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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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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윈터? 봄은 막을수 없다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23-03-30 (목) 23:22:46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로 가는 화물을 운송 중이다. 일본으로 수출하는 쇠고기다. 비교적 넉넉한 일정으로 받았건만 예정일인 화요일은 물론, 수요일이나 목요일까지도 도착 못 할 것 같다. 겨울 폭풍 때문이다. 이번 겨울은 끝이 없다. (원주민에게서) 빼앗은 들에도 봄은 오는가?

 

I-80번 고속도로 와이오밍 구간이야 자주 막혔다 열렸다 하는 곳이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이번에는 네브래스카 거의 전 구간이 막혔다. 네브래스카는 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지다. 바람은 좀 불어도 눈으로 막힌 적은 없다. 다들 이번 겨울 날씨가 최악이라고 울상이다.

 

트레이닝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중고(二重苦)를 겪는다. 고정비용 때문이다. 트럭 페이먼트와 트레이니 페이는 꼬박꼬박 나간다. 지난달부터 트레이니 페이 지급 체계가 바뀌어서 이전보다 한 주에 200~300불이 더 나간다. 트럭 페이먼트와 맞먹는 액수다. 프라임이 최근 몇 년간 어떤 송사에 휩싸였고 그 판결 결과로 트레이니의 페이를 더 지급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문제는 그 늘어난 비용을 트레이너에게 고스란히 전가했다는 점이다.

 

불경기로 화물 운송이 줄어든 상황에서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 길에 며칠 씩 멈춰 있으면 수입 저하로 이어진다. 페이스북의 프라임 트레이너 게시판에는 몇 주째 학생보다 자신이 가져간 돈이 더 적으며, 심지어 마이너스가 났다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다들 2분기에는 날씨가 풀리고 화물이 늘어나겠지라는 희망으로 버틴다. 만약 2분기 이후로도 화물 운송 경기가 지금처럼 나쁘면 트레이닝을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할 것은 자명하다. 지금 속도면 C의 트레이닝을 마치려면 6월말이나 7월 중순이 될 것 같다.

 

나는 C의 트레이닝을 시작한 이후 눈폭풍을 비교적 잘 피한 편이라 날씨에 따른 차질은 적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대로 걸렸다. 달리 우회할 도로도 없다. 그곳도 마찬가지 상황이니까. 게다가 관측 이후 역대 두 번째 적설량을 기록했다는 캘리포니아의 도너 패스에 수요일까지 수십 인치 적설량을 몰고 올 눈폭풍이 예고되어 있다. 원래는 아슬아슬하게 피해갈 수 있는 일정이었지만, 지금 네브래스카에서 하릴없이 앉아 있어서는 도리가 없다.

 

이상 기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더 심해질 것이다. 북서부 지방은 5월에도 눈이 내린 적이 있다. 당장의 날씨는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다.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하는 게 최선이다. 항상 명심해야 할 격언은 "내 목숨보다 귀한 화물은 없다"는 문장이다.

 

**************************

 

이번에도 정시 배달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그것도 배달 약속 시각보다 두 시간 일찍. 약간의 행운과 노력이 합쳐져 정시 배달이 가능했다.

 

어제 오전 네브래스카 I-80 도로가 열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출발했다. 왜 도로를 차단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도로 상태도 양호하고 주변에 눈도 별로 없었다. 와이오밍 구간도 평소와 달리 바람도 덜 불고 노면도 깨끗했다. 문제는 유타에 들어서자 생겼다. 눈이 내리는데다 제설 상태도 안 좋다. 유타 구간에서 이 정도 눈길을 달린 적이 있었던가? 기억에 없다. 오죽하면 눈도 별로 안 내리는데 용케도 동계 올림픽을 치뤘다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

 

운행을 포기한 트럭들이 휴게소나 갓길에 늘어섰다. 어쨌든 도로는 열려 있으니 계속 달렸다. 솔트 레이크 시티를 앞둔 높은 고개 앞에서는 나도 멈췄다. 체인을 차고 넘어야 한다. 어둡고 제설 작업도 안 된 상태라 날이 밝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두어 시간 눈을 붙인 후 확인하니 여전히 눈은 내렸지만 도로 제설 작업은 했는지 바닥이 보였다. 눈이 그치려면 몇 시간 더 기다려야 한다. 고민하다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스노우 삭스는 착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정도 노면 상태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게다가 고개를 넘은 후 시내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갓길에 멈출 공간이 없다. 체인이나 삭스를 차고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시속 20마일 이하로 달려야 삭스에 손상이 없다. 현재 노면 상태에서 그 정도 느린 속도면 맨 타이어로 달려도 별 차이 없다.

 

예전에는 훨씬 심한 상태에서도 겁 없이 다녔다. 이젠 겁난다. 그렇다고 그 경험과 실력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조심하며 달렸다. 고개를 넘고 시내 구간을 통과하니 딴 세상이 펼쳐졌다. 눈 구름이 솔트 레이크 시티 주변에만 몰려 있었다. 곧 화창한 날씨로 바뀌었다.

 

월요일부터 도너 패스에 내린다는 눈은 화요일 새벽부터 내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 시간이면 우리가 통과한 이후다. 운이 따랐다. 이번에도 정시 배달에 성공이다. 네바다에서 샤워와 식사를 하는 여유까지 누렸다. 도너 패스는 C가 운전해서 넘었다. 눈비가 내리지 않으니 지난 주에 왔을 때보다 훨씬 수월했다. 고개 정상의 휴게소도 다시 열렸다.

 

캘리포니아에서 빠져 나갈 때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I-80으로 가기는 힘들 것 같고, 남쪽으로 내려가 지난번처럼 I-40을 이용한다면 무난할 것 같다. 눈폭풍이 온다고 해도 봄기운이 다가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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