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5월10일, PM 05:21:48 파리 : 5월11일, AM 00:21:48 서울 : 5월11일, AM 07:21:48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사진필진 l Kor-Eng    
 
한국필진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352)
·국인남의 불편한 진실 (11)
·김영기의 민족생명체 (18)
·김정권(Quentin Kim)의 음악 (6)
·김지영의 Time Surfing (25)
·김해성목사의 지구촌 사랑나누기 (62)
·노이경의 사람과 사람사이 (2)
·박기태의 세계로가는 반크 (114)
·박상건의 삶과 미디어 읽기 (5)
·서경덕의 글로벌코리아 (5)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166)
·유현희의 지구사랑이야기 (12)
·이래경의 격동세계 (146)
·이재봉의 평화세상 (113)
·이춘호의 이야기가 있는 풍경 (5)
·정진숙의 서울 to 뉴욕 (22)
·최보나의 세상속으로 (7)
·켄의 글쟁이가 키우는 물고기 (6)
·한종인의 자연 메詩지 (166)
·혜문스님의 제자리찾기 (28)
·황룡의 횡설수설 (150)
·흰머리소년의 섞어찌게 세상 (10)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총 게시물 352건, 최근 0 건 안내 RSS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내 안에 어머니가 키우던 표범이 산다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99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8-07-17 (화) 07:09:36

운동화 끈이 풀어졌다.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다시 일어났다./ 넘어지지 않으려 다리에 힘을 키웠다./ 양쪽 끝을 단단히 묶어/ 웬만하면 풀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대나무 숲 사이로 여울물은 흐르는데/ 슬픔 일어나는 대지를 쿡쿡 밟아 누르며/ 고통의 간이 벤 희망의 언덕을 박차고 달린다./ 진저리 쳐지는 절정의 속도로 치달릴 때/ 운동화 끈이 풀어졌다./ 너풀대며 걸리적거리고 나를 주저앉힌다./ 구름 한 점 없는데 먼지구름이 속절없이 덮쳐온다.

 

바닥은 햇살 받아 달구어져도 늘 음습하고 천한 공간/ 넘어지지 않아도 뒤쳐진 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매는 손길이/ 애절한 기도가 된다.

 

내 허벅지에는/ 어머니가 키우던/ 거친 바위산을 뛰어넘는 표범이 산다.

 

 

 

37130355_1688854287879505_8319530112538116096_n.jpg

 

 

오늘은 본인의 졸시로 시작한다. 유라시아를 달리면서 나는 가끔 내가 과연 무슨 힘으로 이렇게 끈질기게 달리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어머니는 언제나 부드러우면서도 강했다. 난 늘 어머니가 가슴에 표범을 키운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가 키우던 그 표범을 내가 맡아서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안에 있는 표범은 그리움을 아는 표범이다. 먹이를 쫒아 달리지 않고 그리움을 찾아 달린다. 내 마음에 그리움이 생기고부터 나는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내 마라톤은 그리움의 시원(始原)을 찾아 떠나는 기나긴 여행이다. 내 달리기는 유라시아를 서에서 동으로 달리는 공간의 이동이지만 그리움을 따라가는 감정의 이동이기도 하다.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을 만나 평화가 온다면 끝없이 달려도 지치지 않으리! 오랜 고통과 외로움 끝에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동자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을 만나 부둥켜안는 순간 온전한 두 날개를 갖춘 봉황이 된 줄 안다면!


1530791190117.jpg

 

몇날며칠을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을 지났고 또 몇날며칠을 한 포기만 보이는 사막을 지났다. 사막을 지날 때는 다른 곳에 한눈을 팔지 않아도 좋으니 온전히 내 그리움에 나를 묻어버릴 수가 있다. 그리고 또 몇날며칠을 더 달리니 위먼(玉門)이라는 오아시스 도시가 나타났다. 이제 오른쪽 시야에는 간쑤(甘肅) 성과 칭하이(靑海) 성을 가르는 치렌 산맥이 파란 하늘아래 하얀 만년설(萬年雪)을 이고 길게 뻗어있다. 그 만년설 위에 또 하얀 구름이 머물며 구름과 눈의 구분조차도 무의미해진다.


36853371_1688855327879401_4219837546214981632_n.jpg

36980972_1688854654546135_6467106044848898048_n.jpg

 

여기부터 하서회랑(河西回廊)의 시작이다. 아니 끝이다. 하서회랑은 남동쪽의 오초령에서 북서쪽의 옥문관에 이르는 천km에 이르는 황하 서쪽의 복도와 같이 좁은 길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동쪽의 낮은 산맥 너머에는 고비 사막이 펼쳐진다. 치렌 산맥은 해발 4~5m가 넘는 고봉을 거느린 산맥으로 하서회랑의 오아시스 마을에 물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하서회랑은 월지족이 살던 곳인데 흉노의 침입으로 지금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탄 일대에 해당하는 일리가 유역으로 이동하면서 그곳에 살던 사카족의 이동을 촉발시켜 이들의 북인도의 인도, 스키타이 왕국의 건국에 영향을 미친다. 이곳에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밭 백일홍 밭이 인상적이다. 이 꽃들이 치렌 산맥이 제공하는 물을 머금고 사막의 풍부한 햇살로 곱게 피어났다. 위먼 시는 이 만년설이 제공해주는 물로 농업이 발달했다. 이곳에는 풍력발전기가 사막의 바람을 에너지로 바꾸면서 부지런히 돌고 있다.


37015877_1688855501212717_3491416916789035008_n.jpg

37005248_1688855764546024_5102980103281836032_n.jpg

37167433_1688855627879371_2727012355572498432_n.jpg

 

역설적이게도 무더위 속에 황량한 사막을 달릴 때 최고의 행복감이 밀려온다.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볼 때처럼 기쁨이 몰려온다. 빛으로 가득 찬 이곳에서 나는 더없이 맑고 찬란한 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나는 달리면서 내 안에 에너지를 채우고 있다. 바람개비가 바람과 마주서서 덧없이 지나가는 바람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듯 고통과 마주서서 그 고통을 삶의 에너지로 바꾼다.

 

내 안에 사는 표범은 오늘도 질주를 한다. 그리움을 찾아!

    

 

36925719_1688854484546152_8721731019301978112_n.jpg

37091480_1688854351212832_6015483000949571584_n.jpg

37105312_1688854434546157_2700969314567061504_n.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QR CODE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제호 : 뉴스로 l발행인 : 盧昌賢 l편집인 : 盧昌賢
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l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 l창간일 : 2010.06.05. l미국 : 75 Quaker Ave Cornwall NY 12518 / 전화 : 1-914-374-9793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