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부터 10월말까지 계속되었던 폭우로 인해 메콩강이 범람하면서 태국과 캄보디아 등 주변 국가에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동남아 최빈민국인 캄보디아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태국 홍수 피해에 가려져 정확한 실상이 상대적으로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 계속되는 비로 거의 물에 잠긴 농지
몇 달째 계속되는 장대비와 메콩강의 범람(氾濫)으로 인해 8월 둘째 주부터 24개 주 중 18개 주가 홍수 피해를 입었고 247명이 사망했으며 3만4천 이상의 가구, 15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재난관리국가위원회에서는 올해 전국을 강타한 홍수로 인한 피해액이 5억2천만 달러에 달하며 40만 헥타르 이상의 벼 농지가 파괴되었고, 1,000개 이상의 학교와, 2,400km에 이르는 도로도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습니다.
▲ 수도 프놈펜 부근 메콩캉 범람전의 만수위
메콩강이 모이는 캄보디아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건 지난 8월. 시민들에게 미리 경보를 하지 않은 것이 이번 홍수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 수도 프놈펜을 가로지르는 만수위의 메콩강, 범람 직전에 비가 멈춰 프놈펜으로 강물이 흘러들어가는 최악의 상태를 피했습니다.
가장 큰 피해가 큰 지역은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엡립으로 도시는 길이 끊겨 접근조차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이 곳에 유명한 톤레삽 호수가 있는데 이 호수가 범람을 한 것입니다.
8월 초순경부터 톤레삽의 수위(水位)가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고, 매일 급격하게 상승하였습니다. 우기에 톤레삽 호수가 되는 지역을 가로지르는 도로 낮은 부분과 도로 양가 쪽에까지 수위가 올라왔습니다. 곧이어 도로 중앙부까지 물이 올라와 도로를 채웠습니다.
시엠립 시내와 톤레삽에 이르는 길은 수시로 물에 잠겨 있으며 톤레삽 주변 마을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집이 침수(侵水)돼 잠잘 곳도 없어지고, 생활도구도 버리고 음식도 조리해 먹을 수 없어 걱정이지만, 독충의 공격까지 걱정하는 판국입니다. 전갈과 지네, 독뱀이 육지가 줄어들면서 민가쪽으로 몰리는 것입니다.
▲ 시엠립 주변 수해 마을
집과 생활 터전이 모두 물에 잠겨버리고 망연자실(茫然自失)한 캄보디아 수재민들. 마을회관, 학교에 모여 있는 이들은 식량이 없어 배고픔과 싸우고 있습니다. 임시 대피소에서는 화장실도 마련되지 않아 강물에 오물(汚物)을 방출하고 있으며 마실 물도 부족해 다시 그 물을 먹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 시엠립 주변 수해 마을, 철없는 아이들의 물놀이
▲ 연일 이어지는 비로 범람하는 톤레삽호수
캄보디아 중앙에 위치한 톤레삽 호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입니다. 크메르어로 톤레(tonle)는 강, 삽(sap)은 거대한 담수호(淡水湖)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비행기로 50분 거리인 시엠립에서 수도 프놈펜까지 이어지는 호수로 건기(乾期)에는 길이 10km, 너비 30km, 면적 3,000km2이지만, 우기(雨期)에는 메콩강의 물이 역류하기 때문에 평소 3배 규모로 커지게 됩니다. 10월말부터 이듬해 4월초까지의 건기에는 크기가 국토 면적의 7%에 불과하지만 우기(4월초~10월말) 때는 물이 불어나 15%까지 늘어납니다.
알기 쉽게 비교하면 건기때는 면적이 서울시의 5배 정도에 수심이 1m 이내지만 우기철(4월∼10월 말)에는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가 되면서 수심도 10m에 이릅니다. 이때 강물이 프놈펜 쪽으로 역류(逆流)하면서 메콩 강 하류에 종종 홍수가 발생합니다.
프놈펜은 특이하게 3개의 강이 도시를 끼고 돌다가 합쳐지는데 우기 때 역류하여 3배 가까이 불어났다가 건기 때 프놈펜으로 흘러드는 ‘톤레삽강’, 동남아인들의 젖줄인 ‘메콩강’과 베트남 유역으로 흘러가는 ‘바삭강’이 바로 그것입니다.
▲ 톤레삽 수상학교
톤레삽은 호수라기보다는 강 같은 호수, 강이라기보다는 바다 같은 호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난민을 포함,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곤궁하지만 그래도 세계 행복 지수 2위인 곳입니다.
▲ 톤레삽 경찰서와 관공서
▲ 톤레삽 악어양식장
건기 때면 멀리까지 흘러갔다가 우기 때면 다시 돌아오곤 한다는 배들과 수상가옥(水上家屋)들. 그들에게 물은 떠다니는 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