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철 I-80 도로 와이오밍 구간은 가장 혹독한 곳 중 하나다. 강한 바람과 눈 때문에 수시로 통행이 차단된다. 지난 주에도 사흘 동안 도로가 폐쇄됐다.
지난 월요일 홈타임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했다. 두 건의 프리플랜이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업스테이트 뉴욕에서 픽업인데 그곳엔 눈이 내린다. 게다가 운임 단가도 낮다. 결국 그날 밤을 주차한 자리에서 보냈다. 다음날 프리플랜도 단가는 낮았다. 그나마 펜실베이니아에서 픽업이라 수락했다. 마땅한 화물이 없는데 계속 거절만 할 수도 없다.
유타로 가는 화물이다. I-80번 도로로 네브레스카와 와이오밍을 통과한다. 다행히도 이번 주에는 눈 소식이 없다. 2천 마일이 넘고 솔로로 움직이니 나흘 걸린다.
오늘 와이오밍에 들어서니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시속 60마일의 풍속이다. 조심해야 한다. 눈보다 무서운게 바람이고, 바람보다 무서운게 블랙아이스다. 제설이 잘 되어 있어 도로 상태는 양호하다. 도로 전광판에 질퍽한 얼음이 있으니 크루즈 컨트롤을 끄라는 메시지가 떴다.
조심해야지.
한 언덕을 넘자 1차선에 얼음이 덮혔다. 속도를 줄였다. 천천히 달렸기 때문에 무리 없이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앞에는 트럭 3대와 승용차 한 대가 도랑에 빠졌다. 멀쩡하던 도로가 갑자기 얼음판이 됐으니 미끄러졌으리라.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라 길 밖에 쌓인 눈이 도로로 날아와 빙판을 만들었다. 와이오밍은 토잉비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저 트럭들은 꼼짝없이 최소 4~5천 달러를 날렸다.
오늘 숙박지인 롤린스(Rawlins)의 Flying J에 도착했다. 오늘 아침까지도 잘 동작했던 벙커 히터가 멈췄다. 와이오밍에 마가 끼었나? 오늘밤은 전기담요에 의지해 자야한다.
지난 주도 적자다. 사고에도 무사한 것만도 다행이다.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았으니 말이다. 돈 생각은 말고 이번 겨울을 무사히 넘기자. 남쪽으로 간다고 안심할 수 없다. 이번 주에 텍사스와 그 일대가 얼음 폭풍으로 마비되다시피 했다. 눈이 귀한 지역이라 약간만 내려도 교통대란(交通大亂)이다. 나도 지난 달 켄터키에서 고생하지 않았나. 조심 또 조심.
**************************************
돈 대신 시간을 벌었다
새벽 1시에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추워서 자다깨다 하다보니 새벽 3시 넘어 일어났다. 벙크 히터는 계속 찬 바람만 불어냈다.
트럭스탑을 출발한 후 10분도 지나지 않아 도로가 막혔다. 전방에 사고다. 결국 3시간 넘게 도로 위에 서 있었다. 추위에 떨면서. 날이 밝은 후 출발할 것을 그랬나. 아니면 1시에 출발했다면 내가 사고를 당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날이 밝은 후에야 도로가 열렸다. 도로 상태는 나빴다. 토잉트럭에 걸린 찌그러진 트럭 두 대가 보였다. 서행이 답이다. 남들이 어떤 속도로 달리든 나는 내가 편한 속도를 유지했다. 이번에 시뮬레이터 교육을 받은 게 도움이 됐다. 도로상태가 나쁘면, 크루즈는 끄고 천천히.
겨울철에도 와이오밍 서부는 달릴만 하다. 주로 문제가 생기는 곳은 동부다. 지형적 영향인 듯하다. 위험지대를 빠져나온 후는 순조로웠다. 유타에 들어서 첫 휴게소에 주차하자 벙크 히터도 다시 작동했다. 역시 와이오밍에 마(魔)가 낀게다.
무사히 배달을 마치고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에 주차했다. 평상시라면 솔트레이크시티 터미널로 간다. 이번엔 터미널에 볼일이 없다. 터미널로 간다고 특별히 좋을 게 없다. 벙크 히터가 계속 고장 상태면 수리하러 갔었겠지만.
다음 로드는 애리조나 피닉스로 가는 화물이다. 하루 반이면 갈 거리를 사흘을 준다. 단가는 괜찮은데 거리가 짧다 보니 하루 500 달러 정도다. 예전의 나라면 No 했을 것이다. 사고 이후 새로워진 나는 Okay다. 하루에 260마일만 달려도 되니 남는 시간을 즐기자. 잠도 충분히 자고. 요즘 나는 책 읽고 공부하는 게 즐거움이다. 이참에 세금보고도 마치고.
한국에 다녀와서 솔로로 일한 이후 가장 서쪽으로 왔다. 뉴욕과 두 시간 차이가 나는 마운틴 타임존이다. 예전에 컴퍼니 솔로로 일할 때도 워싱턴과 캘리포니아를 다녔지만 아무래도 빈도가 낮다. 솔로 드라이버는 주로 중동부 시간대에서 논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