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파리 : 서울 :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사진필진 l Kor-Eng    
 
한국필진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352)
·국인남의 불편한 진실 (11)
·김영기의 민족생명체 (18)
·김정권(Quentin Kim)의 음악 (6)
·김지영의 Time Surfing (25)
·김해성목사의 지구촌 사랑나누기 (62)
·노이경의 사람과 사람사이 (2)
·박기태의 세계로가는 반크 (114)
·박상건의 삶과 미디어 읽기 (5)
·서경덕의 글로벌코리아 (5)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169)
·유현희의 지구사랑이야기 (12)
·이래경의 격동세계 (153)
·이재봉의 평화세상 (133)
·이춘호의 이야기가 있는 풍경 (5)
·정진숙의 서울 to 뉴욕 (22)
·최보나의 세상속으로 (7)
·켄의 글쟁이가 키우는 물고기 (6)
·한종인의 자연 메詩지 (204)
·혜문스님의 제자리찾기 (28)
·황룡의 횡설수설 (155)
·흰머리소년의 섞어찌게 세상 (10)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세상은 넓고 디벼댈 일은 많다. 공상의 세계에선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그린맨.. 오만가지 맨들이 시시때때로 튀어나오는데 배알이 뒤틀리는 세상사를 조금은 삐딱하게 들여다보며 뒷구멍에서 궁시렁대는 민초들의 오장육부를 시원하게 해줄 ‘미디어맨’이 하나쯤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소곤소곤 뒷담화가 뒷다마가 될지언정 눈꼴신 작태는 눈뜨고 못보는 소고니의 오지랖 세상사.

총 게시물 169건, 최근 0 건 안내 글쓰기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버스로 집을 짓겠다는 정치인의 환상

글쓴이 : 소곤이 날짜 : 2026-08-13 (목) 13:17:26

 

"청년 여러분, '무빙 캐슬' 탑승을 환영합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운하 도시엔 하우스보트(Huisboot)가 떠다닌다. 배를 주거 공간으로 개조해 수도·전기·가스 등 기반 시설을 갖춘 수상 주택이다. 부족한 주택 대안으로 나왔고 독특한 주거 문화로 활용되지만, 공간적 한계와 꼼꼼한 정비, 허가문제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운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하우스보트가 누군가의 눈에는 아름다운 로망으로 보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낭만적인 풍경이 대한민국 대학가와 지옥고(지하·반지하·옥탑방)를 전전하는 청년들의 현실에 떨어지는 순간, 지극히 기괴한 디스토피아 영화의 한 장면이 될 뿐이다.

 

최근 정치권 한복판을 강타한 이른바 ‘버스-하우스’ 해법이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폐기되는 버스를 리모델링해 청년들의 단기 주거 공간으로 쓰자는 발상이다. 5000만 원이라는 알뜰한 비용으로 1만 세대를 뚝딱 지어내겠다는 셈법에서는 실소(失笑)가 터져 나온다. 치솟는 집값과 꽉 막힌 대출 물줄기에 숨이 턱턱 막혀 오던 청년들에게 "바퀴 달린 차에서 살라"고 속삭이면 열렬한 환호라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심지어 폐버스 주택의 원조 아이디어는 80년전 일본이었고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2차 세계대전 직후 패전의 그늘에 신음하던 오사카에서 목탄 버스를 개조해 만든 시영 주택이 운영됐다. 난민(難民)처럼 살아가던 사람들은 한여름 찜통과 한겨울 냉동고를 오갔고, 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이웃한 전범국의 궁상맞은 유물이 '청년 주거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오르내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나의 입법기관으로 불리는 국회의원의 상상이 정책 아이디어로 만들어질 때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번 파문은 청년들의 기발한 유머 감각을 타고 풍자(諷刺)의 예술로 승화했다. 엑스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AI가 그려낸 가상 브이로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서울 서초구 부촌 한복판에 '버스 하우스 01'이라는 명패를 달고 세워진 버스 아파트, '더퍼스트무빙캐슬'이나 '한남더휠'이라는 고급스러운 이름표를 붙인 채 층층이 쌓아 올려진 폐버스 단지들. "여름엔 찜질방, 겨울엔 냉동고"라며 너스레를 떠는 가상 거주자의 브이로그는 뼈 때리는 블랙코미디다. 청년들이 정치인의 얄팍한 공감 능력을 거대한 밈(Meme)의 바다에 빠뜨려 통렬히 조롱하는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상천외한 주거 대책은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과거 영국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극심한 주택 부족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창고나 상업용 건물의 최소 주거 면적 기준을 터무니없이 낮춰, 침대에 누우면 발이 벽에 닿는 이른바 '토끼굴 아파트(Rabbit Hutch Homes)'를 허가했다가 사회적 뭇매를 맞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기득권(旣得權)의 안락한 서재에서 바라보는 청년의 삶이란 공감의 부재와 상상의 빈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세기전 미국의 작가이자 언론인 앰브로스 비어스는 <악마의 사전>에서 “정치인(Politician)이란 공익을 위해 사익을 희생하는 척하면서, 실상은 사익을 위해 공익을 팔아먹는 사람”이라고 힐난했다. 어쩌면 그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닮아있는가.

 

당사자의 황급한 사과와 당 지도부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명백하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삶이 직면한 엄중한 고통과 무게를 너무나 가볍고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다루려는 정치권의 안일한 인식과 '내로남불' 식 태도에 염증과 환멸을 느끼고 있다.

 

청년들이 지금 바라는 것은 신도시의 번쩍이는 모델하우스가 아니라, 당장 비좁은 고시원과 반지하 방에서 한숨을 내쉬는 자신들의 무거운 어깨를 온전히 헤아리는 공감의 감수성(感受性)이다. 지금 청년들은 불안정한 내일에 너무나 지쳐 있다. 제발 공허한 '무빙 캐슬'의 환상을 거두고, 두 발 디고 설 수 있는 단단하고 평범한 '진짜 집'의 청사진을 가져오라. 버스는 바퀴를 달고 도로 위를 달릴 때 가장 가치 있는 법이다.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sge&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BC%D2%B0%EF%C0%CC&sop=and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제호 : 뉴스로 l발행인 : 盧昌賢 l편집인 : 盧昌賢
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l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 l등록일 : 2010.08.31. l창간일 : 2010.06.05.
미국 : 75 Quaker Ave Cornwall NY 12518 / 전화 : 1-914-374-9793 l한국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210, 607-204 / 전화 : 010-2041-1942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