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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지도자 장준하선생의 3남 장호준 목사는 1999년 다문화목회를 위해 UCC(그리스도연합교회)의 코네티컷 컨퍼런스의 초청으로 미국에 왔다. 유콘(코네티컷대학) 스토어스 교회는 UCC의 회중교회 정치제도에 따라 평신도 목회를 하고 다양성 수용과 정의평화 운동을 기초로 한다. 헌금을 강제하지 않고 예배때 성경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2007년부터 주중엔 초중학교 스쿨버스를 운전하고 주말엔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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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할아버지”

글쓴이 : 장호준 날짜 : 2018-12-18 (화) 05:47:31

 


슈레이야는 네팔에서 이주 온 젊은 부부의 막내딸입니다.


프리스쿨에 다니는 슈레이야는 오전반 인지라 아침 8시 02분에 픽업해서 11시 54분에 집에 내려줍니다. 부모가 모두 네팔 식당에서 일을 하는데 아침에는 엄마가 슈레이야를 스쿨버스에 태우고 학교 끝나고 집에 데려다 줄 때는 아빠가 나와서 픽업합니다.

 

몇 주 전에 슈레이야를 집에 데려다 주는데 처음 보는 할아버지가 나와 서 있습니다. 그것도 길가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버스를 세운 후 문을 열고 멀찌감치 떨어져 서있는 할아버지에게 외쳐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되세요?”

 

하지만 이 할아버지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손으로 가까이 오라고 하면서 몇 번 더 불러 보았지만 대답은커녕, 멀찍이 떨어져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슈레이야에게 “할아버지시니?” 하고 물었고 슈레이야가 그렇다는 대답을 하기에 내려 주었습니다. (이곳 스쿨버스 규칙 중 하나는 학교에 등록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아이를 내려주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그 후 며칠 간 할아버지가 슈레이야를 마중 나왔고, 할아버지는 첫 날 이후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버스가 멈추는 곳에서 멀찍이 떨어져 슈레이야를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한 주간(週間)을 지내고 아침에 슈레이야 엄마가 나왔길래 물어 봤습니다.

 

“지난 주 내내 할아버지가 픽업을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할아버지가 슈레이야를 픽업 할 거야?”

 

 “어, 식당일이 바빠져서 슈레이야 아빠 쪽 할아버지이신데 당분간 여기 사실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할아버지가 영어를 할 줄 아셔?”

 

슈레이야 엄마가 손을 내 저으며 말합니다.

 

“아니, 아니 전혀 못 하셔”

 

그래서 그랬던가 봅니다. 자기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말을 거니 거북하기도 하고 어쩌면 두렵기도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오기는커녕,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던가 봅니다.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가 저 할아버지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한동안 할아버지가 슈레이야를 픽업 한다고 하니 어쩌면 이런 불편한 관계가 매일 계속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마음먹고 다음날 슈레이야를 내려주면서 멀찍이 떨어져 눈도 마주치지 않는 할아버지를 향해 두 손을 공손히 모아 합장을 하고, 큰 소리로 외쳐 인사를 했습니다.

 

“나.마.스.떼!!!”

 

그러자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주 내내 나를 쳐다 보지도 않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잇몸이 드러나도록 활짝 웃으며 버스로 다가 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후 할아버지는 버스가 멈추기도 전에 달려옵니다. 와서는 나를 향해 먼저 합장을 하고 “나마스떼”하고 인사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가 알아듣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나마스떼’ 밖에는 더 할 줄 아는 말이 없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물론 같은 언어로 말을 해도 못 알아 듣는 것들이 더 문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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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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