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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년만에 드러난 美본심

'미국의 진짜동맹 일본' 틸러슨장관
글쓴이 : 소곤이 날짜 : 2017-03-21 (화) 22:37:07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8일 '인디펜던트저널리뷰(IJR)'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our most important ally)”이라고 말했다. 반면 그는 한국에 대해 “이 지역의 중요한 파트너(important partner)”라고 차별화(差別化) 했다.

 

이같은 보도에 한국정부는 당황해하고 한국민들도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다못해 두 번째로 중요한 동맹국도 아니고, 중요한 파트너에 불과하다는 한국의 현실이 백일하(白日下)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요한 파트너’는 미국이 친선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나라들에게 쓰는 일상적인 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외교와 대외관계를 총괄하는 국무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대놓고 비교한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한국 국민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는 점에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2017년 틸러슨의 발언은 한미관계의 역사적 변곡점(變曲點)이 될 것이다.

 

 

Secretary_Tillerson,_Japanese_Foreign_Minister_Kishida,_and_South_Korean_Foreign_Minister_Yun_Pose_for_a_Photo_Before_Their_Trilateral_Meeting_in_Bonn_(328.jpg
왼쪽부터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상 렉스 틸러슨 미국무장관 윤병세 장관 www.en.wikipedia.org

 

 

한국인의 대다수는 미국을 좋아한다. 그중에는 숭미주의자와 종미주의자들이 상당수다. 숭미와 종미의 민낯은 ‘박근혜탄핵’에 즈음해 여실히 드러났다. 아무 상관도 없는 성조기가 슬금슬금 휘날리더니 급기야 이스라엘기까지 가세했다. 태극기로 위장한 친박세력은 종미와 극우, 원리주의 기독교가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그들은 간절히 기도했을 것이다. “기독교의 나라 미국이 돕고 ‘애국군인들’이 일어나 ‘종북 촛불’을 싸그리 쓸어 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야속하게도 틸러슨은 그들의 정수리에 얼음 한가득 벼락물을 퍼부었으니..

애당초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알고 최소한의 합리적 사고를 지녔다면 성조기를 흔들어대는 웃지못할 코미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심은 커녕, “종북촛불때문에 미국이 화가 났으니 미대사관 앞에서 석고대죄하며 충성심을 보여주자”고 하지 않을까.

 

미국을 짝사랑하는 이들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되뇌는 한미동맹은 알고보니 ‘지역의 중요한 파트너’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틸러슨은 일본과 한국의 차별은 몇십년전부터 있어 왔다는 말로 대못을 쾅쾅 박아버렸다.

 

이 말은 무엇인가. 전쟁 발발시, 한국은 1차 저지선이요, 일본은 중추 병참기지라는거다. 저지선은 언제라도 포기될 수 있다. 네티즌 말마따나 ‘일본은 왼팔, 한국은 빵셔틀’ ‘일본은 가장 중요한 동맹, 한국은 중요한 시다바리’였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미국에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위해 싸드 배치 해주는 바람에 중국한테 ‘개차반’ 나는데 고마워하기는 커녕, 이렇게 뒤통수를 쳐도 되냐는거다.


 

Rex_Tillerson_official_Transition_portrait.jpg

 

 

틸러슨의 발언은 ‘초보장관’의 실언이 아니다. 그간 미국이 전략적으로 숨겨온 일본 한국과의 관계설정을 더 이상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트럼프정부의 외교정책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정부의 기조(基調)에선 그전처럼 외교적 수사(修辭)로 한국을 배려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어떡하든 미국 바지가랑이만 붙잡는 동북아의 호구에게는 ‘중요한 파트너’도 감지덕지 아니냐는거다.

 

전 세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양키고홈을 부르짖지 않는 나라,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당장 공산화가 될것처럼 벌벌 떠는 나라,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가져야 할 전시작전권 회수도 계속 싫다는 나라, 툭하면 성조기를 흔들어대며 ‘천조국(天朝國)’을 떠받드는 나라가 무슨 대접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틸러슨의 공공연한 ‘천기누설(天機漏泄)’에 당황한 한국 정부와 기성 언론은 의미를 축소하려 안간힘 쓰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 보도를 보자.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틸러슨 장관은 인터뷰에서 미·일과 한·미 관계에서의 불균형이 없다고 했다. 전체 맥락을 보면 '동맹'이냐 '중요 파트너'이냐의 여부는 의미를 부여할 게 아니라고 본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고 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도 "인터뷰 도중 일본에 대해 먼저 언급하고 뒤이어 한국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전체 맥락을 보면 큰 차이가 없다"면서 "틸러슨 장관이 일부러 차별을 두고 발언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틸러슨이 분명하게 표현했음에도 ‘전체 맥락을 보면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것 같아 안타까움마저 생긴다. 순정을 다 바친 야속한 상대의 이별 통고에도 그게 아니라고 도리질하는 형국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을 진정한 동맹국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그것은 지나온 역사를 보면 안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계기로 조선과 미국의 외교관계는 시작됐다. 이때도 미국은 일본을 통해 조선에 ‘입질’을 했다. 일본은 이미 한세기 이전부터 미국의 특별한 창구였던 것이다. 결국 일본을 견제하는 중국의 권유(?)로 조선은 미국과 수호조약을 맺었다. 그로부터 23년후인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조선은 뒤통수를 제대로 맞는다. 주변 강대국들 틈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조선을 불한당 일본에게 몰래 팔아먹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미국이었다.

