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쿨 꼬맹이들을 다 내려주고 child check을 하는데 앰버가 앉았던 자리에 무언지 알 수 없는 진한 갈색의 찐득한 것이 좌석과 등받이 그리고 유리창까지 잔뜩 묻어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아 보니 내 예상 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앰버는 만 네 살이 채 되지 않은 다운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 아이입니다. 금년부터 프리스쿨에 다니면서 지난 화요일부터 내 버스를 타기 시작 했습니다. 부모가 직장 생활을 하는지라 데이 케어 쎈타에 앰버를 내려주게 되어 있는데, 학교를 떠나 데이 케어 쎈타까지 가는 동안에 그만 설사를 했던가 봅니다.
하지만 분별을 할 능력이 없는 앰버는 뭔가 불편한 것이 있었기에 기저귀 안으로 손을 넣어 꺼내 보았고, 그 손으로 좌석과 등받이 그리고 유리창까지 만지며 놀았던 것입니다.
베이스로 돌아와 매니저인 수잔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데이 케어 쎈타에 연락을 해서 확인 해 보라고 하고는 소독약과 청소용품을 가지고 버스로 가서 닦아 내기 시작 했습니다.
90도를 육박하는 전혀 9월 같지 않은 날, 반시간 넘게 버스 안에서 좌석과 등받이 그리고 유리창에 소독약을 뿌려 닦아 내고 안전벨트의 버클 안으로 스며든 오물을 일일이 파내고 나니 셔츠는 온통 땀으로 젖고 장갑은 안쪽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수잔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She suffered Down Syndrome, 난 앰버를 야단치지 않아, 야단 칠 생각도 없고. That's not her fault....”
순간 알 수 없는 것이 가슴 한 가운데를 타고 올라와 내 목을 와락 움켜쥐었습니다. 말을 계속 할 수가 없었습니다. 숨을 한 번 들이 쉬고서 이어서 말했습니다.
“내가 앰버를 위해 매일 이렇게 청소를 해야 한대도, I love to do. 다만 학교에 이야기를 해줘, 앰버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써 달라고 말이야”
내 눈을 쳐다보고 있던 수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습니다.
곁에서 내 말을 듣고 있던 킴벌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We love you, Chang..."
우리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결과가 아닌 것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웃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갑니다. 치욕적인 역사로 인해, 부패한 권력으로 인해, 사회적 부조리, 불합리한 사고(思考) 등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나 결단과는 전혀 무관하게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 하거나, 삶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웃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해고 노동자들, 이산가족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성소수자들, 갑질의 피해자들, 학대당하는 아동들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어린 생명들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당한 그리고 당하고 있는 고통은 결코 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잘못이라는 것이며 그러하기에 이들의 눈물과 고통을 모른 척 한다면 결국 그 결과는 이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로 덮쳐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와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하는 자들에게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역시 세상은 분리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함께 울어주고, 함께 일어서, 함께 외칩시다.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이러한 고통(苦痛)들이 우리 모두의 고통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코 외면하지 맙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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