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그 아이
교문 옆 담장 위로 삐쭉 솟아
주렁주렁 늘어진 송이꽃 피웠던
아카시아 나무 아래로
전학가던 짝꿍 뒷꿈치 주위에
아카시아꽃이 흩어져 있었다

그 아이 없는 텅빈 공간에
아카시아꽃 향기 짙어지면
달콤한 향기로 돌아온 듯
반가웠었다
본 세상만큼 커진 내 눈에
지금은 손바닥 만한 국민학교 그 자리엔
낯선 느티나무 서 있는데
생경(生硬)한 꽃나무 한 그루
빨갛게 화장한 듯한 꽃아카시나무,
그 아이가 문득 생각났다
아, 이젠 할머니가 되었겠구나
아카시아 처럼 향기는
여전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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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
능선(稜線)의 빈 의자, 비에 젖은 채
누구를 기다리나

가득한 고요, 텅 빈 숲은
빗소리가 채우고
바람 가끔 적막을 쓸어낸다
늘 곁에 선 키 큰 소나무
어깨를 감싸 안개가 위무慰撫할 때
뻐꾸기 한 마리 정적을 깬다
너 떠나던 5월, 그날처럼
싸리꽃은 피었는데
가슴 적시는 비가 내리고
빈 의자엔 안개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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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닥고개 담쟁이

가파른 숲 깔닥고개를 오르다 곁을 보니 수직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가 보였다. 운명도 숙명도 사명도 아닌 그저 한 생명의 과정인 것을 때론 혼자만 아득하게 기어오르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둘러 보면 혼자가 아니다. 사방에서 오르고 있다. 뿐아니라 걸어서라도 오를 수 있지 않는가. 지금 이 순간, 걷는 사람이 가장 부러운 사람들도 있다는 걸 자꾸만 잊는다. 에구 횡설수설이 길어지겠다. 그만 일어서자. 또 걷자. 그저 올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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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 산딸기와 오디
산길에 스틱 두 짝이 흩어져 있고 숲 안쪽에서 두 사람이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기에 물어보니 오디를 찾는단다.
산뽕나무는 대체로 오디가 작은데 왕오디가 숲길에 떨어져 있으니 이들이 큰 뽕나무 아래 풀숲을 뒤지게 된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끊임없이 주는 숲..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서로 소통(疏通)하고 교감(交感)하고 함께 나눈다.
그 중, 욕심 많고 독선 이기적이고 무지막지하게 폭력적인 부류가 가장 많은 게 인간종일 것이란 생각이 문득.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