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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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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는 지금이 푸르다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23-04-17 (월) 16:06:26


 

캘리포니아는 지금이 가장 푸르다.

 

캘리포니아 서부 연안은 3월에 신록이 빛을 발한다. 나무가 거의 없어 민둥산처럼 보이는 언덕은 연록색 풀로 덮혀 있다. 한 달만 지나면 이 풀은 금색으로 변한다. '동산에 금잔디'가 여기서 왔나 보다. 금잔디도 나름 예쁘지만, 역시 신록(新祿)이 주는 편안함을 따를 순 없다.

 

북부 캘리포니아는 눈폭풍으로 고생하는 동안 우리는 남쪽으로 내려왔다. 샌디에고와 LA 인근에서 야채를 싣고 미네소타로 가는 일정이다. LA에서 샌디에고 사이에는 트럭스탑이 없다. Fort Tejon에 주차하고 자다가 새벽 2시에 길을 나섰다. LA의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I-5로 오다가 I-15로 우회했다.

 

샌디에고는 처음 왔다. 발송처에서 몇 마일만 더 남쪽으로 가면 멕시코 국경이다. 발송처가 문 열기를 기다려 체크인을 하니 스트릿에 주차하고 기다리란다. 공산품과 달리 농축산물은 언제 실을 지 모른다. 농장에서 수확하거나 도축해서 상품으로 포장하는 준비 과정 때문이다. 여기서 싣는 화물은 아마 멕시코에서 온 농산물일 것이다. 화물이 안 도착했을 수도 있다.

 

나로서는 캘리포니아에서 농산물을 싣게 된 것만으로도 반갑다. 이상 기후로 작황에 영향이 있었겠지만 조속히 정상화되어 미국인들의 식탁에 신선한 야채를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돌아가는 경로는 I-70을 이용한다. 눈 소식에 살짝 걱정이지만, 가능하다면 I-40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가볼까 한다. C는 아직 I-70으로 록키 산맥을 넘어보지 않았다. 고생스럽더라도 트레이닝 기간에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좋다.

 

C는 한 달 사이 체중이 10파운드가 줄었다고 한다. 당연한 현상이다. 이 생활에 적응하고 운전 중 간식 거리를 입에 대면 다시 찌는 것은 시간 문제다. 대개는 평소보다 체중이 는다. 그래서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신체 건강과 더불어 정신 건강도 돌봐야 한다. 근심 걱정 내려놓고 이 순간을 즐기자.

 

트럭 일을 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기다리는 동안 하릴없이 게임이나 동영상 시청 등으로 시간을 죽이면 나중에 현타가 온다. 쉬는 것도 능동적이어야 한다. 이 시간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

 

운좋게 피한 폭풍

 

캘리포니아에서 실은 것은 딸기였다. 블루베리도 약간 실었다. 농사를 망친게 사실인 모양이다. 모두 세 곳을 돌았는데 두 번째 간 곳만 주문량을 채웠다. 첫 번째가 물량이 가장 많았는데 주문량의 20% 정도만 실었다. 그 결과 트레일러가 무척 가볍다. 내 입장에서야 화물이 가벼우면 연료가 절약되어 좋지만, 전체 경제 차원에서는 자원 낭비다.

 

70번 도로를 포기하고 40번 도로를 선택했다. 탁월한 결정이었다. 70, 80, 90번 등 북쪽의 대부분 도로가 강풍으로 통행 금지 되거나 폭설로 체인을 차야 했다. 그동안 폭풍이 나만 따라다니는 것 같더니 이번에는 운 좋게도 피해갔다.

 

토네이도로 중남부 지방에 큰 피해가 있었는데, 나는 여유로운 일정 덕분에 매일밤 자면서 천천히 오다보니 그조차 비껴갔다. 겨울 왕국 미네소타에는 어제까지도 눈이 내렸다. 내일 배달할 시간쯤에는 제설 작업이 끝났을 것이다.

 

그동안은 트럭스탑에서 밤을 났는데, 오늘은 일부러 휴게소(Rest area)에 멈췄다. 아침에 월마트에서 산 햄버거 스테이크를 구워 먹기 위해서다. 휴게소에는 야외 테이블이 있어 식사나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서 밖에서 고기만 구워 식사는 트럭에서 했다. 트럭에서 고기를 구우면 기름도 튀고 냄새도 밴다. 매일 비슷한 음식을 사 먹는 건 질리기도 하고, 직접 요리를 해 먹는게 더 맛있고 경제적이다. 물론 요리를 준비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니 귀찮기도 하다. 지금처럼 일정이 여유로울 때나 하지 바쁠 때는 못 한다.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도 봄에나 가능하다. 겨울에는 추워서, 여름 이후에는 벌레가 달려들어서 못 먹는다.

 

C는 내가 밥을 사거나 마트에서 산 음식을 나눠 먹는 게 부담스러운지 식사를 잘 안 했다. 개의치 말고 마음대로 먹으라고 해도 음식에 잘 손을 대지 않았다. 내가 챙겨주면 그제서야 마지못해 조금 먹는다. 밥은 당연히 내가 사야하는 게 아니냐던 어느 학생과 대조적이다.

 

이제 다음 주면 집에 간다. 부활절(復活節) 연휴는 집에서 보낼 수 있다. C에게 집에 가면 뭐가 먹고 싶냐고 물으니 전부 다란다. 아내에게 네가 할 수 있는 거 모두 준비하라고 얘기했단다. ㅋㅋ

트럭 운송업계는 화물이 줄어들어 운임도 떨어져 어려운 1분기를 보냈다. 2분기부터는 사정이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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