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종일 달렸다. 어제 예정대로 갔더라면 오늘 배달을 마칠 수도 있었다. 95번을 타고 가다 81번 도로로 바꿔타고 남쪽으로 계속 내려갔다. 지난 주 내내 81번 도로를 오갔다. exit 50번에서 나갔는데 오늘은 그보다 훨씬 더 내려갔다. 81번 도로가 끝나는 테네시주까지 갔다. 81번 도로는 40번 도로로 연결됐다. 서쪽 방면으로 계속 갔다.
히마찰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언덕길에서 빌빌 거렸다. 지난 주 밥테일과 빈트레일러로 81번 도로를 오가며 신나게 달리더니 자신감을 찾은 모양이다. 오늘도 언덕길에서 몇 대의 트럭을 추월했다. 최대 속도인 62마일 제한은 여전하지만 언덕길에서 다른 트럭이 느려질 때 히마찰은 어느 정도 속도를 유지했다.
지난주 연비 기록이 나왔다. 10.93마일이 나왔다. 플릿 평균은 8.69다. 플릿 평균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첫 주 빼고는 8마일대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던 히마찰이 거의 11마일 가까운 연비를 기록했다. 밥테일과 빈트레일러가 불러온 기적(奇蹟)이다. 아마 앞으로 이런 기록은 다시 깨지 못하리라.
히마찰이 그 동안 크고 작은 업그레이드를 했다. 드라이브 타이어를 갈았고, 샥도 갈고 에어백도 교체했다. 그런 개선의 효과도 작용한 듯 싶다.
오늘은 예정한 주유소까지 왔다. 지난 한 주 열심히 뛰었다. 70시간 중에 한 3시간 정도 남았다. 오늘 자정을 넘기면 8시간 정도 생긴다. 합치면 11시간이니 내일 하루 주행은 문제 없다. 내일 배달을 마친 이후에는 글렌이 어느 쪽으로 화물을 주려나 모르겠다. 지금껏 가보지 않았던 먼 곳으로 받았으면 싶다.
치킨 티카 맛살라
내쉬빌의 출근시간 교통 정체를 경험했다. 그래도 약 30분만에 벗어났다. US Cold Storage에 도착해 트레일러를 내려 놓았다. 빈 트레일러가 없다. 근처 제너럴 밀스에서 픽업하라는 연락이 왔다.
제너럴 밀스에서 실은 화물은 수천 개의 요플레 요거트였다. 미시건 주까지 내일 중으로 배달하면 된다. 이런 화물이 편하다. 하루 중 아무 때나 픽업해서 기한 내 아무 때나 내려 놓으면 된다. 트레일러 번호가 153242인데 구형이다. 이 당시는 와바쉬 제품을 사용했다.
드라이버 타이어 하중을 32,000 파운드 정도로 맞췄는데 막상 출발하고 나니 29,000대로 떨어졌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을 때 텐덤 슬라이더 핀을 8번에서 11번으로 바꿨다. 드라이브 타이어와 텐덤 타이어의 무게가 비슷해졌다. 휴게소를 나오자마자 웨이스테이션으로 호출당했다. 무게 중심 바꾸기를 잘했다. 그런데 모든 트럭이 통과(by pass)라인으로 신호를 받았다. 중량 측정이 목적이 아닌 듯하다. 양쪽이 커다란 철판으로 된 장치를 지나갔다. 엑스레이처럼 화물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가 아닌가 싶다.
24W로 가다가 69N으로 갈아탔다. 인디애나에 오니 테네시보다 서쪽으로 왔는데도 다시 동부시간대로 바뀌었다.
오늘도 러브스 트럭스탑에서 멈췄다. 이곳에서 주유를 하게 돼있지만 내일 아침에 출발하면서 넣을 예정이다. 아직 주차공간은 많았지만 공간 여유가 많은 곳은 아니었다. 오늘은 오른쪽에 트럭이 서 있는 공간으로 후진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위치였다. 내가 후진하는 동안 다행히 다른 트럭이 오지 않았다. 두어번 내려서 뒤도 확인했다. GOAL(Get Out And Look)의 생활화다.
샤워하러 가는데 트럭스탑 한편으로 푸드카트가 있다. 인도음식을 판다. 다른 생각할 것 없이 오늘 저녁은 인도음식이다. 택시 운전하며 자주 먹었던 인도음식을 트럭 운전하고 나서는 거의 못 먹었다. 샤워하고 나와서 치킨 티카 맛살라에 로티 2장을 주문했다. 가격은 14달러가 나왔다. 한끼 식사로 좀 비싸지만 아깝지 않았다. 음식 맛은 좋았는데 내가 생각한 형태는 아니었다. 요리에다 밥을 비벼서 나왔다. 밥 따로 요리 따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양이 많아서 내일 아침에 먹을 분량을 남겼다.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어야지.
저녁이 되니 주차공간이 거의 다 차간다. 역시 주차가 쉽지 않은 공간이다. 다른 트럭 드라이버들도 쩔쩔맨다.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가는 트럭도 있다. 내 왼쪽은 비었는데 다른 트럭이 주차하다 받을까봐 신경 쓰였다. 멜톤 플렛베드 트럭이 후진을 하며 어려움을 겪기에 나가서 뒤를 봐줬는데도 못 대고 그냥 갔다. 다른 컨테이너 트럭이 그 자리에 댔다. 그는 운전 실력이 훨씬 좋았다. 그 자리는 뒷쪽에 세운 트레일러가 너무 들어와 있어 앞으로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내 오른쪽은 탱크 트레일러인데 길이가 짧아 안으로 2미터 정도 들어갔다. 내일 내가 나갈 때 좀 수월하겠다.
오늘 70시간 중 4시간이 남았다. 자정이 지나면 8시간이 생긴다. 12시간 여유면 하루 일하는데는 지장 없다. 배달처까지 5시간 정도 걸린다. 아예 늦게 출발하지 않는 한 출근길 정체를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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