—그건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이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Never again)’ 기억하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하는 일은 그 신성한 약속을 짓밟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간신히 살아남은 그 잔혹함을, 당신이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어요.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잊지 말라고 배웠잖아요. 그런데 당신은 모든 걸 지워버렸습니다. 그 잔혹함이 당신을 통해 이렇게 가까이 느껴지는 게, 저를 부끄럽고 절망스럽게 만듭니다.”

 

“나는 당신의 해악에 맞서 싸우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당신이 만든 피해를 되돌릴 수도, 당신이 되어버린 사람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공황 발작은 멈추지 않았고, 눈물도 멎지 않습니다. 이건 정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성과 품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잃었습니다.”

 

“당신은 집착과 자만심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생명을 파괴했습니다. 그토록 타락하고 사악한 정권을 지탱하기 위해서요. 이건 현실입니다. 이런 잔혹함과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저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이건 당신이 우리 가족에게 남긴 유산이에요. 나는 원하지 않았던 유산, 그리고 이제는 저주처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유산입니다.”

 

와우.

캐스머의 이 강렬한 글은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린다.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MAGA 파시즘이 어디서 고개를 들든, 가족이나 친구라 해도 맞서야 한다.

침묵은 공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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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동규 변호사 | 美시민참여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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