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英雄)은 호색(好色)’이란 말이 있다. 영웅은 여자를 밝힌다는 것인데 이는 철저히 권력자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힘이 있고 가진게 많은 자들은 당연히 여자도 하나로 만족을 못한다.
합법적으로 여러 여자를 취하는 제도와 관습이 있었고 ‘일부일처(一夫一妻)’가 법으로 시행되는 오늘날에도 권력자와 유명인 등 소위 성공한 이들은 보통사람에 비해 월등히 많은 성추문의 위험에 노출된다.
그것은 그들 주변에 부나비처럼 들끓는 여자들의 존재도 한몫을 하지만 여러 암컷을 취하고 싶은 수컷의 본능이 보통사람보다 강한 이유도 있다. 비뇨기 전문의에 따르면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성인남성이 성인여성에 비해 20배쯤 많고 성공한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훨씬 강하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으로 인턴사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탄핵(彈劾)위기까지 몰렸던 빌 클린턴이나 ‘미스터클린’으로 불리며 대권유력후보로 거론되던 엘리옷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가 매춘부와 비밀리에 육체관계를 맺다가 낙마했듯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권력자의 멍청한 성추문은 왕성한 성호르몬을 도저히 억제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안타까운(?) 사연때문인지도 모른다.
요즘들어 ‘혼외자식’ 문제가 잦은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2011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김모(53) 씨가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을 비롯,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 이외수 소설가, 조희준 전 국민일보회장과 차영 전 민주당대변인, 가장 최근의 채동욱 검찰총장에 관한 건들이다.
이중에는 아직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있고 이 전 장관처럼 총각시절의 실수(?)가 30여년만에 발목을 잡은 케이스도 있다. 문제제기 자체만으로 당사자들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말이 있다시피 거개의 소문은 사실로 확인된다. 일단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 없으면 하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설은 경우가 다르다. 당사자간의 소송 등 사적 분쟁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한 언론이 어느날 갑자기 1면톱으로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시기가 아주 오묘하다.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 기간이었다면 또 모르지만 취임한지 5개월이 넘은 현역 검찰총장을, 그것도 국정원댓글 사건 등 국기를 뒤흔든 사건을 한창 처리하는 와중에 벌어졌다.
채동욱 총장이 보도 직후 “조선일보 보도의 저의와 상황을 파악중에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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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시피 그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를 통해 임명된 첫 총장이었던만큼 정치적 독립에 대한 검찰 안팎의 기대가 컸다. 국정원 대선·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여권 수뇌부가 노골적인 불만을 가졌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국정원 해체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용케도(?) ‘종북의원’ 이석기 사건을 터뜨리며 분위기 반전(反轉)을 꾀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허리 아래 일을 건드려라’는 그래서 비장의 승부수(勝負手)였을 것이다.
사실 조선일보의 단독보도는 무리가 있었다. 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는 팩트를 보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 어느 일방의 증언이나 아들이 맞다는 확실한 정황증거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아이의 학적부에 아빠 이름이 채동욱으로 돼 있다는 것과 아이가 우리 아빠가 검찰총장이라고 자랑했다는 또래친구의 말 정도를 내세워 혼외자식을 두었다고 자신만만하게 보도했다.
선수끼리 얘기지만 당사자의 실토없이 확신에 찬 보도를 하려면 ‘결정적인 제보자(deep throat)’ 없이 불가능하다. ‘채총장 혼외자식설’ 정도의 박스기사가 아니라 1면톱으로 뽑으려면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示唆)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배후세력'이 제보자라면 오보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다만 '믿는 구석'을 밝힐 수는 없으니 독자들을 확실하게 설득하기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필경 배후세력은 보도가 나가면 채 총장이 자진사퇴하는 수순을 예상했을 법 하다.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사생활이 만천하에 까발려졌는데 버틴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의 여인은 사실무근이라는 편지를 언론사에 보내왔고 채 총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정보도를 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 빠른 해결을 위해 유전자 검사도 하겠다”는 만만찮은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채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해 굳건히 대처하면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 본연의 직무 수행을 위해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후세력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채 총장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시간이 경과할 수밖에 없다. 채 총장이 유전자검사에 응해도 상대 여인쪽에서 싫다면 강제할 수도 없다. 그들이 원하는 ‘진실’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채 총장을 낙마(落馬)시키지 못한다면 국정원 수사를 비롯하여 검찰을 틀어쥐기 어려운 상황이 되버린다.
