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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지만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맑고 향기로운 이야기들로 어두운 세상에 진리의 등불을 전하고자 합니다. 제주 약천사 혜인 큰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해인사에서 사미계수지. 직지사에서 구족계수지. 통도사 강원 졸업. 통도사 율원, 동국대학교 수학. 중국윈난대학교 졸업. 현 뉴욕 원각사 총무. 타이완 NGO단체 국제불광회 한국 제주협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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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에 자유를(下) 포탈라궁을 휘감은 오성홍기

글쓴이 : 세등스님 날짜 : 2010-09-17 (금) 13:19:46

 

필자는 두번의 티벳 여행경험이 있다. 첫번째 여행은 칭짱열차가 개통되기 전이었는데, 중국 유학시절 광저우에서 24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에 도착한 뒤 거기서 2박3일 동안 버스를 타고 고생 끝에 라싸에 도착했었다.

 

두번째는 칭짱열차 개통 후인데 편리해진 교통덕분에 미어터지는 관광객으로 인해 티벳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더 이상 자본주의에 오염되기 전에 빨리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차에 몸을 실었다. 광저우에서 라싸역까지는 56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이었다. 예전보다야 소요시간(所要時間)이 절반이상 줄어들었고 기대이상의 양호한 기차시설에 큰 고생이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기차에서 56시간 앉아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48시간이 지나면서가 고비였는데 필자는 스님이라 평소 폐관수행(?) 경험이 풍부해 그럭저럭 견딜만했는데, 같이 여행했던 일행들은 폐쇄공포증(閉鎖恐怖症)과 고산증(高山症), 초조함에 고통을 호소했었다. 이윽고 56시간이 지나 라싸역에 도착 후 기차에서 벗어났을 때 일행들이 ‘스님! 해탈한 기분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요?’라고 우스개 소리를 해대었다.

 

칭짱열차가 개통 되기 전 티벳으로 들어가는 길은 딱 5갈래였다. 꺼얼무(格尔木)에서 버스로 2박3일간 들어가는 길과 사천성 성도에서 라싸로 넘어가는 길 외 나머지 3갈래 길은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한 길이기에 거의 시도조차 않는 길이다.

중국 어디에서든 기차로 꺼얼무로 가려면 이틀이상 걸린다. 티벳지역 전체가 평균 4천 미터 이상의 고원지대이기 때문에 지도로는 가깝게 보여도 직선 노선은 없고 빙 둘러 가야 하는 길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교통의 어려움 말고도 현실적으로 티벳 여행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티벳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기 때문에 여행하기 전 반드시 퍼밋을 받아야 하는데 티벳에서 시위나 시끄러운 일이 있을 때면 티벳으로 향하는 길을 중국정부에서 전면 차단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티벳 문턱에서 몇 주씩 기다리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사천성 성도에서 버스를 이용해 라싸로 들어가는 길이 확실히 험난하긴 하지만 창밖에 보이는 말로 가히 형언(形言)할 수 없는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게 된다면 고생을 감내(堪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3일 내내 버스를 타는 것 보다 가다 중간중간 쉬며 일주일 정도 여유를 둔 일정으로 라싸에 간다면 육체적으로도 조금 덜 힘들고 또한 천상세계(天上世界)에서나 있을 법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여유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이다.

  

티벳은 들어가는 길목부터가 감동이었다. 아름다운 풍경도 풍경이지만, 간간히 그 험난한 길을 삼보일배(三步一拜 세걸음 마다 한번 절하면서 걸어가는 불교식 수행)로 라싸까지 가는 성지 순례단(聖地巡禮團)을 만날 수 있다.

버스 타고 가기도 힘든 그 길을 약 8개월에 걸쳐 해발 4000미터가 넘는 곳을 삼보일배로 걸어가는 성지 순례단을 보았을 때, 낙후된 시설과 약간은 비위생적인 환경에 투덜댄 내 자신이 정말 가소롭게 느껴졌다.

조금 산다는 나라, 문명세계에서 왔다는, 어쭙잖은 자만심이 순수한 믿음 하나로 묵묵하게 걸어가는 티벳인들이 흘리는, 관세음보살님의 감로수(甘露水)보다 더 청정한 땀방울에 화끈거리며 녹아 버리는 듯 했다…

 

티벳에 도착하면 누구나가 다 불교인이 된다. 그 순수한 모습들, 이국적인 모습들에 반해 나도 모르게 티벳인들처럼 “옴 마니반메 훔”을 읊조리게 된다. 티벳의 상징인 포탈라 궁 앞에는 수많은 티벳인들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지나가던 파란 눈 배낭여행객들도 배낭을 풀어 던지고 온 몸을 땅바닥에 던지고 있다.

그것은 종교를 떠난 자연에 대한 감사함과 우주의 숭고함에 대한 존경심, 거대한 티벳 고원 히말라야에서 폭풍 속 먼지처럼 한없이 하찮게 느껴지는 내 자신을, 세상에서 나밖에 모르고 철없이 날뛰던 오만함에서 오는 부끄러움 등을 녹이고 거친 땅에 내 모든 몸을 던지게 만든다.

 

무언가에 홀린 듯, 오체투지를 하고 난 후 뒤돌아서니 저 멀리 오성홍기(五星紅旗 중국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티벳은 중국에 국권을 빼앗긴 나라이다. 포탈라궁 앞은 원래 호수가 있었다고 하나 중국이 티벳 침략 후 호수를 메워 광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광장에 한 복판에는 중국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포탈라 궁의 신비한 자태(姿態)를 카메라에 담으려 앵글을 이리도 잡아보고 저리도 잡아보지만 얄밉게 펄럭이는 오성홍기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일제침략기 서울 경복궁 앞 조선 총독부에 펄럭이는 일장기(日章旗)를 보며 눈물을 떨궜던 우리 선조들의 설움이 지금 티벳인들이 느끼는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 또한 서글픔이 복받쳐 올랐다.

포탈라 궁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티벳인들이 거주하고 왼쪽은 이주 한 중국 한족(漢族)들이 거주하고 있다. 두 민족은 달라도 너무 달라서 도저히 섞일 수 없을 듯 보이나, 최근 한족 이주민들이 늘고 있어 13억 중국 한족 앞에 600만 티벳인들은 태풍 앞 등불 신세인 듯 하다.

앞으로 이주민은 점점 늘 것이고, 그럴수록 아름다운 티벳 전통은 깨어져 갈 것이고, 역사는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 갈 것이다. 이 또한 티벳인들이 받아야만 하는 카르마인 것일까…? 조캉사원 앞 티벳인들과 섞여 오체투지를 하며 조용히 읊조려 본다.

‘Free Tibet….Free Tibet…’

 

* 티벳 독립에 관심 가져주세요. 한국에도 많은 티벳 독립 후원 단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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