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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와 옥양, 그리고 MB

글쓴이 : 소곤이 날짜 : 2011-06-11 (토) 06:24:09

“우리 엄마 섹시하죠?”

한 남성 연예인이 어머니와 함께 출연한 TV 오락프로에서 이런 말을 했다. 다음날 그는 쏟아지는 비난속에 방송에서 퇴출됐다. 정말이냐고?

100% 사실이다. 다만 30여년전 이야기일뿐. 김만수라는 가수가 있었다. ‘영아’ ‘눈이 큰아이’ ‘먼훗날’ 등 70년대 중반 여러개의 히트곡을 낸 인기가수였다. 개그맨 뺨치게 재치있던 그는 그만 세치 혀를 잘못 놀려 가수 인생이 사실상 끝나고 말았다.

‘우리 엄마 섹시하지 않냐?’는 농담은 너무 시대를 앞서간 것이었다. 당시 보수적인 우리 사회는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그는 어머니를 성적 농담의 대상으로 삼은 천둥벌거숭이가 되어 TV에서 사라졌다. 당시 방송을 직접 봤던 필자로선 사람좋게 생긴 보통의 50대 아주머니를 섹시하다고 자랑(?)하는 가수아들을 보고 싱거운 웃음이 나왔을뿐이다.

그러나 해프닝이 다음날 일간스포츠에 보도되고 높은 분들(?)의 심기를 거스른 탓인지 방송출연금지라는 최악의 결정이 내려졌다. 당사자로선 참으로 억울한 일이지만 안에선 온갖 음탕을 떨면서 겉으론 점잔을 뺐던 당시 사회로선 ‘섹시’와 ‘엄마’를 함께 수용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에 비하면 요즘 세상은 정말 좋아졌다. 개그프로에서 남자와 남자가 뽀뽀를 하고 성적 농담의 경계를 넘나드는 말과 행동이 아무렇지도 않은 요즘 TV를 30년전 꼰대들이 봤다간 필경 소돔과 고모라의 시대로 낙인(烙印) 찍혔을 일이다.

비단 성적인 농담이 아니더라도 표현의 자유가 왕성하고 군사독재에 짓눌리지 않은 재기발랄한 젊은 세대들은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최근 가수 옥주현이 블로그에 유관순(柳寬順) 열사를 할로윈 코스프레로 희화한 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옥주현에 대해선 좋지도 싫지도 않은 입장이지만 유독 ‘안티’가 많은 그녀에 대해 솔직히 안쓰럽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경악, 그 자체였다. 지난해 10월 31일 할로윈데이에 옥주현은 음악감독 박칼린의 집에서, 최소라 등과 함께 유관순 열사와 마이클 잭슨 등을 희화화한 사진들을 트위터에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음산한 분위기의 영정사진으로 마이클 잭슨 제사상을 만들고 옥주현은 붕대를 친친 감은 미이라 분장을 했다. ‘맞아죽은 유병장 귀신’ 캐릭터와 최소라가 분한 유관순 열사는 흰 저고리에 검정치마를 입고 술취한 강시를 연상시켰다. 옥주현은 트위터에 이 사진을 ‘한잔 걸치시고 블랙베리 쓰는 유관순 조상님’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달아놓았다. 요즘 말로 개념이 없어도 한참 없는 '무뇌아'들이 아닐 수 없다.

 

극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할로윈데이에 귀신 캐릭터는 자연스러운거다”, “좀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미국 등 서구의 할로윈데이는 즐거운 귀신 캐릭터의 분장들이 많고 나아가 다양하고 기발한 코스튬 캐릭터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들 상식의 잣대에서 그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것은 엄연히 존재한다. 가령 수만명이 코스튬을 하고 나오는 맨해튼의 할로윈데이에 나치의 홀로코스트 희생자 캐릭터를 연출할 수 있을까. 그런 정신나간 사람도 없지만 만에 하나 그랬을 경우 큰 봉변을 당할 것이다.

유관순 열사가 누구인가. ‘한국의 잔다르크’라는 별칭도 있다시피 이화학당(현 이화여고)에 다니던 꽃다운 열일곱살의 나이에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돼 모진 고문(拷問)끝에 옥사(獄死) 한 순국선열의 대표격인 인물이다. 열사는 3.1 만세운동으로 휴교에 들어가자 고향인 천안에 내려가 아우내장터에서 3천명의 군중에게 태극기를 나눠주며 만세시위를 주도하다 악독한 왜놈 헌병대에게 체포됐다.

