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한국 언론은 진실보도 사실보도 객관보도라는 언론의 본령(本領)보다는 유행어만들기에 전력투구(全力投球)하는 느낌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때 강부자(강남땅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출신) 하며 애꿎은 연예인의 이름을 들먹이더니 박근혜 차기정부는 가수 성시경이 짜잔~하고 등장했다.
이른바 성균관대와 고시, 경기고를 줄여 성시경이라 했다는데 박근혜 정부 내각의 면모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자를 따서 ‘성고경’이 되어야지 ‘고시’만 뒷자를 따서 성시경이라는 조어를 어거지로 만들었는지 좀 우습다.
이에 성시경 팬클럽이 발끈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를 경고성(경기고, 고시, 성대) 내각으로 불러야겠다고 한방 먹인 것이다.
누군가는 위성미(위스콘신대, 성대, 미래연구원) 내각이란 말도 하는 등 바야흐로 스타이름따기 전성시대가 도래한듯 하다. 하긴 이명박 정권때도 덜 알려졌지만 강금실(강남에 금싸라기 땅 소유)이라는 야당 정치인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경향 각지의 언론들은 성균관대 출신이 6명으로 서울대 7명에 이어 가장 많다면서 특정 인맥이 핵심 포스트에 포진한 것은 문제있다고 지적한다. 왜 아니겠는가. 박정희 정권이래 추억의 KS(경기고 서울대) 마크와 지겹도록 요직을 독점한 영남출신인사들, 가까이로는 MB의 도가 넘은 학교사랑 교회사랑으로 고려대와 교인들이 눈총깨나 받았으니 말이다.
여하튼 살다보니 성대 출신들이 권부의 실세로 등장하는 날도 오고 좀 신기한 느낌이 든다. 물론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는게 아니다. 오히려 성대 출신은 그동안 필요이상으로 저평가 받았다는 말이 옳다.
아다시피 성대는 대학입시가 전후기제로 운영되던 지난 80년까지 후기에 속했다. 전기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후기에 응시해서 들어온 것인데, 서울대에 도전했다가 떨어진 이들이 많은 탓인지 머리는 좋지만 좀 염세적이랄까, 시니컬하고 비판적인 분위기가 많았던게 사실이다.

1980년 전두환신군부가 광주폭거를 저질렀을 때, 우스갯소리 한가지.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생들을 정치 용어로 분류한 농담이 있었는데 서울대생을 Nationalist, 연세대생을 Liberalist, 고려대생을 Socialist 라고 했다. 그럼 성균관대생은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Terrorist 다. 학생운동이 그만큼 과격했다는 뜻이다. 학교 분위기도 있었겠지만 재수 삼수생 출신 학생들도 많았고 전기 입시에서 낙방한 학생들의 울분이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상승작용을 했다면 과도한 억측일까.
필자도 성대동문이기에 소개한 에피소드였다. 성시경으로 억지 조어를 만든 이들을 위해 한 마디 하자면 누구처럼 끈끈한 네트워크로 전횡(專橫)을 휘두르진 않을 것이다.
문제의 학교를 졸업하고 30년간 세상과 씨름하며 얻은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다. 물론 사람사는 세상, 팔이 안으로 굽는 정서가 성대라고 없을 리 만무하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성대 출신은 한 직장에서 수삼년 생활해도 도무지 그사람이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잘 모를 정도로 티를 안내는 이들이 많다. 원래 학교 분위기가 그랬다.
이번에 박근혜 내각에 성대출신들이 많이 포진(布陣)했지만 밀어주고 당겨주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베팅을 건다. 만일 그들이 밀착된다면 다른 인맥(人脈), 지연(地緣)이 작용하는 것이지 성대이기 때문에 그럴 리는 만무하다는 것이다. (물론 80년대 이후 학번까지 장담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요즘 분위기는 필자도 알 수가 없으니까.)
어쨌든 성대 출신들은 자기를 드러내는데 익숙치 않았다. 고향이나 고등학교로는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대학쪽으로는 어울리는 경우가 드물었다.
학연(學緣)이 작용안해서 탈(?)이라는 소리가 나올만큼 서로 소닭보듯 하던 사람들을 두고 갑자기 성시경 어쩌구하며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걸 보니 실소가 터진다. 아마도 박근혜 당선자는 이런 특성을 잘 알아서 마음놓고 비서진 4인방을 간택한게 아니었나 싶다.
아니라면 왜 자신의 동문인 서강대 출신들은 가뭄에 콩나듯 하겠는가. 상대적으로 졸업생 수가 적기는 하지만 동문을 배려(配慮)하거나 출신교를 안배(按配)하려 했다면 이렇게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글의 결론을 내린다. 성시경? 걱정은 붙들어매도 좋다. 문제가 된다면 그들이 성대출신이 아니라 ‘박근혜 코드인사’의 한계일테니..
명색이 성대출신이면서 이날이때까지 뭐 하나 덕 본게 없는 필자를 믿고, 부디 애꿎은 성시경은 그만 내려놓으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