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또다시 뉴욕한인회장 선거를 주목하게 될까?
오는 3월8일 예정된 뉴욕한인회장 선거가 6년만에 경선으로 치러지게 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욕한인회는 해외 한인단체의 하나이지만 ‘세계의 수도’ 뉴욕이라는 특수성과 1921년 유학생 중심의 뉴욕한인회 창립을 모태(母胎)로 하는 등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의 뉴욕한인회가 기틀을 잡은 것은 1960년 서상복씨가 초대회장을 맡으면서부터다. 뉴욕한인회장은 초기엔 1년 임기였으나 1966년 6대회장부터 임기가 2년으로 늘어났다. 지난 55년간 33대 회장까지 배출했지만 연임 사례가 17-18대(1982-1986년) 강익조회장, 단 한번에 그칠만큼 회장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선거비용이 많이 들어 쉽사리 출마결심을 하기 힘들고 현직 회장의 경우 연임기간까지 4년을 봉사하기가 쉽지 않아 ‘준비된 후보’의 단독 출마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김민선 전 뉴욕한인회 이사장이 한인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데 이어 현 민승기 회장이 재선 출사표를 던짐에 따라 모처럼 경선이 벌어지게 됐다. 특히 이번 선거는 한인회 사상 초유의 ‘성대결(性對決)’이자, 31년만에 재선에 성공하는 회장이 나오느냐와 51년만의 여성회장이 탄생하느냐의 기록경쟁이기도 해 더욱 동포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역대 유일한 여성 회장은 1964년 12월 경선없이 회장에 당선된 제4대 송안나 회장이다. 송 회장은 당시 뉴욕에 많이 거주한 한국간호원들의 지위와 복지향상에 열정을 기울였다.
한인회장 선거중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지난 2009년 이세목, 한창연, 하용화 후보 등 3인이 출마해 경선을 벌인 제31대 뉴욕한인회장 선거다. 당시 선거는 후보별 공탁금 10만달러와 수십만 달러의 선거자금이 투입되는 등 뜨거운 열기속에 진행됐고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가 대서특필(大書特筆)해 화제를 모았다.
뉴욕타임스는 무려 2개면에 걸쳐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정치인이 아닌 한인커뮤니티의 의전적 자리에 불과한 한인회장 선거에 3명의 후보가 출마해 1인당 20만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쓰며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후보들은 대부분 사재(私財)를 털어 선거사무실과 선거참모를 두고 여론조사 실시와 캠페인송, 티셔츠, 승용차에 부착하는 전단지까지 동원해 유세에 나섰다”면서 “‘한국인은 두사람 이상만 모이면 단체나 협회를 만든다’는 농담섞인 말이 있다. 뉴욕일대에 1천여개 이상의 한인 단체와 기관이 있으며 그중 절반은 교회”라고 소개했다.
두명의 후보가 대결하는 이번 선거가 6년전과 같은 과열 양상이 될 가능성은 적지만 정식 선거운동을 하기전부터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지는 등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렬)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심사를 실시할 계획이며, 만약 사전선거로 판명될 경우 자격박탈도 가능하다”고 지난달 동포사회 일간지에 후원회 및 추대위 소식을 알린 김민선 전 이사장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이사장은 “광고는 추대위에서 낸 것으로 사전선거운동이 될 수 없다. 또한 단체 행사에서도 직접 후보라고 말하거나 공약을 제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민선 전 이사장측은 선관위 구성의 공정성 여부와 뉴욕한인회 사무국의 선거운동 개입 문제를 제기했다. 선관위원 상당수가 현 집행부와 이사들로 구성돼 있으며 민승기 회장의 재출마 발표문을 뉴욕한인회 사무국에서 발송하는 등 한인회 사무국 직원의 선거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3월8일 선거에 뉴저지 지역 두곳 등 총 10개의 투표함이 설치되는 문제를 놓고 뉴저지지역 한인단체들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뉴욕한인회는 정식 명칭이 대뉴욕지구(The Greater New York) 한인회로 뉴욕시와 뉴욕주는 물론, 허드슨강 너머 뉴저지와 코네티컷 등 뉴욕메트로폴리탄의 한인들을 유권자로 규정하고 있다.
과거 다른 지역한인회의 존재가 유명무실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10여년전부터 뉴저지한인회를 비롯 여러 단체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일종의 ‘영토갈등(領土葛藤)’이 촉발되고 있는 것이다. 뉴저지 일부 한인단체장들은 뉴저지에 투표소를 설치하려면 선관위에 뉴저지 인사를 참여시키고 회장 후보토론회에 뉴저지 인사도 패널로 기용하는 등의 전제 조건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인사회의 모 인사는 “선거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수장 한사람을 뽑기 위해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이 낭비되고 동포사회 분열까지 초래되고 있다”면서 “정말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을 뽑고 싶다면 공탁금(供託金) 등 현행 선거제도를 폐지하고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구성된 추천위를 통해 엄격히 검증된 후보들을 간접선거 방식으로 추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