 

www.ko.wikipedia.org

기록에 따르면 열사의 부모님 유중권-이소제 선생은 헌병에 의해 피살되고 오빠 관옥(寬玉)은 영명학교(永明學校)의 만세시위를 주도하다가 역시 체포됐다. 열사는 수감 중 일제의 무자비한 고문을 받았으나 굴하지 않았다. 공주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언도하자 항소하여 경성복심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때 독립만세를 고창(高唱)하며 침략을 규탄하는 기개를 보였다. 왜놈법률과 왜놈법관의 재판이 부당함을 역설하다가 법정모욕죄까지 가산되어 징역 7년형을 언도받았다.

서대문형무소 복역 중에도 틈만 있으면 독립만세를 부르짖어, 그때마다 형무관에게 끌려가 모진 악형(惡刑)을 받았다. 끊임없이 옥중항쟁을 전개하던 열사는 결국 잔혹한 고문에 의한 방광파열로 옥사하였다. 1920년 9월 28일17세의 나이였다.

열사가 숨을 거둔지 이틀 뒤에 소식을 접한 이화학당 교장 푸라이와 월터 선생은 형무소 당국에 시신 인도를 요구하였으나 일제는 이를 거부하였다. 유관순의 학살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겠다고 강력하게 항의하자 그제서야 인도했으나 시신이 들어 있는 상자를 열어보니 여섯 토막으로 참살된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이런 유관순 열사를 어찌 국적 불명의 할로윈 코스프레로 능멸(凌蔑)한다는 말인가. 열사와 같은 한민족의 자손이 말이다. ‘맞아죽은 유병장’ 캐릭터도 참으로 가슴 벌렁벌렁해진다. 군복무중 맞아죽은 사병의 의미만이 아니라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을 가열차게 한 '유병장(儒兵將)' 유준근 선생을 지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통탄할 일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옥주현이 트위터 계정을 7개월째 방치해놓다가 최근 ‘나는 가수다’ 출연으로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소속사가 뒤늦게 사과성명을 내고 삭제했다는 사실이다.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놀이로 끝난게 아니라 수많은 팔로워들이 따라붙는 트위터에 떡하니 올려놓고 쏟아지는 비난에도 반년이상 우왁스럽게 버티던 옥양의 배짱은 무식한건지 용감한건지 말문이 막힌다.

개념이 아메바급인 그들보다 더 큰 분노의 대상은 역사 교육을 선택과목으로 돌렸던 이명박 정권이다. 고구려의 역사를 저들의 것으로 조작하는 동북공정을 끝낸 중국과 일본해 명칭을 앞세워 독도를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만든 일본의 간교한 음모에 박자 맞추듯 역사과목을 지워버린 MB정권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정권인가. MB정권 치하에서 어린 학생들은 삼국시대를 중국의 역사로 오인하는 해프닝이 일어난다니 순국선열(殉國先烈)들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피토할 일이 아닌가.

동이배달 한민족의 8천년 역사를 신화로 치부하는 식민사관의 득세로 단군상의 목을 자르고 21세기 친일파들이 독립지사를 욕보이며 네 활개를 치는 동안 이 민족은 역사의 뿌리가 없는 ‘히스토리 좀비’가 되고 있다. 옥양 일패의 유관순 열사 능욕(凌辱)이라는 엽기 짓거리는 이 정권에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역사를 무시함으로써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인한 MB정권은 그것만으로도 탄핵(彈劾)되고도 남음이 있다. 구태여 잔여 임기를 채우려다 애꿎은 국민의 가슴만 시퍼런 멍이 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유관순 열사는 단지 한분의 독립지사가 아니었다. 열사의 만세운동이 있었기에 우리 민족은 국제사회에 독립의지가 있는 민족으로 각인(刻印)되었고 해외독립운동이 태동할 수 있었다. 열사와 같은 분이 아니었다면 옥양의 모국어는 일본말이 되어 아마도 ‘나카수’에서 목하(目下) 엔카를 부르고 있지 않을까.

옥양 관련자들은 형식적인 사과로 끝낼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용두리의 유관순 열사 생가로 달려가 석고대죄(席藁待罪)하라. 당신들이 감히 희롱한 분이 우리 민족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귀 기울여 경청하고 진정으로 참회(懺悔)할 것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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