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은 상처, 나무로 치면 옹이와 같은 이곳에 온갖 생명이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죽어서 살아난 復活(부활)의 땅! 희망이 용솟음치는 화합과 상생의 공간으로 살아난 땅! DMZ와 민통선 지역은 항상 고요와 적막감이 감돈다. 그곳에 낮게 깔린 최고의 긴장, 그 긴장의 응축이 만든 허상의 평화! 그 허상의 평화를 현실화하려는 한국 5대 종단 종교인들의 기도! 역설적이게도 그 허상의 평화 위에 새들의 樂園(낙원)이 펼쳐진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5개 종단 환경단체가 9월 4, 5, 6, DMZ 생명평화순례를 가졌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욕망, 탐욕, 무관심과 오만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입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선함, 피조물에 대한 존중을 공동체 안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종교가 나서야 합니다.”
종교인들이 함께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함께 뭉친 이유이다. 종교변화의 위기의식 저변에는 종교 역시 개발 위주의 자본의 논리에 발맞춰 종교의 본질을 잃었다는 성찰에서 시작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에 앞서 종교 간의 화합과 존중은 종소리처럼 긴 울림을 주었다. 아침에 출발하면서 주최 측인 천주교식 예배로 경건하게 시작하였다.
“……이제 저희의 잘못을 뉘우치며, 분단과 죽음의 상징인 저 비무장지대 안에 당신이 이루어내신 생명과 평화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이웃 종교의 도반들과 함께 기도하며, 이 땅과 온 세상에 평화를 이루는 시간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신부님도 목사님도 스님도 교무님도 천도교 대표도 함께하는 ‘아멘’의 울림이 가슴에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다.
DMZ 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의 안내로 첫 일정인 태풍전망대는 태풍으로 군 당군에서 허가가 나지 않아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렸다. 뾰족한 철조망이 가슴을 찌른다.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마음은 담쟁이 잎이 되어 벽을 넘나드는데 몸은 늘 게처럼 담을 옆으로만 걷는다. 개가 되어 반가운 이에게 달려가듯 꼬리를 흔들며 철조망 넘어 앞으로 달리고 싶다.
휴전 이후 60여 년 가까이 DMZ는 전쟁, 죽음, 분단 등을 상징하는 어둡고 슬픈 땅이 되었다. 사람이 제대로 접근할 수 없는 금단의 땅이 되었다. 덕분에 DMZ는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된 탓에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생태 환경이 잘 보존되었고 새들의 낙원이 되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