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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홍태의 발칸반도에서
지중해의 바다를 조망하는 '사하라의 진주' 리비아를 거쳐 코발트 블루의 아름다운 해변도시 아부다비, 그리고 유럽대륙의 남쪽 발칸반도까지. 파란과 곡절의 현대사가 담긴 지역을 누비는 한국의 싸나이가 전해주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동부와 남부 유럽의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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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리비아 생생탈출기(下) “천신만고끝에 공항에 왔지만”

글쓴이 : 새벽강 날짜 : 2011-03-03 (목) 07:52:10

2월24일 목요일

5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간단하게 꾸린 짐을 들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20명이 4대의 차량에 나누어 타고 이젠 리비아를 떠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약간은 들 뜬 기분으로 공항으로 향했다.

7시 반이 가까워지자 여기저기서 한국인 가족들과 기술자들이 공항입구에 모여들었다. 모두들 함께 갈 수 있다고 믿으면서. 어렵게 공항 내부에 진입했다. 다행히 리비아 공항 경찰과 경비들이 한국인은 우호적인 분위기로 맞아주었다.

대사관에서 이집트에서 전세기가 출발해서 트리폴리로 오는데 트리폴리 공항에서 착륙허가를 내어줄지 출발은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하면서 기다리자고 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오후 1시가 넘어가자 대사관직원이 다들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비행기가 오지 않았다고 하면서 밤 10시반경에 다시 온다고 하면서 공항에서 기다리든지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7시에 공항입구에서 다시 만나자는 것이다.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택시를 탔다.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알고 있기에 내가 몇 대의 택시의 선두에 서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을 입구에 들어오면서 군인들이 검문하는 검문소입구에서 택시기사가 차를 돌려서 반대편으로 섰다. 순간 총을 찬 군인들이 와서 어디에서 오느냐, 어디로 가느냐 등을 물어보고 나서 대뜸 ‘랩탑’을 내어놓으라고 했다. “없다”라고 하자 정말이냐고 몇 번 묻더니 그냥 가라고 했다. 외국인들이 이렇게 빼앗긴 컴퓨터와 휴대폰이 많다고 알고 있었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뒷자리에 앉아 있는 아내는 사색(死色)이 되었다.

무사히 숙소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잠시 자리에 누웠다. 또 돌아갈 방법을 모색한다고 모이라고 했다. 회의 후 6시에 소형버스가 도착하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나 약속한 6시에 버스는 오지 않았다. 리비아에서 시간약속은 거의 무의미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차는 역시 6시 40분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참으로 리비아를 빠져나가기가 힘들었다 문제는 우리가족을 포함한 20명이 가야하는데 자리가 모자랐다. 할 수 없이 2사람이 내려서 리비아 운전기사를 태우러 회사차를 타고 운전기사 집으로 먼저 가고 나머지 사람만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버스가 내가 알고 있는 길로 가지 않길래 좀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다른 길로 가는가 보다 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며칠 째 뜬눈으로 밤을 지 새 극도의 피곤(疲困)이 몰려왔다. 잠시후 아내가 공항 가는 길이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나를 깨운다. 눈을 뜨고 보니 역시 모르는 길이라 동료직원에게 물어보니 다른 길로 갈 것이라고 하면서 “괜찮겠지요” 라고 했다.

공항가는 길은 남쪽인데 서쪽으로 계속 가던 버스는 갑자기 유턴을 했다. 유턴을 하자마자 총과 막대기 등으로 무장하고 녹색천으로 머리를 동여맨 카다피 지지 세력들이 버스를 가로 막으면서 몰려들었다. 아찔했다.

  

버스가 서자 이들은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진 것을 다 내놓으라고 하는게 아닌가. 걱정이 태산같았다. 가방에는 여권, 컴퓨터, 돈 등이 있어서 다 빼앗기면 집에도 못가는게 아닌가 하면서 잔뜩 긴장했다. 다행히 이들은 버스에 올라타지 않고 카다피만 연호하다가 길을 열어줬다.