마침내 ‘신의 한수’가 내려지고야 말았다. 채 총장이 소송을 예고한 13일 법무부가 검찰총장 감찰이라는 사상 초유의 조치를 발동한 것이다.
법무부는 “사정기관의 책임자에 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더 이상 논란을 방치할 수 없다”며 “조속히 진상을 밝히기 위해 법무부 감찰관으로 하여금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웃긴 것은 정작 감찰권한을 가진 당사자가 외유(外遊)중이라는 사실이다. 안장근 감찰관은 지난 7일부터 북유럽 사법제도를 견학하기 위해 출국한 상태였다. 무리한 감찰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법무부가 “전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다”고 답한 것은 너무 궁색하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감찰관도 없는 시점에 굳이 감찰 착수를 발표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법무부 내부에서 논의 끝에 이루어진 결정이라기 보다는 윗선의 결정이 하달됐기 때문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도 “감찰관은 독립기관인 감사원 출신이 맡는데, 이번 건으로 결국 형식 뿐인 독립이라는 걸 확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배후세력으로선 하루가 급하게 느껴질만큼 다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까. 그도 그럴 것이 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불사하며 역공을 취함으로써 문제의 논란은 사그러드는 형국이었다.
검찰총장 당사자가 유전자검사를 포함해 가능한 조속히 진실을 규명(糾明)하겠다고 했는데 유전자 감식의 강제성도 없는 감찰관들이 뭘 더 어떻게 조속히 진상을 밝힌다는 말인가. 결국 감찰의 실효성도 없는 상황에서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 발표는 “너 빨리 옷벗어”라는 통첩(通牒)에 다름 아니었다.
채 총장은 감찰 결정이라는 언론발표를 본지 50분만에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검찰청사를 떠났다. 일각에서는 떳떳하다면 남아서 감찰도 받고 진실도 규명하라고 하지만 전례없는 감찰이 임명권자의 사표 종용이라는 것을 알고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의 감찰 발표로 식물 총장이 돼 버렸기 때문에 사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누구라도 힘있는 세력이 음모를 만들어서 흔들면 총장도 떨어진다는 전례를 만들었다”라며 검찰 조직의 미래를 걱정했다.
▲ 황교안 법무장관(좌) 채동욱 검찰총장 photo by 뉴시스 홍찬선 박문호기자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검찰총장 감찰 뉴스가 보도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다섯차례에 걸쳐 아래 글을 남겼다.
“내란음모는 30년만에 처음, 여적죄는 60년만에 처음, 검찰총장 감찰은 무려 사상 초유..이 모든 사건들에는 국정원이 관련되어 있다고 봅니다. 괴물이 된 기관의 조직이기주의가 이렇게 집요하고 필사적일 줄은.. 김기춘이 청와대 들어갔을때 예상했던 일들이 줄줄이 현실화되는 중... 박정희시절로 돌아가는군요..한 마디로, 버티지 말고 자진 사퇴하라는 압박이죠. 검찰이 주제 넘게 독립성을 가지려 한 게 화근이 된 듯.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에 ‘선거법 위반’을 건 게 문제가 됐겠죠. 황교안 법무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죄..박근혜 대통령, 그냥 솔직하게 채동욱 총장 나가라고 하세요. 이게 뭡니까. 너절하게.”
얼마후 채동욱 총장이 사퇴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아래의 글을 덧붙였다.
“박근혜 정권의 3류 저질 정치가 결국 그 결실을 보는군요.”
9월 6일 조선일보의 의혹보도가 시작된지 불과 일주일만에 채동욱 총장은 사퇴했다. 언론보도에 정면돌파를 선언한 검찰총장을 정부가 자빠뜨린 형국이다.
어느 네티즌의 댓글시나리오는 ‘21세기 정치후진국 대한민국’의 감상포인트가 아닐까.
앞으로 벌어질 일.
1) 허수아비 총장 임명.
2) 김용판 무혐의로 풀어줌.
3) 원세훈 1심에서 실형, 2심에서 징역 2년 집유 3년 선고 받아내고 풀려남.
4) 다음 재보선때까지 이석기 사건 질질 끌기.
5) NLL대화록 실종 사건으로 야당 정치인 엮어서 엿먹이기. 총대맬 검사 여기 붙어라.
6) 김용판은 다음 총선때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
7) 채동욱 사건 총대 매고 터트린 조선일보 기자도 승진.
8) 김용판 풀어준 검사도 승진. 말 안들으면 지방으로 전출 보내거나 약점 캐내서 옷 벗김.
반동의 역사..... 길고 긴 반동의 역사다.<펌>.no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