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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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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솔로로

힘든 귀가길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23-04-19 (수) 21:13:18



어제 C를 혼자 집에 보냈다.

 

원래 오늘 아침 배달이었는데, 열심히 달려서 어제 오후에 들이밀었더니 다행스럽게도 화물을 받아주었다. 핏스톤 터미널까지는 30마일 거리. 예까지 왔으니 하루 일찍 홈타임 가기로 하고 핏스톤 터미널로 향했다.

 

가면서 버스표도 예매했다. 저녁에 스크랜튼에서 출발하는 Flix 버스를 예매했는데, 잠시 후 예매가 취소됐다는 이메일이 왔다. 사정을 알아보니 버스 드라이버가 갑자기 아파서 못 온다고 했다. 서둘러 다른 버스 회사를 알아보고 예매했다. 예전에 타고 다니던 Martz 버스다. 가격이 두 배나 비싸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다음 로드가 들어왔다. 뭥미? 내일 밤에 메릴랜드에서 받아서 모레 아침에 펜실베이니아로 배달하는 화물이다. 당연히 리젝했다. 브라이언이 항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7일날 집에 가는 거 아니었냐? 200마일에 1,000불이면 좋은 거 아니냐. 이렇게 취소하면 고객에게는 어떻게 하냐 등.

 

고민을 하다 C만 먼저 집에 보내기로 했다. C는 집에 갈 생각에 부풀어 있는데, 이틀을 더 미루자하면 실망이 클 것이다. 예매한 표의 QR코드를 C에게 전송해주고 먼저 집에 가라고 했다. 거리가 짧아서 혼자서 처리할 수 있다. C는 미안해 하면서도 우버를 불러 스크랜튼 버스 터미널로 갔다. 나는 이틀 후로 버스표를 연기했다.

 

브라이언은 계속 내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럴 것이다. 자기 일정 희생해가며 회사 일 봐주는 사람이 어디 흔한가. 고마우면 앞으로 좋은 로드나 달라. 나는 일찍 집에 가봐야 할 일도 없다. 아내는 지난 달에 한국에 가서 다음 주에나 온다.게다가 C를 이틀 더 붙잡아두면 최소 250달러의 급여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 그러니 버스표 끊어 줘서 C를 보내는 게 내게도 이득이다.

 

야드에 앉아 있자니 바로 앞 트레일러가 빠져 자리가 났다. 앗싸! 트레일러 주차하고 잠깐 눈을 붙인다고 누웠는데 다음날까지 잤다.

 

아침에 슬슬 일어나 세차하고 출발하는데 아웃바운드에서 제동이 걸렸다. 내가 끌고 온 트레일러가 샥(shock)이 안 좋다는 것이다. 그랬으면 어제 터미널에 들어올 때 얘기를 했어야지. 어제는 타이어만 교체하더니. 다시 유턴해서 야드에 트레일러를 내려 놓고 트레일러샵에 전화해 새 트레일러를 물어봤다. 잠시 후 메시지가 왔는데 알렌타운의 리니지 콜드스토리지에 가서 빈 트레일러를 연결하란다. 가는 경로 상에 있으니 상관은 없다.

 

리니지에 거의 도착할 무렵 전방에 사고가 났다. 승용차가 월마트 트레일러 밑으로 들어가 있다. 중년 여성이 밖에서 핸드폰으로 촬영 중인 것으로 봐서 운전자는 크게 다치지 않은 모양이다. 다른 트럭도 사고와 연관이 있는 지 전방 갓길에 서 있었다.

 

리니지에서 새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나왔다. 아까 사고 현장을 지나는데 사고 차량에서 화재가 나서 승용차는 전소하고 트레일러도 많이 탔다. 반대편 차선 통행은 완전 차단됐다. 나는 아까 운 좋게 잘 지나갔다.

 

오후 1, 발송처에 도착했다. 전에도 와 본 곳이다. 원래 오후 8시에서 자정 사이에 픽업 약속이다. 하지만 일찍 왔다. 그래야 새벽 2시와 오전 8시 배달 시간에 맞출 수 있다. 혼자서 일하면 시간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도착 후 얼마 안 있어 화물이 준비됐다. 나는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서류를 받은 후에도 바로 출발하지 않고 발송처 야드에 주차했다. 여기서 최소 7시간을 쉬고 출발해야 한다. 7/3 스플릿이다. 7시간을 Sleepberth 모드로 쉬고 나면 내가 어제 쓰고 남은 약 7시간의 운전 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이후 3시간을 연속해서 쉬면 4시간의 운전 시간이 더 들어와서 하루 총 11시간의 운전 시간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해야 배달 약속 시간도 맞출 수 있고, 터미널로 돌아갈 시간도 확보한다. 이게 그렇게 복잡한 건 아닌데 이해를 잘 못해서 배달에 늦거나 규정 업무 시간을 위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원래 이곳은 주차가 허용되지 않는 곳인데, 나처럼 몇 시간 주차는 그다지 간섭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따 밤 10시쯤 슬슬 출발해야 겠다.



 


**************************************

 

힘든 귀가길

 

집에 가기 힘들다.


어젯밤 10, 발송처를 출발할 때는 일이 이렇게 틀어질지 몰랐다. 새벽 2시 약속인 첫번째 배달처에서 아침 1130분이 되어서야 서류를 받아서 나올 수 있었다. 그 다음 약속이 오전 830분인데 이미 지났다. 처음에는 짐 내리고 나서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염려했다. 14시간 업무가 끝나서 최소 7시간은 어디서 쉬어야 한다. 그런 염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짐 내리는 데 9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곳이 최종 배달지였으면 괜찮다. 짐 내리면서 밤새 주차도 하고 10시간 휴식도 취하며 디텐션 페이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

 

최종 배달처로 서둘러 달려갔지만, 이미 하차 업무는 오전 10시에 끝났단다. 이런 젠장. 회사에 연락해 오후 11시로 다시 약속을 잡았다. 근처에 트럭 10대 정도 세울 수 있는 작은 트럭스탑이 있다. 마침 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

 

트럭을 주차하고 집에 가는 버스표를 내일 아침으로 다시 예매했다. 그런 후 냉장고 털이를 시작했다. 집에 가기 전에 냉장고에 있는 음식 중 상할 것들을 최대한 먹어 없애기로 했다. 남은 햄버거 스테이크 2개는 전자레인지에 조리해 먹었다.

 

기다리며 트럭 실내나 청소하려 했더니 진공청소기가 망가졌다. 손잡이가 깨져 있어 그런지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존에 하나 주문해야겠다.

 

요즘 화제인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을 시청했다. 재미있다. 전도연이라는 외소한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이런 영화도 만들 수 있구나. 오락영화로 나무랄데 없다.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니까 오후 1030분에 출발하면 되겠다. C를 먼저 집에 보내길 잘 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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