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1>
80년대 후반의 일이다. 훗날 여당의 중진(重鎭) 국회의원을 지낸 모 방송의 스포츠캐스터가 대학원논문 내용이 뉴스로 소개된 적이 있다. 제목하여 ‘축구선수는 연상의 여성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조사결과 축구선수들의 아내가 나이가 많은 경우가 일반의 경우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연하남연상녀' 커플이 흔한 일이지만 그때만 해도 드물었다. 그런데 축구선수들이 유독 연상녀와 커플이 맺어졌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가십거리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당시 축구기자였던 필자는 풋~하고 웃음이 나왔다. 오보(誤報) 아닌 오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조사결과는 정확했다. 문제는 자료였다. 축구선수들이 (그시절 스포츠선수들이) 중고교때 나이를 어리게 고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무렵 학원스포츠의 왜곡된 관행이기도 했거니와 운동을 늦게 시작한 선수들은 경기력을 위해 1, 2년을 꿇는 경우가 허다했다. 믿거나말거나지만 60~70년대 호적 나이를 고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고 축구 해설도 하는 A씨는 실제 나이보다 호적의 생일이 3년이 어리다. 물론 호적을 고쳤다는 것은 아니다. 동사무소(혹은 면사무소)에 늦게 출생신고를 했을 수도 있으니까.
역시 국가대표 코치를 지낸 B씨와 C씨는 같은 프로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B씨는 호적상 59년생, C씨는 58년생이다. 그런데 C씨는 B씨에게 깍듯이 형이라고 부른다. 왜냐고? 그건 나도 모른다. ^^
아무튼 호적상 나이보다 두세살 많은 스타선수들이 제법 됐다. 실제로는 동갑이거나 한두살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남편보다 ‘연상녀’가 된 커플이 많았던 이유다.
<에피소드2>
93년 경, 탤런트 박상원이 모델로 나서 공전(空前)의 히트를 기록한 광고가 있다. 에이스 침대다.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그런데 엉뚱한 부작용이 나왔다. 어느날 신문 사회면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시험문제에 “장롱 침대 TV 소파 중 가구가 아닌 것은?”하고 묻자 많은 어린이들이 TV 대신 침대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광고의 카피를 곧이곧대로 믿은 결과였다. 이 때문에 서울시 교육청에서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이유로 광고 문안의 변경을 요청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에피소드 3>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主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얼마전 언론에서 실시한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ㆍ25를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번 한번이 아니라 매년 여론조사에서 6ㆍ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잘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역사는 민족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데 있어 각자의 철학에 따라 교육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교사의 특징이나 가지고 있는 장점에 따라 다양하게 가르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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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10명중 7명이 6ㆍ25를 북침으로 알고 있다니, 이건 정말 심각한 일이었다. 설사 친북좌파라 하더러도 역사적 사실을 거꾸로 알고 있다니…. 그런데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을 보는 순간 속된 말로 멘붕이 왔다.
“==생뚱맞네... 우리나라 어느 역사교과서에 북침이란 말이 나오고 교육현장 어디에서 북침으로 가르친대요...혹시 북한의 침략을 애들이 줄여서 북침으로 얘기한걸 오버한거 아닌가요?” (구름속의 산책)
“알고보니 많은 고등학생들은 ‘북침’이 란 말을 ‘북한이 침공했다’는 뜻으로 오해했단다... 사전적 의미로 북침은 북쪽 지역으로 침공했다는 뜻인데... ㅋㅋㅋ 그럼 국어교육을 바로잡겠다는 말인가??” (조00)
“북침이 북한이 처들어온것으로 알았겠지 말이 어려워서다 국어교육 강화해라” (아랍인)
“ㅈㅈ 부칸이 침략했다를 줄이면 북침이잖아 하이튼 뻥치기는 국정원 견찰 부정선거 관권선거 어떻게할거냐” (야탑정)
“"북침"의 의미를 "북한이 침략"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설문조사에 답한 것. "북침"이니 "남침"이니 하는 식의 한자어는 요즘 학생들이 잘 모름. 차라리 1950년 한국전쟁은 남한과 북한 중 어느 나라가 시작한 것이냐고 묻는 것이 타당. 6.25가 북한이 시작한 전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설문지가 그 모냥이면 성인들도 헷갈림.” (______)
“고교생 100%가 북한의 남침이라고 정확히 알고있다. 개수작 하지마라. 박근혜는 516이 혁명이고, 유신 군사독재가 경제개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의 역사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 (alberto)
“말 장난질에 가까운 여론조사에 난리법석을 떠는 정당성을 이미 잃은 대통령! 이게 박근혜다. 북에서 남을 침략했다(북침) 남에서 북을 침략했다(남침) 남에서 북을 침략했다(북침) 북에서 남을 침략했다(남침) 즉,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똑같은 상황도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지들 멋대로 여론조사하고 지들 꼴리는대로 해석하고 이것을 빌미로 역사왜곡을 하려는 세력은 박근혜 당신들 비롯한 한국의 자칭 보수라는 수구세력이다. 뉴라이트가 요즘 뭘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든)
‘맙소사~’ 탄식(歎息)이 절로 나왔다. 알고보니 우리 학생들은 6.25는 북한의 공격으로 초래된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남침, 북침이 헷갈렸을뿐이라는 얘기다.
