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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바다를 조망하는 '사하라의 진주' 리비아를 거쳐 코발트 블루의 아름다운 해변도시 아부다비, 그리고 유럽대륙의 남쪽 발칸반도까지. 파란과 곡절의 현대사가 담긴 지역을 누비는 한국의 싸나이가 전해주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동부와 남부 유럽의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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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아주 특별한 성탄이브

글쓴이 : 새벽강 날짜 : 2011-01-05 (수) 03:51:43

리비아의 성탄절 행사를 뒤늦게 전합니다. 인터넷이 잘 끊기는 통에 이제야 소식을 전하게 됐습니다. ^^

대우E&C가 건설하고 2011년 2월에 개관 예정인 메리어트호텔 대 연회장에서 재리비아 한인송년의 밤 행사가 있었습니다.

 

대형 호텔에서 한인의 밤 행사를 열어서인지 작년보다 많은 한인가족들이 모였습니다. 마치 소풍 앞 둔 아이처럼 우리 가족은 며칠 전부터 이날을 기다렸고 오후 4시쯤 일찌감치 행사장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에 내렸더니 대형 조명등이 천장에서 빛납니다. 갓 지은 호텔의 실내장식이 화려하고 멋지더군요.

 

대우가 정성껏 시공한 호텔은 현재 트리폴리 시내에서 영업중인 5성급 호텔 어느 곳보다 훌륭했습니다. 트리폴리엔 날이 갈수록 대형호텔이 늘고 있지만 분명 최고의 호텔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건물의 미관(美觀)이 정말 아름다운데 직육면체의 외형은 낮에는 연한 녹색빛을 띄며 지중해의 코발트 빛 바다와 어울리고 밤이면 오색의 서치라이트 빛이 호텔 벽면에 나타나 트리폴리의 밤을 밝힙니다.

행사가 열리는 호텔 대연회장 앞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곱게 차려 입은 남녀 도우미들이 환하게 미소로 반깁니다.

귀여운 어린아이들부터 공사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던 인부들까지 깨끗한 새 옷을 차려 입은채 저마다 즐거운 표정으로 차례차례 입장했습니다.

이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처럼 춥지도 않고 눈도 안 내리며 거리에 캐롤송 하나 들리지 않는 조용한 이브이지만 호텔의 내부는 서울 여느 송년의 밤과도 다름 없었지요. 대형화면에 비치는 대한민국 걸 그룹의 댄스와 노랫소리는 한국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식순에 따라 1부 국민의례, 한인회장의 인사말,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의 인사말에 이어 2부 만찬을 가졌습니다. 늘 뷔페에 가면 본전도 못 찾고 돈만 아까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가곤 했는데 오늘은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시를 들고 줄을 섰습니다.

한참을 기다려서 연어훈제 몇 점과 각종 야채와 해물로 볶은 밥을 얹고 평소에 먹기 힘든 회까지 담아 왔습니다. 이날 모인 많은 한인들이 각자 뷔페음식을 자리에 가져와서 평소 만나지 못한 친구와 직장 동료, 다른 가족들과 대화하며 즐긴 식사시간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3부순서로 장기자랑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리비아 한글학교 학생들의 합창과 율동으로 막을 열었습니다. 주말마다 열리는 한글학교는 정부가 지원하고 자원 봉사하시는 선생님의 수고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한글수업, 고학년 아이들을 위한 수학, 논술 등 수업을 하면서 특별활동으로 이번 행사를 위해 한달간 주말 내내 단체로 모여서 연습한 합창과 합주, 율동 등을 선보였습니다.

 

키 순으로 서서 도레미 송을 부르며 춤을 추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은 흐뭇한 미소와 박수를 보냅니다. 이어서 건설회사를 비롯한 사업체 대표로 출전한 끼가 있는 한인들이 차례로 나와서 춤과 노래, 연주 실력을 뽐내는 시간들이 이어졌구요.

숨겨둔 솜씨를 뽐낼 때마다 같은 회사 동료와 가족들의 환호(歡呼)와 응원소리가 대형 연회장을 메아리 쳤습니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면서 지난날의 아스라한 기억을 되새기는 중년의 동포들.

하얀 털모자를 눌러 쓴 젊은 청년이 나와서 노래 부를 땐 자중하던(?)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 나서 “오빠~”를 연호하며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그 동안 부르지 못했던 한국의 가요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연회장은 어느덧 대형 노래방으로 변했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노래를 좋아하고 잘 부르며 흥이 많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더군요. 아, 대상은 누가 받았냐구요? 캐논변주곡을 드럼으로 연주한 초등학교 6학년생에게 영광이 돌아갔습니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하이라이트입니다. 바로 행운권 추첨이지요. ^^ 모두들 입장할 때 받아온 행운권을 바라보면서 부디 자신의 번호가 불려지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나 씩 하나 씩 당첨번호가 호명되면 행운의 주인공들은 기쁨에 겨워 소리치며 달려나가고 근소한 번호차로 낙점되지 않은 사람들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대형 카펫부터 MP3플레이어, 몰타 왕복 항공권, 디지털 카메라, 외장하드, 최신 휴대폰까지 정말 많은 상품들이 준비됐더군요.

하지만 우리 가족은 그 많은 상품 가운데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한인회에서 준비한 타월 1장씩을 받았을 뿐입니다. 올 해는 뭔가 하나 건질 수 있나 했더니 역시나 빈 손입니다. ^^

아쉽지만 또다시 내년을 기약해야지요. 다같이 ‘고향의 노래’를 제창(齊唱)하면서 재 리비아 한인의 밤 행사는 저물어가는 2010년과 함께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채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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