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에 쏘였다. 늘 가는 금병산(金屛山)에 후배랑 갔다. 계곡길로 오르다 중턱 갈림길 옆에 큰 벌들이 있었다. 위압적인 큰 벌들에게 쏘이면 큰 일 날 것 같았다. 급하게 피해가려던 순간 왼쪽 종아리가 따끔했다. 쏘인 것이다. 혈관을 쏜 것인지 그 자리에서 피가 조금 나기도 했다.
하산하는 동안 내내 통증이 있었다. 후배도 역시 아킬레스 건 부근을 쏘였는데 반응 정도는 나 보다 약해 보였다. 집에 와서 씻고 약도 바르고 얼음 찜질을 했다. 찜질 중엔 통증이 없다가 얼음을 떼면 통증이 여전했다.
생각해보니 벌을 크게 타는 사람은 머리 부근에라도 쏘이면 쇼크사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시청에 전화를 걸었다. 등산로 관할 부서가 산림과라 했고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정확한 벌집의 위치 약도(略圖)를 사진으로 보내줬다. 두 시간 쯤 지나 산림과에서 관할 소방서 대원들과 장비를 챙겨 벌집 제거하러 가는 중이라고 연락이 왔다.

밤새 종아리가 가려워 여러 번 자다깨다 했다. 아침에 보니 좀 더 부어 있었고 여느 날 처럼 후배랑 산에 갔다. 어제 벌집이 있었던 자리는 초토화 되었고 죽은 벌들이 있었다. 주변엔 일 나갔다 돌아 온 벌인지 한 마리가 황당한 듯 배회(徘徊)하고 있었다. 생애 최고 큰 벌들이었다.
일선 공무원들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그나마 나라가 굴러가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 권력을 손에 쥔 어공들이 나라를 시궁창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다. 큰 일이다. 권력을 하루빨리 회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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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목백일홍, 간지럼나무

이 즈음 남도의 목백일홍 길가에, 사찰에, 고즈넉한 정자 앞 뜰에 짙푸름에 반해 붉게 조화로운 모습이 선합니다.
삶은 방랑(放浪) 총량의 법칙이 엄격히 적용되는지라 언젠가 그랬던 추억만 소환하며 지금 처지를 달래 봅니다.
명옥헌 연못에 불 타는 꽃그림자 아련하고, 정자 마루에 누워 꽃향기에 취하던 그 여름이 사뭇 그립습니다.

금산사 미륵전 앞 불심 깊은 배롱나무 세속을 품고 앉아 미륵을 기다리는 모습도 그냥 그리워만 할 뿐입니다.
빨갛도록 웃다가 지는 간지럼나무 꽃 다 지기 전에 만대루 앞 강 산 그늘에 가득한 꽃과 함께 깔깔거리고 싶습니다.
속절없는 삶이 여름처럼 후달리다 지치면
배롱나무 가까운 그늘에 앉아 실없는 웃음 웃고 가벼워지길 빕니다.

세월은 내 뜻과 상관없이 가고 오는 것, 사소한 아쉬움에 붙잡는다고 머물지 않고 징하니 얼른 가란다고 가지도 않더이다.
나무처럼 간지럼 타고 꽃처럼 붉은 웃음 한바탕 웃다가 이제 곧 다가올 가을을 담담하게 맞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