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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인가

글쓴이 : 김중산 날짜 : 2021-05-30 (일) 10:46:52

 

22일 경향신문에 실린 <사유와 성찰>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인가란 제목의 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가 쓴 칼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제와 내용이 깊고 묵직한 그의 칼럼은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여전히 위협적인 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정통성과 관련한 비판적인 내용의 글을 쓰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진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원 교무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나는 이미 몇 년 전에 대한민국이 과연 주권국가가 맞는가에 대한 의구심(疑懼心)을 품고 수 차례 비판적인 글을 쓴 바 있다.

 

대한민국이 주권국가인가라는 물음에 귀하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군사주권인 전시작전권을 넘겨준 것으로도 모자라 해마다 천문학적인 방위비까지 퍼줘가며 외세에 안보를 의존하는 나라를 주권국가라 부를 수 있을까. 미국의 승낙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나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것도 미국이 노(No)하면 이내 휴지조각이 되는 나라가 속국이 아니면 대체 뭘까.

 

어떤 나라가 주권국가인지 아닌지는 그 나라가 강대국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알 수 있다. 남한(남조선 ROK)과 북한(북조선 DPRK)은 그점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소환해 남북한 중 과연 어느 나라가 주권국가인지 확인해보자.

 

북한이 명실상부한 주권국가임을 전 세계에 확실하게알린 사건이 있다. 북한 124군부대 소속 특수요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여 대통령 박정희를 제거하려다 미수(未遂)에 그친 이른바 김신조 사건이 있은 이틀 후인 1968123일 당시 미국이 두 척밖에 갖고 있지 않았던 세계 최첨단 정찰함 중 하나인 푸에블로호가 영해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북한이 나포한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으로 미국은 미 해군 역사상 최초로 외국군에게 자국의 함정이 피랍당하는 치욕적인 기록을 남겼다.

 

미국은 북한이 공해상에 있던 자국 군함을 불법으로 나포해갔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막강한 제77기동함대를 원산 앞바다에 배치시켜놓고 당장이라도 북한을 박살낼 것처럼 군사적 위협을 가했지만 북한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에 당황한 미국은 당시 밀월관계에 있던 소련(현 러시아)에 함선과 승무원을 조속히 송환하도록 북한에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북한을 한낱 소련의 꼭두각시 위성국가 정도로 오판(誤判)하고 소련의 말 한마디면 북한이 쩔쩔매고 즉시 석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북한은 소련의 압력에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미국의 협조 요청을 받은 소련 외상은 여러 차례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 조두환을 외무성으로 초치했지만 조 대사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든 미국 국무장관이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 김동조를 국무부로 호출했는데 감히 김 대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를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수직적인 한미 관계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 대사가 계속 소환에 불응하자 이에 화가 난 소련 외무차관이 직접 차를 몰고 북한대사관을 찾아갔는데 대사는 콧배기도 안 보이고 대사관 현관에 나와 외무차관을 영접한 사람은 말단 3등서기관이었다. 외교 관례 따위 아랑곳 않고 북한은 그렇게 최대 우방이자 초강대국인 소련의 콧대를 꺾어놨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곧장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타전됐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온갖 군사적 위협과 외교적 노력에도 뜻을 이루지 못한 초강대국 미국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영해 침범 사실을 시인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약소국인 북한에 손발이 닳도록 빌고 나서야 승무원을 돌려 받았지만 푸에블로호는 여전히 나포 상태로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평양 보통강변에 처연히 묶여 있다.

 

누가 뭐래도 이제 북한은 핵보유국이다. 하물며 핵이 없을 때도 북한은 초강대국에 전혀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당당했다. 엉터리 반공교육과 수구 언론의 악의적인 가짜 뉴스에 세뇌(洗腦) 된 수많은 한국인들은 지금도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괴뢰국가인 줄 알고 있다. 이미 푸에블로호 사건을 통해 사실은 그와 정반대임이 드러났는데도 종속적인 한미 관계에 길들여진 남한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미국에 쩔쩔매듯 북한 사람들도 중국과 러시아에 의례 그러려니 착각하고 살고 있다.

 

북한 지도자들은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미국 같은 초강대국들과 결연히 맞서는 지극히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사람들이다. 강대국의 횡포 앞에 무릎 꿇고 사느니 차라리 서서 싸우다 죽음을 택할 사람들이다. 반면 남한 지도자들은 망국적인 숭미 사대사상에 찌들어 허울만 주권국가일 뿐 사실상 미국의 보호령이나 다름 없는 한심한 나라를 만들어 놓고도 창피한 줄 모르고 도리어 북한을 괴뢰(꼭두각시)’라 부르며 헛소리를 하고 있으니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속담에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 단언컨대 미국의 허락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남한은 미국의 꼭두각시가 맞지만, 푸에블로호 사건 처리 과정을 통해 드러났듯 북한은 명실상부한 자주 독립 주권국가. 이렇게 말하는 나를 설령 종북 빨갱이로 매도한다 해도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나는 그저 내 양심과 지성에 따라 사실을 말할 뿐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중산의 LA 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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