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직원 아가씨에게 더 빠른 표가 있냐 물으니 지금 내가 가진 것이 가장 빠르단다.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근처에 볼만한 곳이 없냐 물으니 없다며 그래도 터미널 안에 서브웨이는 있단다. 지하철이 아니고 프랜차이즈 음식점말이다. 관광지를 묻는데 웬 서브웨이.
예정보다 일찍 툴레도 터미널에 도착했다. 8시간 동안 뭐 하지1
툴레도에 언제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어 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한 여섯 시간 여유는 있다. 인터넷에 보니까 미술관도 있고 몇 곳 있던데. 구글맵을 보니 1.3마일. 걸어서 40여분 거리다. 그레이하운드 카운터에 3달러를 주고 옷 가방을 맡기고 배낭만 매고 나섰다. 터미널에 비치된 다운타운 지도도 챙겼다. 구글맵을 끄고 지도에 의존해서만 찾아갔다. 예전에 인도 여행하던 기분이 들었다. 그땐 도시는 물론이고 히말라야 트레킹도 엉성한 지도 하나 들고 다녔지. 미술관은 지도 밖에 있었지만 대충 유추해 찾아갈 수 있었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차도 많지 않았다.
미술관 자체는 꽤 괜찮았다. 작은 도시 미술관으로는 과분했다. 백남준, 마티즈, 고호 등 유명 작가 작품도 있었다.
구글에 보니 다운타운에는 100년 넘은 극장도 있었는데 단관이며 요금은 5달러였다. 주말에 5달러? 하지만 상영하는 영화가 마음에 안 들어 패스.
올 때는 주택가 쪽으로 왔는데 길을 잘못들어 구글맵 신세를 잠깐 져야했다. 길가에 다니는 차가 아니었으면 유령마을 세트라고 할 정도였다. 한 집 건너 빈집이고 관리가 안 돼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운타운 근처인데. 상점들도, 공장들도 문 닫은 지 오래였다.
마을은 슬럼화돼 고물차들이 굉음을 내며 지나다녔다. 식당도 교회도... 이 도시는 죽어가고 있었다. 디트로이트 인근 러스트 벨트라는 말은 뉴스에서나 들어봤지 실제 눈으로 보니 참혹했다. 아까 터미널 직원이 왜 서브웨이를 추천했는지 이해가 갔다. 시내 버스 정류장은 있지만 실제 버스는 오가며 한 대도 보지 못했다.
미술관도 과거 이 도시가 잘 나갈 때의 유산일 것이다. 하긴 주말인데도 한산했으니 평일엔 거의 사람이 없을 것이다. 대학과 건물을 겸하고 있어 그나마 유지가 가능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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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행 버스 탑승
이번에는 진짜 가즈아!
클리블랜드 도착. 1시간 레이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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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에서 햄버거라도 먹을 요량으로 물어보니 안 된다. 되는 게 뭐니. 직원 혼자서 느릿느릿. 기다리다 못한 사람들 그냥 가고.
터미널 주변 다녀봤는데 주점만 두 곳 있고 식당이 없다
다시 와서 프렌치후라이를 시켰다. 슬로우푸드의 속도로 나오는 패스트푸드.
Newark 도착.
예정보다 40분 빨리 왔는데 더 탈 손님 없으면 일찍 출발하겠으니 15분 안으로 돌아오란다. 그래도 되나? 나야 좋지.
CDL ABC 라이선스 다 갖고 있고, 파일럿 라이선스 준비 중이라는 흑인 기사는 농담을 즐기며 사람들이 듣건말건 수다스럽다. 에너지가 넘치는 타입이다.
신시내티부터는 옆자리 앉는 사람이 없이 와서 그나마 좀 편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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