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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의 재미있는인류학
서강대학 영어영문학과 졸 1988년 도미 뉴욕정착. 뉴욕시립대 석사, 인류학박사 수료. 1998년부터 라과디아 대학에서 인류학, 사회학, 도시학을 강의하고 있다. 인류학이라는 학문은 꿈을 쫒는 사람의 집합처이다. 전세계 인종과 문화가 혼재된 뉴욕에서 신명난 인류학 연구의 기쁨을 독자들과 나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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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백인들은 누구인가

글쓴이 : 서영민 날짜 : 2011-06-30 (목) 12:59:33

일전에 한국인 부모들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일정 시작 전 참석자들과 잠시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한 분이 “우리 애 다니는 학교에 갔다가 백인 아이들 숫자가 너무 적어 깜짝 놀랐어요” 라고 말을 하자 참석자 거의 모두가 동의하는 표정이었다.

2008년 조사에 따르면 아직 미국 인구 중 68% 이상이 백인이므로 학생의 절반 이상이 유색인종, 이민자들의 자녀인 뉴욕 인근의 학교의 인종 분포가 특이하기는 하다.

우선 위의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소위 백인들이 누구인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자. 백인이라 하면 서유럽에서 이민 온 사람들을 지칭하는 경우와 피부색이 흰 이들을 모두 통틀어 말할 수도 있다.

 

www.en.wikipedia.org

사실 백인이라 지칭하는 이들의 다양성(多樣性)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동일 집단으로 보기에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우선 백인 주류 혹은 미국을 이끌어 나가는 핵심집단이 있다. 영국에서 건너온 청교도 집단으로 지난 4월 미국 원주민 특집 시간에 잠시 거론된 적이 있다.

White Anglo-Saxon Protestant 혹은 WASP라고 불리는데 약 3백 만 명 정도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3%를 차지한다. 주로 동 북부에 거주하는 오래된 이민자 집단으로 미국 정치 경제 종교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집단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이들의 배경도 매우 다양하다. 모두가 메이 플라워 호를 타고 미국에 건너온 초기 청교도(淸敎徒) 이민자의 후손이 아니다. 1600년대 이후 유럽에서 건너와서 성공한 이들의 비밀 결사 조직체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성공한 유럽 이민자와 이들의 후손들이 WASP이고 설령 영국 청교도의 직계 후손이라 하더라도 못살고 실패한 사람들과 이들의 후손이라면 WASP가 아니다.

이들의 결사 조직은 소위 Free Mason이라는 오래된 백인 결사체와 더불어 미국 역사의 한 획을 이룬다. 잠시 곁말로 미국내 이들 Free Mason의 족적(足跡)을 1 달러짜리 지폐 뒷면의 피라밋과 피라밋 상단에 위치한 All Seeing Eye가 이 결사체의 한 심벌이라는 것을 부연(敷衍)해 둔다.

인간 사회의 권력은 막스 베버라는 유명한 정치 철학자가 규정했듯 위신, 정치력, 부의 3박자가 갖춰야 한다. 미국 내 종교(위신), 정치(정치력), 경제(부)를 장악한 이들 WASP의 영향력은 예나 지금이나 절대적이다.

한 예로 맨하튼과 보스턴, 필라델피아 시내 건물의 절반 이상이 라커펠러(록펠러), 카봇, 라몽트, 피바디 가의 후손들 소유라는 추측이 정설이다. 추측일 뿐인 것은 이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전면에 절대 내세우지 않고 첩첩들이 대행업체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신분 노출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주 지역도 매우 폐쇄적으로 인근 주택 거래 시 지역 주민 동의와 투표과정을 거쳐 새로운 주인을 고르는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외부인들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서두에서 언급한 진짜 미국, 백인들이 주류인 동네와 이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원한다면 이런 지역에 주민 투표를 통과하여 이주하고 하버드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프랩 스쿨이라 불리는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나야 미국의 최상류 층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웨스트 버지니아의 광산촌의 경우 백인 주민들이 78%를 차지하는데 이들의 대다수가 극빈층(極貧層)이다. 백인은 백인이되 극도의 빈곤으로 온갖 사회악이 가정과 학교에 존재를 한다.

2000년 전국 인구 조사 때 밝혀진 사실로 일부 주민들은 땅을 파고 땅굴에서 거주한다는 기사가 알려진 적이 있다. 거주지가 있었으나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인근 산악 지역에 살게 되었는데 추운 겨울을 나면서 온 가족이 얼어 죽었으나 아무도 이들의 존재를 알지 못해 인구 조사원이 방문을 하여 참상을 목격한 사실도 보도 되었다.

웨스트 버지니아 뿐 아니라 중서부 지방의 (아이와, 사우스 다코타 등) 백인 영세 농부들의 삶도 극단적인 빈곤의 연속이다. 이들 거주지역에서는 자녀들의 고등학교 진학률이 6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인 미국 정부에서 조차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으로 빈곤의 세대 전승과 악순환(惡循環)이 계속된다. 물론 의욕적인 새로운 이민자들이 이런 낙후 지역에 들어갈 일이 없으므로 학생 인구의 대다수가 피부색깔이 하얀 백인들임에는 틀림없다.

이처럼 다양한 백인 집단을 앞으로 각 출신 나라별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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