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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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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메인주에서 西워싱턴주까지

페친 다이어트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23-03-18 (토) 14:14:54

페친 다이어트

 

미 대륙 왕복 횡단이 눈 앞이다. 메인주 사우스 포틀랜드에서 워싱턴주 섬너까지, 다시 뉴저지주 카터렛까지. 대서양과 태평양을 왔다 갔다. 이른바 코스트 투 코스트는 여러 번 했지만, 트레이닝 시작하자 마자는 처음이다. 그 동안 두 번의 윈터 스톰이 미국을 강타했다. 그에 걸맞게 최초의 사건들이 생겼다.

 

5년만에 처음으로 체인을 차고 고개를 넘었다. 엄밀히 말하면 체인은 아니고 오토삭스다. 스노우 체인 대용품인 오토삭스를 신고 고개를 넘었다는 표현이 맞다. 그동안 겨울은 어떻게 났냐고? 체인 없이 그냥 넘었다. 체인이나 오토삭스를 가지고는 다녔지만 실제 사용하지는 않았다.

 

워싱턴주에서 시애틀을 가까이 두고 눈을 만났다. 예전에는 그냥 넘었던 고개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레이닝 아닌가. 적발시 벌금 500달러 문구가 무서웠던 게 아니다. 트레이너로서 학생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도 교육인데. 나중에 학생이 스노우 체인 거는 법을 못 배워서 사고 났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거기다 지난 1월 빙판길 사고의 트라우마도 한 몫했다.

 

그래서 그동안 미개봉 상태로 갖고 다니다 나중에 회사 그만둘 때 고가(高價)에 중고로 팔려던 오토삭스 두 팩을 개봉했다. 원래는 세 팩인데 두 팩만 쓰기로 했다. 드라이브 타이어 4개에 신기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런 신세계가 있나. 포장지에 최고 시속 20마일이라고 쓰여 있어 엉금엉금 기어 갔다. 이런 속도라면 맨 타이어라도 안 미끄러지겠다. 오토삭스의 진정한 효과는 접지력 향상이 아니라 강제 서행에 있는 것인가?

 

그동안 오토삭스는 일회용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한 번 쓰면 찢어져서 버려야 한다고. 그런데 웬 걸. 벗겨보니 멀쩡했다. 남들의 얘기는 눈이 많이 쌓이지 않은 도로를 달렸거나, 빠른 속도로 달려서 망가진 것이지 싶다.

 

어제는 5년만에 처음으로 자발적 셧다운을 했다. 도로 통행이 폐쇄되어 어쩔 수 없이 셧다운을 했던 적은 있다. 도로가 열려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멈췄다. 그것도 험한 서부 산맥을 다 넘고 와서 평지인 인디애나에서. 막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탓인지 제설 상태가 엉망이었다. 학생이 운전 중이기도 해서 트럭 주차장에 멈추라고 했다.

 



며칠 전에는 고속도로에서 몇 마일을 후진했다. 워싱턴주 84번 도로에서 승용차 추돌 사고로 2차선 도로가 막힌 적이 있다. 승용차 한 대는 뒤집힌 채 전파되어 불까지 났다. 운전자는 경추 보호대를 차고 도로에 앉아 있었다. 경찰차와 구호차량 십수대가 몰려 왔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자 경찰은 승용차는 유턴시켰다. 트럭은 유턴이 불가능해 후진을 시켰다. C와 운전대를 바꿔 잡았다. 이렇게 긴 거리를 고속도로에서 후진으로 역주행하기는 처음이다. 건너편 차선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장소까지 후진한 후 유턴해서 국도로 우회(迂廻) 했다.

 

C는 좋은 경험을 했다. 겨울 운행을 트레이너와 함께 해 본 것은 좋은 기회다. 아직 운전도 익숙하지 않은 그에게는 좀 가혹했을 것이다. C는 야간에 눈 내리는 험한 산 고개를 오르내렸다. 일부러 시킨 것은 아니고 어쩌다 그런 상황을 맞았다. C가 복이 많다고 해야 하나 운이 없다고 해야 하나. 이왕이면 복이 많은 것으로 하자. 힘들게 배운 만큼 피와 살이 될 것이다.