대통령은 그렇다치고 회의석상에서 그 말을 듣던 수석비서관중에 바른 사실관계를 여쭌 인물이 아무도 없었단 말인가. 또 언론에 알리기까지 숱한 참모진과 청와대 대변인은 뭘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지난번 '윤창중 사태'로 체면이 말이 아닌 대통령을 이렇게 민망하게 만들어도 되는 건가.
의문이 뇌리(腦裏)속에 꼬리를 물면서 문제의 기사를 확인해보았다. 서울신문이 지난 10일 입시전문업체인 진학사와 함께 조사한 ‘2013년 청소년 역사인식’ 결과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기사를 인용한다.
<국내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한국전쟁을 ‘북침’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서는 ‘안경’을 가장 먼저 떠올리거나,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등 근·현대사의 핵심적인 사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서울신문이 입시전문업체인 진학사와 함께 최근 전국의 고등학생 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내놓은 ‘2013년 청소년 역사인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49명)가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답했다. 현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6종 모두 한국전쟁의 발발 형태를 ‘남침’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북침(北侵)과 남침(南侵)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헷갈리거나 전쟁의 발발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서울신문 웹페이지>
기사에도 ‘북침(北侵)’과 ‘남침(南侵)’의 용어를 헷갈려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뭘 어떻게 헷갈려한다는 보충설명이 없었다. 게다가 <고교생 69% “한국전쟁은 북침”…무너지는 우리 청소년 역사인식>이라는 기사 제목만 보면 오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이 ‘북침’ ‘남침’의 용어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이 조사는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이다. 설문의 오류(誤謬) 가능성을 알고서도 기사를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생들이 헷갈려한다는 내용이 있는만큼 문제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기성세대라면 남침 북침을 결코 헷갈리지는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북한괴뢰가 무력으로 남침을 했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까.
남침은 우리에게 ‘북한의 남한침략’이라는 일반명사나 다름없었다. 사전적 의미로도 ‘남침’은 ‘북쪽에서 남쪽을 침범함’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북침, 남침의 한자뜻도 모르는데다가 단어들을 서술적으로 이해하는 언어적 습관으로 북침을 ‘북한의 침략’이라고 오인한 것이다.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남침, 북침의 의미를 정확히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설문지도 북침이냐 남침이냐 할게 아니라 남북한 중 누가 침략한것이냐고 풀어서 질문했어야 했다. 만에 하나 오해를 유도(?)했다면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이다. 솔직히 기본상식에 속하는 이런 질문을 고교생에게 굳이 한게 미심쩍기는 하다.
설문의 문제점을 간과한 많은 댓글중에는 전교조 교사들의 좌편향 교육이 이런 결과를 빚었다고 비난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만일 어느 전교조 교사가 6.25를 남한이 공격해 일어났다고 가르쳤다면 해당 학교는 고사하고 이 사회에서 온전히 살 수 있었을까.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한국전쟁의 도발 주체를 엉터리로 가르쳐 줄 전교조 교사는 없을 것이다.
정작 눈길이 가는 것은 대통령의 탄식이 보수우익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학회가 추진중인 새로운 역사교과서 도입을 위한 ‘길닦음’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직 이들의 역사교과서에 어떤 내용이 담기는지 정확히 공개된 것은 없지만 보수편향의 인식이 주가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들은 기존 역사교과서가 한국 현대정치사를 ‘민주주의 시련의 역사’로 취급하는 자기비하(自己卑下)적 역사관,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서술, 산업화 부작용의 지나친 부각(浮刻) 등이 문제라고 주장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민주주의’를 굳이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분단 이후의 남한 정부 체제를 긍정하는 보수적 역사관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역사학계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이번 북침 해프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왕지사 대통령은 스타일을 구겼지만 “역사는 민족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歪曲)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은 백번천번 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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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후 친일파를 청산(淸算)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중용(重用)한 초대 대통령, 북한의 남침가능성을 간과하고 전쟁이 발발(勃發)하자 피난갈 필요없다고 해놓고 먼저 내뺀 치사한 지도자, 선거부정 등 민주주의를 희롱(戱弄)하다 기어코 국민들에 의해 쫒겨난 이승만에 대한 역사의 기술(記述)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뿐만인가. 해방전 친일행적과 해방후 좌익행적에도 불구하고 용케도 군인으로 승승장구(乘勝長驅)한 희대의 기회주의자, 4.19혁명을 통해 들불처럼 일어난 민주주의를 5.16 쿠데타로 짓밟은 군부출신 첫 대통령, 혼란이 가라앉는대로 군인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채 ‘두번 다시 나처럼 불행한 군인을 만들지 말라’며 악어의 눈물을 흘린 박정희도 피해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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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개헌과 ‘시월유신’으로 영구집권을 도모하고 수많은 민주인사와 학생들을 투옥하고 사지로 내몰았으며 산업화를 빌미로 민초들의 엄청난 희생을 강요한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남김없이 담으라는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듯이 말이다.
‘역사는 민족의 혼’이라 하셨으니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역사적 무뇌아(無腦兒)가 되지 않도록 당장 역사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한가지 더 주문한다면 한글과 함께 동이배달민족의 자랑스러운 문자인 한자 교육도 의무화하여 박정희 이래로 시작된 한자문맹(文盲)시대를 종식(終熄)시켜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