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장례식이 엄수된 팝 디바 휘트니 휴스턴으로 인해 올해의 그래미상 시상식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평소에 음악에 취미가 별로 없는 이들까지도 시상식 전날 돌연사(突然死)한 휘트니 휴스턴으로 인해 지난 12일 CBS의 시상식 생중계를 관심있게 봤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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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회를 맡은 래퍼 겸 배우 LL 쿨 제이는 식전에 묵념을 제안하며 “휘트니 휴스턴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무대에 나온 여러 스타들도 휴스턴에 대한 애틋한 고별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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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이 읽혀지지 않을만큼 옛 모습 그대로인 스티비 원더(61)는 “하늘에 있는 휴스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 주고 싶다”고 말했고 얼리샤 키스(30)는 “위대한 아티스트들은 유산을 남긴다. 우리는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그래미상 시상식을 주관하는 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의 닐 포트나우 회장이 2부에 나와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자한다”는 말과 함께 지난해 숨진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게리 무어,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 등 유명인사 수십명의 얼굴들이 명멸했다. 마지막은 당연히 휘트니 휴스턴이었다. ‘Saving All My Love for You’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 관객들은 삶과 죽음의 허망한 경계에서 착잡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추모의 절정은 그녀에 대한 헌정곡, 휴스턴이 케빈 코스트너와 함께 출연한 영화 ‘보디가드’의 주제가 ‘I'll Always Love for You’를 제니퍼 허드슨(30)이 부르는 장면이었다. 검은색 드레스차림으로 휴스턴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의 허드슨은 노래 중간 다소 감정이 복받치는듯 목소리가 떨렸다.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으로 폭발적인 성량을 자랑하는 그녀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중 하나로 꼽히는 휘트니 휴스턴의 오리지널 곡에는 역시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모두 느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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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상식에서 정작 인상 깊었던 것은 원로가수들의 활약(?)이었다. 팝부터 컨트리송 랩에 이르기까지 영어권 대중음악의 모든 것을 결산하는 무대인만큼 레이디 가가와 같은 당대 최고의 젊은 뮤지션들이 등장했음에도 원로들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86세의 할아버지가수 토니 베넷이 케리 언더우드와 ‘It had to be you’를 열창하는 장면은 너무나 멋져 보였다. 더욱 놀랄 일은 그가 지난 해 85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여전히 가수로서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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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The Duets’으로 최우수 트레디셔널 팝 보컬 앨범상,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함께한 ‘Body And Soul’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상 등 2개상을 거머쥐었다. 그래미 사상 최고령 수상자가 된 토니 베넷의 특별 공연에 어찌 기립박수(起立拍手)가 나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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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76세 노장 컨트리 가수 글렌 캠벨의 흥겨운 공연이 있었고, ‘비틀즈’ 폴 매카트니(70)와 ‘이글스’ 조 월시(65)의 합동 공연, 결성 50주년을 맞은 비치보이스의 특별무대 등 이날 그래미상 시상식을 한국식으로 보자면 ‘가요무대 특집’이라고 해도 좋았을 것이다.
▲ 폴 매카트니와 조 월시 www.en.wikipedia.org
중요한 것은 이들이 여전히 현역이라는 사실이다. 만으로도 고희(古稀)가 되버린 폴 매카트니는 지금도 공연을 하면 수만명이 열광한다. 이날 그는 두 차례나 무대에 올라 비틀스의 명반 ‘애비로드’의 곡들을 연주하며 피날레 무대를 장식했다.
이런 장면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우리의 원로가수들, 아니 나이만 조금 먹어도 퇴물이 되어버리는 국내의 가요계 현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음악성이나 가창력보다는 깜찍한 미소녀, 꽃미남의 10대 댄스가수들을 앞세워 한국 음반산업을 장악한 대형연예기획사들, 그들과 함께 음악의 지독한 편식현상을 부추기는 방송사들, 도대체 그 많던 중고참 가수들은 어디로 갔는지 행적이 묘연(杳然)하다.
노래는 기호(嗜好)다. 빠른 비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애절한 발라드에 매료되는 사람이 있다. 똑같은 음악애호가이지만 상대의 음악이 소음(騷音)으로 들리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음반계와 방송계가 다양한 계층의 대중을 위한 노력을 과연 얼마나 기울였는가.
오늘날 ‘K팝’을 내세워 마치 커다란 애국이나 하는양 포장해 구매의욕이 강한 10대들의 코묻은 돈으로 부를 축적하기에 바쁜 거대연예기획사들에게 중장년 팬들을 위한 음악을 만들라며 쇠귀에 경읽기일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자식, 손주뻘인 하이틴들과 섞여 '쩍벌춤'을 추고 '똥꼬팬티' 차림의 민망한 댄스그룹을 보고 덩달아 열광할 수는 없지 않은가. 70~80년대의 추억이 담긴 통기타출신 가수들과 대학가요제 세대, 중장년의 가수들도 어필 할 수 있다는 것은 ‘세시봉’과 ‘나가수’ 같은 프로그램의 성공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머리 희끗한 중장년의 원로가수들도 젊은 가수들과 함께 당당히 무대에서 노래하는 한국의 그래미상 시상식을 볼 수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