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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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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로드로 보는 美경기 침체

캘리포니아에 와보니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23-03-25 (토) 19:41:14

캘리포니아에 와보니

 

월요일 배달을 위해 이틀을 쉬면서 간다. 어제 솔트레이크시티 터미널에서 자고, 오늘은 네바다의 한 작은 도시에서 잔다. 내일도 몇 시간만 달리고 네바다 서부 어느 마을에서 자고 갈 예정이다. 일단 캘리포니아에 들어서면 쉴만한 곳이 없다.

 

예전 같으면 배달이 이틀이나 늘어진다고 불평했겠지만, 지금은 이틀이나 글 쓰고 책 읽을 시간이 생겨 좋다. 그러고는 챗지피티 이용해서 막장 소설 쓰기 놀이나 한다.

 

예년에 비해 화물(貨物)이 줄었다. 나만 느끼는 게 아니다. 다른 프라임 드라이버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화물을 받기까지 더 오래 기다리고 더 먼 거리를 공차(deadhead)로 간다. 배달 일정은 늘어진다. 2~3일이면 가능한 거리를 4~5일을 준다.

 

화물은 준 반면 트럭은 늘었다. 최근 트럭 드라이버로 전업한 사람이 많아졌다. 불경기에 이만한 돈이라도 버는 직업이 트럭 운전이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운임은 줄어든다.

 

식품 운송이라 이나마 유지하지, 일반 화물은 더 형편 없는 모양이다. 금방 종식될 것 같았던 코로나가 2년을 넘게 끌었다. 공급망 대란을 겪었다. 경제가 정상이면 더 이상하다.

캘리포니아는 농사를 망쳤는지, 채소와 과일 운송이 눈에 띄게 줄었다. 캘리포니아에 들어오면 좋은 운임으로 농장에서 채소를 싣고 나갔는데, 요즘에는 별로 없다.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 아니 이미 진행 중이다. 주식 시장만 애써 외면하며 모른척 할 뿐이다. 하지만 오래 못 간다. 반짝 상승한 지금이 탈출 시기다. 오랜 하락이 이어질 것이다. 테슬라와 애플 등 장기로 가져가는 종목도 다 정리하고 전액 현금 보유로 돌릴 생각이다.

 

이른바 자발적 깡통이다. 깡통을 몇 번 차야 주식 고수가 된다고 한다. 나는 그럴 여유가 없으니 깡통 찬 셈치고 계좌를 정리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 자산 시장의 하락은 반가운 일이다. 주식이 다시 오름세를 보일 때 주워 담으면 된다. 조급할 필요 없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하락장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 옵션으로 숏 포지션을 잡으면 된다. 한국에서는 옵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옵션을 하는 개인은 별로 없다. 미국에서는 옵션을 알고 나면 안 하기가 더 어렵다. 미국에 살면서 굳이 옵션을 안 할 이유도 없다.

 

나는 과거 민화투만 쳤다. 쉽고 단순하다. 그러다 고스톱을 알게 됐다. 고스톱이 복잡하지만 더 재미있다. 더 이상 민화투 치는 사람도 없다. 주식이 민화투라면 옵션은 고스톱이다. 민화투에서는 쓸모 없는 피가 고스톱에서는 중요한 자산이듯, 주식에서는 돈을 잃기만 하는 하락장이 옵션에서는 수익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실력이 뒷받침할 때 얘기다.

 

지금은 천천히 실력을 쌓아 가는 시기다. 소액으로 확실한 기회에만 배팅한다. 그렇게 해도 확률은 30%. 주식으로 돈 버는 사람이 적은 이유다. 하지만 공부하고 노력하면 벌 수 있다. 돈은 그때 벌면 된다. 그때까지는 트럭 운전 열심히 해서 현금 흐름 확보하고 틈틈히 글 쓰면 된다.

 

******************************************

 

캘리포니아에 와 보니

 

네바다에서 쉬다가 밤에 출발할 계획이었는데, 그냥 캘리포니아까지 와 버렸다. 도너 고개(Donner pass) 때문이다. 하필 비구름이 서쪽에서 몰려 왔는데 월요일 오후나 되어야 지나갈 예정이다. 날씨가 따뜻하지만 도너 고개에서는 눈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는 더더욱 그렇다. 최근 도너 고개는 눈으로 자주 통행금지됐다. 기회 있을 때 넘어야 한다. 주차 걱정은 나중이다.

 

도너 고개를 넘은 것은 오랜만이다. 이번 트레이닝을 시작한 이후로 워싱턴주만 두 번을 다녀왔고, 캘리포니아는 처음이다.

 

겨울철에 I-80번 도로가 막혀도 와이오밍 구간이나 그렇지, 도너 패스가 막힌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달랐다. 캘리포니아에 눈이 많이 내렸다더니 이 정도일 줄이야. 도너 패스를 넘으며 놀랐다. 홋카이도도 아니고 무슨 눈이 트럭 높이만큼 쌓였다. 휴게소와 비스타 포인트 모두 눈에 덮혀 폐쇄됐다.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낮이라 그런지 다행히 도너 패스 정상을 지날 때도 화씨 33도 정도를 유지했다. 간간이 눈발이 날렸지만 대부분은 비였다.

 

무사히 도너 패스를 넘은 후 배달처까지 달렸다. I-80번 도로로 캘리포니아에 들어서면 쉴 곳이 마땅찮다. 몇 안 되는 트럭스탑은 주말에는 자리 잡기가 별따기다.

 

배달처는 산타 클라라에 있는데 샌프란시스코와 가까운 산호세 권역이라 길거리 주차는 거의 불가능하다. 곳곳에 주차는 커녕, 트럭은 정차도 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흉흉하다. 배달처에 도착하니 비좁아 돌리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오늘도 일을 했는지 사람들이 퇴근 중이었다. 내일 오전 630분에 다시 연단다. 혹시 주차가 가능하냐 물으니 한쪽으로 세우란다. 다행이다. 업무가 끝나서 오가는 트럭이 없으니 통행에 지장 줄 일은 없다.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었다. 트럭을 안전하게 주차할 수만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트럭에서 맘 편히 먹고, 자고, 쉴 수 있다.

 

오면서 보니 곳곳에 홍수다. 캘리포니아는 근래 지독한 가뭄으로 저수지(貯水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잔디밭에 물도 주지 말라는 곳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 홍수가 날 정도면 저지대에서의 채소 농사를 망쳤을 가능성이 높다. 한참 딸기와 채소를 실어날아야 할 시기에 화물이 확 줄어든 것은 그 때문인 모양이다.

 

이번 겨울 얼마나 눈비가 많이 왔으면, 유타주 소금 평원이 호수로 변했겠는가. LA에서도 40년만의 폭설이라고 했으니 이상 기후는 틀림 없다. 미국인의 식탁을 책임지는 캘리포니아 채소 농사를 망쳤다면 멕시코에서 수입산으로 대처한다고 해도 채소 가격이 오를 것은 뻔하다.

 

C와 트레이닝 이후 매주 눈을 만났고, 두 번이나 스노우 삭스를 타이어에 감았다. 그것도 3월에. 가뭄에 시달리던 캘리포니아에 눈비가 많이 온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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