 

미국은 진주만공습의 참화를 겪고 나서야 일본의 실체를 깨닫게 됐다. 수많은 인명을 희생해가며 항복을 받았지만 징벌의 대상인 일본은 보호하고 한반도를 분할한 것은 왜일까. 지정학적 이유도 있었지만 일본을 수하(手下) 에 두고 유사시 남한을 1차 저지선으로 구축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때 아시아를 집어삼킬뻔한 일본이야말로 미국을 대신해 동북아 골목대장을 맡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135년간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일관된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 남한은 버려도 되는 카드이지만 중차대한 병참기지 일본만큼은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보루(堡壘) 인 것이다.

 

해방후 친미파 이승만이 친일부역자들의 후원아래 단독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김구 선생 등 민족지도자들의 암살을 수수방관袖手傍觀)한 것은 왜일까. 북한의 남침 정보가 있었는데도 왜 미군을 철수시키고 한국전쟁 5개월전 ‘애치스라인’ 선언으로 남한을 극동방위선에서 제외했을까. 애치슨라인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북한이 과연 남침의 만용(蠻勇)을 부릴 수 있었을까. 한국전쟁은 패망한 일본에 구세주와도 같았다. 전쟁특수로 불과 10년후 올림픽을 개최할만큼 빛의 속도로 경제를 회복, 일본이 든든한 동맹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미국은 남한을 꼭두각시정권으로 부리기 위해 박정희 군사쿠데타를 용인했고 한일국교정상화를 부추겼다. 10.26으로 유신독재가 종식된후엔 전두환의 군사반란과 광주학살, 김재규사형집행 등 일련의 사태에서 미국은 면책될 수 있을까.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당시 미국 대통령은 22대 '체스터 아서'였다. 45대 '도날드 트럼프'까지 135년간 25명의 대통령이 탄생했고 16번 정권교체를 했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중요했던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한국은 항상 일본을 위한 희생양이었다. 2000년 남북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생의 길로 나아갈 때 ‘전략적 인내’로 북한을 압박한 장본인은 다름아닌 미국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 버락 오바마였다.

 

오바마는 2010년과 2012년, 그리고 2013년 세차례나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 안보의 린치핀(linchpin)”이라는 말을 해서 주목을 받았다. '린치핀'은 자동차나 마차 수레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으로 외교적으로는 ‘꼭 필요한 동반자"라는 의미다.

 

한국정부와 기성언론은 오바마의 '린치핀'이 더욱 굳건해진 한미동맹을 의미한다며 수선을 떨었지만 기실 린치핀은 미일동맹을 강조할 때 쓰던 단골용어였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이 미일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던 것일까. 그러나 오바마는 같은 시기 “미·일 관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주춧돌(cornerstone)”이라고 추켜세웠다.

 

한국 언론은 “린치핀이나 코너스톤이나 둘 다 중요한 파트너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외교적으로 린치핀 속에는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동반자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며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했다.

 

초등학생한테 물어보자. 마차와 집, 어느게 더 중요한가? 자동차 바퀴 축에 꼽는 핀이 더 중요한지, 집 지을 때 꼭 필요한 주춧돌이 더 중요한지 말이다. 오바마는 ‘린치핀’으로 박근혜의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립서비스 하면서 같은 시기 출범한 아베 정권에게 ‘코너스톤’을 처음 사용, '일본은 급이 다르며, 훨씬 중요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나마 린치핀으로 격상된줄 알았던 한미동맹은 4년만에 ‘그냥 중요한 파트너’로 강등됐다. 오바마 등 과거 미국의 정권들이 표리부동(表裏不同)했다면 트럼프 정권은 톡 까놓고 한미동맹의 현실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차라리 평가할만하다. 미국의 속내를 알고나면 왜 그동안 그렇게 독도와 동해 문제 등 한국의 정서에 무심하고 역사 반성없는 일본을 두둔했는지, 왜 한일간 졸속 위안부합의를 쌍수(雙手)로 환영했는지 이해가 되는 것이다.

 

모든 나라는 각자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싸드는 미국의 극단적 이익 추구의 결정판이다. 싸드 배치에 중국이 저토록 극렬하게 반대하는 것도 자국의 이익이 훼손(毁損)되고 안보까지 위협받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대북선제타격이라도 감행된다면 우리가 사는 땅은 안전할 수 있을까. 전면전(全面戰)은 민족 공멸이요, 어느 도시 하나라도 공격받는 국지전(局地戰)도 가공할 피해를 줄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복구를 통해 주변국들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한반도는 또다시 신냉전의 화약고로 21세기를 지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지는 무엇이 되야 하는가.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첫 번째 출발점은 70년 적폐청산을 위한 정권교체가 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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