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교수

그의 눈은 학자답고 선비답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쪽같이 왜곡과 선동에 맞선 강인함이, 그의 말투는 검투사 같은 날카로움이 저절로 묻어나오는 행동하는 평화운동가이다. 정의와 진실의 왜곡 앞에 물러서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그의 삶의 여정을 마주하니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다시 두렵고 벅찬 평화의 순례길에 나서기 전 그를 찾아 익산에 내려온 것은 그를 만나면 힘을 얻고 위로를 얻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떠나기 전 평생을 평화학 교수로서 북한문제 전문가로서 살아온 그의 통일관과 꿈을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와의 인연은 참으로 우연한 만남이었다. 아마도 내 인생의 물줄기를 바꾸기 시작하던 첫 날이었을 것이다. 내가 무작정 미대륙횡단을 한다고 결심을 하고 LA에서 출발하기 전날 원불교 교당을 찾았다. 그날 마침 그곳에서 그의 평화통일 강연이 있었다. 통일 마라토너로서 발걸음을 떼기 전날 평화통일 강연회에 참석하게 되어 힘을 받아서인지 나는 일약 통일마라토너로 변신하게 되었다.
이재봉 교수는 그의 저서 ‘법정증언’은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운동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걸려든 사람들 재판에서 전문가 증언을 한 내용을 묶은 글이다. 학자, 과학자 등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증언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혹, 불이익이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늘 통일은 다른데 있지 않다고 한다. "남북이 국토나 체제를 하나로 합치지 않더라도, 적대관계를 풀고 서로 협력하며 자유롭게 연락하고 오갈 수 있다면 이미 통일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 한다. 평화협정 후 북미국교정상화의 과정을 이어가면 북핵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미국의 전술핵 등 핵공포를 갖고 있던 북한이 핵을 생존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어떠한 제재와 봉쇄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북미평화협정으로 한반도에 영구한 평화가 보장되기 전에는 핵실험 중단도 없으며 핵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재봉 교수는 아주 쉬운 정답이 있는데 엉뚱한 오답을 정답인양 몰고 가는 것이 현재의 형국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전쟁(휴전)을 끝내고 불가침 조약 맺고 평화협정으로 가자는 건데 이것을 미국이 못들은 척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나는 오래 전부터 ‘21세기형 통일’을 주장해왔다. 2020년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민족과 국가가 중시되고 있지만, 20세기 말부터 전개되어온 세계화와 지방화가 코로나 이후엔 멈추지 않고 가속화할 것이다. 세계화는 국경이 낮아지거나 열리는 것을 뜻하고, 지방화는 중앙에 집중된 권력이 지방으로 분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밖으로는 국경이 사라지고 안으로는 권력이 분산되는 세계화 지구촌 시대에, 남북이 한 민족이라고 한 울타리 안에서 한 체제를 만들어 한 정부로 합쳐야 꼭 통일이냐는 말이다. 남북이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갈등(葛藤)과 긴장(緊張)을 줄이며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자체를 21세기 열린 통일로 삼을 수 없을까. 이게 바로 남한 정부의 통일방안 1단계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실질적인 통일’이기도 하다.”고 설파한다.
나는 평화학자이자 평화운동가이며 은퇴 이후 농부로 살아가는 대선배로부터 무선충전으로 에너지를 받으면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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