3월에도 겨울 폭풍은 자주 오고 심하면 5월에도 눈이 내린다. 그러니 앞으로 수련 기간 중 몇 번의 겨울 폭풍을 더 맞을 수도 있다.

 

월요일 배달 갈 곳은 뉴저지 주의 아주 좁은 장소다. C는 아직 후진을 배우는 단계는 아니지만, 주택가 인근한 좁은 장소에서 어떻게 후진하는 지 옆에서 보고 배울 것이다. 트레이너와 함께 다니는 동안 최대한 여러 상황을 경험하는 게 좋다. 사고만 빼고.

 

C는 내 지시에 잘 따르고 불평이 없다. 거기다 덩치와 달리 소식이다. 그러다보니 둘 다 하루에 한 끼만 먹은 날도 종종 있다. 두 끼가 보통이다. 별로 배 고프지 않단다. 자연스레 간헐적 단식이 된다. 운동량이 적은 장거리 트럭커에게 일일 일식은 좋은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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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 다이어트

 

오늘자 페친 888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300명이 넘었다. 500명을 목표로 삼았고, 몇 개월은 걸릴 줄 알았다. 언제 다 하나 싶었는데, 하다보니 요령이 생겼고 가속도가 붙었다.

 

그냥 이름만 보고 지운 사람은 한 명도 없다. 1,500명의 프로필과 포스트를 대충이라도 살펴 봤다. 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 등 다양한 면모를 접했다. 페이스북은 내 타임라인에 이들 중 몇 명의 글만 골라서 내게 보여준다. 페친을 줄이기 시작했더니 그동안 전혀 내 타임라인에 뜨지 않았던 이들의 포스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페친 다이어트 정리 대상에 오른 계정은 홍보용 계정, 활동이 거의 없는 계정, 사생활 기록 용도의 계정이 많았다. 안타깝지만 돌아가신 분들도 있었다. 활발히 활동하다 근래 2년 이상 활동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직업군으로서는 부동산 중개업 종사자가 가장 많았고, 목사님들도 꽤 됐다. 사업가, 기술자, 예술가, 교직자, 농부, 학생, 주부 등 다양한 직군으로 이뤄졌다.

 

처음에는 오프라인으로 나와 알거나 관련이 있는 계정은 남겨 뒀다. 숫자를 줄여갈 수록 오프라인에서 친분이 있었던 사람도 다이어트 대상이 됐다. 최근 5년간 나도 연락한 적이 없고, 상대도 연락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사람들이다. 인간적인 관계가 아니라 직업적 관계였던 사람들이다. 내가 라디오 기자를 그만 뒀을 때 내게 자주 연락하던 사람들의 95%가 연락을 끊었다. 그들에게 기자가 아닌 인간 황길재로서의 효용(效用)은 거기서 끝났다. 페친으로나마 남아 있던 그분들을 이번에 보내드렸다.

 

페친 다이어트의 목적은 친구를 줄이는 게 아니다. 내가 뭐라고 사람들을 선별하고 자르겠는가. 남은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기 위함이다.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함께 생각해보기 위함이다.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 위함이다.

 

페친 다이어트의 부작용도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데다 거의 활동이 없어 친구 삭제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내 글에 좋아요를 누른 분들이 계셨다. 지나가다 별 생각 없이 좋아요를 눌렀을 수도 있지만, 내 글을 정말로 좋아해서 눌렀을지도 모른다. 그런 분들은 내가 다시 친구 신청을 했는데, 일부 누락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혹시라도 그런 분이 계시다면 친구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내 글은 친구 읽기로 올린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전체 읽기로 공개하려고 한다. 별 것 아니지만 페친들을 위한 약간의 배려 차원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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