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헌정 목사
국제DMZ평화대행진에 참여한 40여 명의 단원들은 8월 초의 폭염(暴炎)을 이겨내며 해산령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름 모를 꽃향기 푸른 하늘 아래 가득하고 길게 늘어선 단원들의 땀 냄새도 산허리를 감싼다. 단원들의 평화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울리고 계곡에는 비발디의 사계(四季) 중 여름, 조화와 영감이 흘러나오듯 물소리가 시원하다. 단원들은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을 확신이라도 한 듯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간다.

조헌정 목사는 아침에 출발하기 전 축도를 이렇게 소리 높여 외쳤다. “여러분들은 오늘 무엇을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까?” 단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평화 통일이요!” “언제요?” “바로 지금!” 그는 말한다. “뜻이 이루어지도록 축원합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개혁진보 신학을 대표하는 한신대학과 뉴욕의 유니온신학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20년간 목회를 하였다. 서울 명동 향린교회의 담임목사를 역임하다 지금은 은퇴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실천한다.
서울 명동의 향린교회는 1953년 반(半) 수도회 형태의 생활·신앙공동체로 출발하여 사회선교 위주의 사역을 펴고 있다. 특히 첨예한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향린교회는 민족 문화를 수용한 예배 형식과 분위기로 평신도 중심의 예배로 유명한 곳이다. ‘징울림’과 함께 예배가 시작되고, 국악 실내악단 예향의 반주(伴奏)에 맞춰 담임 목사와 장로, ‘하늘 말씀읽기(성서봉독)’에 이어 ‘하늘 뜻펴기(설교)’도 평신도들이 담당한다.
조헌정 목사는 “예수님께서 지금 이 땅에 오셨다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외침을 하시고 누구의 편에 서실 것인지 성찰한다고 한다. 그는 실천하는 예언자로서, 문익환을 우리 시대의 중심에서 불꽃같은 생을 살았다고 모범으로 삼는다.
그는 한국의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는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꼽는다. “분단을 넘어서는 통일은 오늘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민족적 과제이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어느 젊은이도 따라가지 못 할 힘이 느껴진다. 실천적인 삶을 살아온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언어는 힘차게 살아서 꿈틀거리며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일상의 편안한 길을 떨쳐벼리고 고독과 불안, 두려움을 친구삼고 자연과 함께 공감하며 걷는다.”는 목사님의 걷기예찬은 나의 달리기 예찬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하여 더욱 친근감과 동지의식을 느끼게 한다. 인간의 문명에서 분리된 길 위를 두려움의 외투를 벗어던지고 걸으며 불시에 닥치는 모든 놀라움과 환희와 조우(遭遇)하며 사색하며 명상한다. 그의 길 사랑은 유별나서 다섯 번의 네팔트레킹(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랑탕, 안나푸르나라운드)과 네 번의 스페인까미노(프랑스길, 포르투칼길, 북쪽길, 대평원길)를 걸었으며 쿠바, 이란, 터키, 페루 등지를 홀로 걸으며 사색하고 명상하였다.
때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때론 기인(奇人)처럼 기존의 틀을 여지없이 깨트리는 그와 함께 있으면 한반도의 분단의 모든 모순을 넘어서 지구의 환경문제까지 숙고하고 안목을 넓혀가며 세계 역사, 정치, 환경 그리고 신학, 거기에 걸음의 미학에 대한 깊은 성찰을 맛보게 폭 넓은 즐거움을 얻는다. 목회자이자 사회 운동가이기도 한 조헌정 목사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헌신적이고 실천적인 삶의 향기가 같이 하는 여정 내내 꽃향기처럼 주위에 흩날린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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