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꼬맹이들을 모두 집에 내려주고 child check을 하는데 네 번째 좌석에 누군가 낙서를 해 놓았습니다. 그림도 아니고 글도 아닌 그저 동그라미와 그 안에 줄을 죽죽 그어 놓은 것인데 언뜻 봐도 크레용으로 그려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운전석으로 돌아와 거울로 네 번째 좌석을 비춰 보면서 누가 앉아 있었는지 기억을 되살려 보니 유치원에 다니는 조조가 앉았던 자리입니다.
그래피티(Graffiti)를 예술의 한 장르라고 보기도 하겠지만 이곳 학교에서는 공공장소에 낙서하는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엄격하게 가르칩니다. 특히 내 경우는 학년이 시작 할 때 아이들에게 낙서에 대해 아주 분명하게 일러두며 스쿨 버스 안에서 연필이나 크레용 같은 것들을 손에 쥐고 있지 못하게 합니다. 무언가 손에 들고 있으면 어딘가에 그리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지만 그 보다는 필기도구의 뾰족한 끝에 의해 아이들이 찔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아침 꼬맹이들이 모두 스쿨 버스에 탄 후에 물어 봤습니다.
“어제 너희들 다 내려주고 낙서가 되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누가 그랬는지 말 해 줄래?”
아이들이 내 말을 듣고는 서로 얼굴을 힐끔 쳐다보더니 서로 앞 다투어 말합니다.
“난 아니야. 내가 안 그랬어!”
“그래? 아무도 낙서를 하지 않았단 말이지?”
아이들이 모두 아니라고 합니다.
“매디, 네가 그랬니?”
“아니”
“들라니, 네가 그랬니?”
“아니야 내가 그러지 않았어”
아이들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면서 다시 물어 봤습니다. 조조 차례가 되었습니다.
“조조, 네가 그랬니?”
조조가 더듬거리며 말합니다.
“동그라미는 줄리아가 그렸는데...”
조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줄리아가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외칩니다.
“아니야 난 안 그랬어!!!”
다시 조조에게 물었습니다.
“조조, 줄리아가 아니라고 하는데?”
조조는 줄리아가 자기가 그리지 않았다고 우기는 소리를 듣더니 마음이 바뀌었는가 봅니다.
“나도 안 그랬어!”
아이들을 학교에 다 내려주고 교사인 핸드릭스에게 이 일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챙, 내가 교장에게 리포트 해 줄까?”
“아니야. 오후에 내가 다시 한 번 말 해 볼게. 조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고 싶어”
오후에 학교 끝난 아이들을 다 태우고 나서 말했습니다.
“아침에 내가 말 했던 것 생각나지? 어제 누군가 의자에 낙서 한 것 말이야. 그런데 너희들 중 아무도 낙서를 하지 않았다고 하니... 참 이상한 일이잖아. 누군가 낙서를 했을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혹시 너희들 중 좋은 생각이 있으면 내게 알려 줄래?”
그러자 4학년 제프리가 손을 번쩍 들고 스쿨 버스안에 있는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비디오를 봐, 비디오. 그러면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있잖아”
“아, 그러면 되겠구나. 카메라가 다 찍었으니 말이야! 그런데... 나는 비디오를 보기 전에 너희들 중에 누군가 솔직히 내게 말 해 주면 좋겠는데...”
내 말을 듣고 있던 조조가 슬그머니 손을 들고 나를 바라보더니 훌쩍이며 말합니다.
“내가 그랬어.... 동그라미는 줄리아가 그렸고 나는 네모를....”
조조를 집에 내려주며 말했습니다.
“조조, 내게 솔직하게 말 해 줘서 고마워”
쭈뼛거리는 조조의 손에 롤리팝 두 개를 쥐어 주었습니다.
신이 나서 손에 든 롤리팝 두 개를 마구 흔들며 기다리고 있던 엄마에게로 달려가는 조조의 뒷모습을 보면서 ‘정직함의 기쁨’이 조조의 삶에 새겨지기를 바라봅니다.
황교안이 또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대학 신입생들 앞에서 자기 자식 자랑을 하면서 말입니다. ‘정직함의 기쁨’을 가르쳐 준 사람이 없었기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될 만한 나이인데, 그것도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고 하니 참 찌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짓말 하지 말라’라는 계명도 있건만 말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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