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4월12일, PM 12:05:58 파리 : 4월12일, PM 07:05:58 서울 : 4월13일, AM 02:05:58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사진필진 l Kor-Eng    
 
미국필진
·권이주의 美대륙을 달린다 (160)
·김동석의 워싱턴워치 (79)
·김수복의 자력갱생 북녘경제 (20)
·김중산의 LA별곡 (71)
·김창옥의 빌라레비 훨훨 (17)
·김태환의 한국현대사비화 (80)
·김현철의 세상보기 (135)
·노정훈의 세상속으로 (31)
·노천희, ‘불멸의 남자 현승효’ (109)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121)
·세등스님의 세상과 등불 (5)
·신필영의 삶의 뜨락에서 (35)
·오인동의 통일 고리-Gori (50)
·장호준의 Awesome Club (152)
·피터 김의 동해탈환 이야기 (52)
·한동춘의 퍽 환한 세상 (15)
·한종우의 시사아메리카 (13)
장호준의 Awesome Club
민족지도자 장준하선생의 3남 장호준 목사는 1999년 다문화목회를 위해 UCC(그리스도연합교회)의 코네티컷 컨퍼런스의 초청으로 미국에 왔다. 유콘(코네티컷대학) 스토어스 교회는 UCC의 회중교회 정치제도에 따라 평신도 목회를 하고 다양성 수용과 정의평화 운동을 기초로 한다. 헌금을 강제하지 않고 예배때 성경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2007년부터 주중엔 초중학교 스쿨버스를 운전하고 주말엔 목회를 하고 있다.

총 게시물 152건, 최근 0 건 안내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함께 울고 함께 외칩시다”

글쓴이 : 장호준 날짜 : 2018-09-29 (토) 23:39:34

   

프리스쿨 꼬맹이들을 다 내려주고 child check을 하는데 앰버가 앉았던 자리에 무언지 알 수 없는 진한 갈색의 찐득한 것이 좌석과 등받이 그리고 유리창까지 잔뜩 묻어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아 보니 내 예상 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앰버는 만 네 살이 채 되지 않은 다운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 아이입니다. 금년부터 프리스쿨에 다니면서 지난 화요일부터 내 버스를 타기 시작 했습니다. 부모가 직장 생활을 하는지라 데이 케어 쎈타에 앰버를 내려주게 되어 있는데, 학교를 떠나 데이 케어 쎈타까지 가는 동안에 그만 설사를 했던가 봅니다.

 

하지만 분별을 할 능력이 없는 앰버는 뭔가 불편한 것이 있었기에 기저귀 안으로 손을 넣어 꺼내 보았고, 그 손으로 좌석과 등받이 그리고 유리창까지 만지며 놀았던 것입니다.

 

베이스로 돌아와 매니저인 수잔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데이 케어 쎈타에 연락을 해서 확인 해 보라고 하고는 소독약과 청소용품을 가지고 버스로 가서 닦아 내기 시작 했습니다.

 

90도를 육박하는 전혀 9월 같지 않은 날, 반시간 넘게 버스 안에서 좌석과 등받이 그리고 유리창에 소독약을 뿌려 닦아 내고 안전벨트의 버클 안으로 스며든 오물을 일일이 파내고 나니 셔츠는 온통 땀으로 젖고 장갑은 안쪽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수잔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She suffered Down Syndrome, 난 앰버를 야단치지 않아, 야단 칠 생각도 없고. That's not her fault....”

 

순간 알 수 없는 것이 가슴 한 가운데를 타고 올라와 내 목을 와락 움켜쥐었습니다. 말을 계속 할 수가 없었습니다. 숨을 한 번 들이 쉬고서 이어서 말했습니다.

 

내가 앰버를 위해 매일 이렇게 청소를 해야 한대도, I love to do. 다만 학교에 이야기를 해줘, 앰버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써 달라고 말이야

 

내 눈을 쳐다보고 있던 수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습니다.

 

곁에서 내 말을 듣고 있던 킴벌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We love you, Chang..."

 

우리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결과가 아닌 것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웃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갑니다. 치욕적인 역사로 인해, 부패한 권력으로 인해, 사회적 부조리, 불합리한 사고(思考) 등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나 결단과는 전혀 무관하게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 하거나, 삶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웃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해고 노동자들, 이산가족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성소수자들, 갑질의 피해자들, 학대당하는 아동들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어린 생명들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당한 그리고 당하고 있는 고통은 결코 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잘못이라는 것이며 그러하기에 이들의 눈물과 고통을 모른 척 한다면 결국 그 결과는 이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로 덮쳐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와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하는 자들에게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역시 세상은 분리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함께 울어주고, 함께 일어서, 함께 외칩시다.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이러한 고통(苦痛)들이 우리 모두의 고통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코 외면하지 맙시다.

 

 

 

0916 새버스를 받았다.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jhjac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QR CODE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제호 : 뉴스로 l발행인 : 盧昌賢 l편집인 : 盧昌賢
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l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 l창간일 : 2010.06.05. l미국 : 75 Quaker Ave Cornwall NY 12518 / 전화 : 1-914-374-9793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