너무 어이없어 운전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왜 이리로 왔느냐”고 했더니 버스기사가 “공항가는 길을 모른다”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할 수 없이 내가 공항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면서 길을 재촉했다. 공항으로 갈수록 밤이 다가왔다. 가는 길 중간에서 이번에는 또 시위대가 멈춰 세웠다. “한국인이 공항 가는 길이다”라고 하니 다행히 쉽게 비켜주었다.

10분을 더 가자 이번에는 경찰이 멈춰 세웠다. 다들 내리라고 했다. 여권을 모두 지참해서 내려서 일렬로 서라고 했다. 여자와 아이들은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모든 여권을 가져가서는 조사를 하고 다시 돌려주었다. 비행기가 언제 올지 모르는데 한시라도 빨리 공항에 가야하는데 시간은 계속 지체(遲滯)되고 있었다.

다시 버스에 올라타고 마을길을 빠져 나갈 즈음 이번엔 군인들이 막아섰다. 내리지는 않았지만 다시 여권을 다 달라고 해서 부대안으로 여권을 가져갔다. 참으로 답답했다. 여권을 돌려받고 긴장과 초조속에 달렸다. 마침내 공항이다. 도착하니 청사 밖 한곳에 일단의 한국인들이 이미 도착해서 줄을 서있었다.

 

한 대사관 직원이 종이를 돌려서 이름과 주민번호를 써라고 했다. 226명 정원비행기인데 우리가 거의 끝 번호였다. 대사관 직원이 내민 그 종이는 전세기 비행기 값을 탑승하는 본인이 내겠다는 서명이었다. 전세기가 이런 것인가, 그제서야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공항청사 바깥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밤이 되자 얼마나 쌀쌀한 바람이 부는지 여셩들과 아이들이 추위에 힘들어서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으나 대사관직원은 공항청사 안에도 사람들로 꽉 차서 11시나 되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추위에 떨다가 공항에 들어갔다. 역시나 이집트인을 포함한 각국의 사람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어렵게 공항 안으로 들어와서 바닥에 앉아 기다리는데 기다리던 비행기는 다시 새벽 4시 30분에 올 예정이라고 대사관직원이 말을 한다.

“참으로 힘들구나. 리비아 나가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저절로 탄식이 나왔다. 새벽3시 30분경 수속을 시작한다고 짐을 부치는 카운터로 몰렸다. 이제는 가는가 보다 속으로 외치며 카운터앞에 다시 앉아 기다렸다.

웬걸, 카운터 수속을 할 직원이 오지를 않는 것이다. 또 리비아 직원이 오기까지 마냥 기다렸다. 언제 올지 기약이 없었다. 청사내부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고 잠을 못 잔 상태라 다들 신경이 날카로웠다.

청사에서는 금연이라고 표지판이 붙어 있는데도 여기저기서 담배를 피워대니 주변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기침을 하고 불편해 했다. 불쾌하기 짝이 없었지만 어쩌랴 피난길이 고난길인데…. 6시쯤 되자 리비아 직원이 나와서 짐을 부치고 이미그레이션(출국심사대)를 통과해서 비행기 탑승 대합실에 올라왔다.

7시30분쯤 비행기 탑승을 위해 공항버스를 탔다. 이제 정말 비행기를 타는구나 안도하면서 버스에서 내렸다. 정말 억세게 힘든 탈출이었더. 버스에서 내려 비행기 트랩을 오르는데 비행기 안에서 직원이 내려오더니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한 마디, 이 비행기가 아니란다…. 오 마이 갓!!!

공항버스기사가 정확히 어느 비행기인지 몰랐던 거다. 이게 리비아다. 이런게 탈출이라는건가?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어디론가 이리저리 헤매던 버스는 간신히 이집트항공 비행기를 찾았다. 이번엔 진짜겠지. 하면서 계단을 올랐다.

자리에 앉아서도 쉽게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활주로를 서서히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기우뚱하면서 대지를 박차고 상승한다. 정말 이제 탈출인가? 다시 돌아오라는 것은 아니겠지? 마지막까지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데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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