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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꿈은 축구선수였지만 정작 배구선수를 하고 만, 당근 기자노릇은 축구였으되 야구 육상 사격 역도 배드민턴 농구를 섭렵하다 방송영화계를 출입하며 연예와 씨름한 방랑의 취재인생. 전직 스포츠신문 기자가 전하는 스포츠와 연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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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표팀이 역대최강멤버라고? <1>

글쓴이 : 로빈 날짜 : 2024-01-22 (월) 22:06:46

86멕시코월드컵멤버를 소환한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과연 현재 축구대표팀이 역대 최강 멤버일까? 아시안컵에서 64년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대표팀을 놓고 역대 최강 멤버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아니올시다. 적어도 70년부터 반세기가 넘는 동안 A대표팀의 활약상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때문이다.

 

한국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최초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때는 1970년이다. 당시 아시아에선 메르데카(말레이시아)와 킹스컵(태국)이 양대 대회였다. 대표팀 경기를 온 국민이 라디오 생중계로 청취하던 시절이었다. 1970년 대표팀은 청룡(1) 백호(2)로 나뉘어 관리됐다. 1진 청룡이 메르데카와 킹스컵을 석권하고 김포공항에서 시청까지 카퍼레이드가 TV로 중계되었는데 수많은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오색종이가 휘날리던 풍경이 떠오른다. 그해 12월 대표팀은 태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버마와 함께 공동우승도 차지했다. 그전까지 세차례 준우승을 하고 최초의 아시안게임 제패였다. 버마는 70년대초까지만 해도 한국에 못지 않은 전력을 자랑했다.

 

70년의 여세(餘勢)를 몰아 이듬해 박스컵 국제축구대회가 창설되었다. 당시 대통령 박정희의 성을 딴 것이었다. 한국에선 박스컵을 아시아 3대 국제대회로 자랑했지만 박정희의 독재를 경멸한 일부 서구팀이 참가를 거부하는 등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1976년 박스컵 개막전은 차범근의 전설적인 활약으로 지금도 소환되는 명경기다. 한국은 그날 지독히도 경기가 안풀려 말레이시아에 1-4로 끌려갔다. 최악의 망신이 우려되던 종료 7분전 차범근의 신들린 플레이가 시작됐다. 5분간 홀로 3골을 작렬한 것이다. 국제대회에서 해트트릭을 5분사이에 해낸 것은 아마도 차범근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결국 경기는 4-4로 끝났지만 마치 대승을 거둔 것처럼 관중이나 TV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넋이 나간듯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걸어나왔다.

 

1970년 청룡은 주장 정병탁을 위시해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 이회택, 박이천 박수일 정강지 이차만 무적 풀백듀오 김호 김정남 골키퍼 이세연이 주전이었다. 불세출의 스타 차범근이 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경신고 3학년이던 1972년이다. 만일 차범근(1953년생)이 이회택(1946년생)과 김호(1944년생) 김정남(1943년생)과 전성기를 함께 했다면 1970년의 청룡을 역대 최강 Top2로 꼽았을 것이다.


한국축구의 황금세대는 1986년 멤버다. FW 차범근(53년생) 최순호(61년생) 김주성(66년생) 변병주(61년생) MF 허정무(54년생) 조광래(54년생) 박창선(54년생) 이태호(61년생) DF 조영증(54년생) 정용환(61년생) 박경훈(61년생) 조민국(63년생) GK 조병득(58년생) 등 면면이 정말 화려했다.

 

이들이 바로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의 한을 풀어준 것이다. 본선에선 어떠했나. 86멕시코월드컵에서 한국은 같은 조에 전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 축구천재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끈 아르헨티나, 그리고 동구강호 불가리아가 있었다.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아르헨티나를 맞아 비록 3-1로 지긴 했으나 마라도나를 무득점으로 막았고 불가리아와는 1-1로 비겼다. 이탈리아와의 마지막 경기는 90분간 호각(互角)을 이루었으나 자책골로 아깝게 3-2로 패하고 말았다.


유럽에서 차붐 신드롬을 일으킨 차범근과 네덜란드에서 맹활약을 펼친 허정무를 필두로 최순호 김주성 정용환 박경훈 이태호 등이 한창 물 오른 시절이었다. 아쉽다면 차범근 허정무 조광래 박창선 조영증 등 베테랑들이 30대 초반으로 전성기가 살짝 지난 후였다는 것이다. 그 점을 고려하면 4년 앞선 82스페인월드컵이야말로 역대 최강이 가능했다. 차범근 허정무가 절정이고 최순호 또래가 이강인 나이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차범근 허정무는 유럽에서 활약중이라 월드컵 예선리그에 뛸 수 없었다. 결국 오일달러를 앞세운 쿠웨이트에게 편파판정으로 본선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40대 이하의 축구팬들은 70~80년대 대표팀 경기를 못보았으니 월드컵4강의 영광을 차지한 안정환 황선홍 박지성 이영표 홍명보 송종국 이운재의 2002년 멤버와 현재의 대표팀을 역대 최강으로 꼽을지도 모른다. 2002년 대표팀은 걸출한 천재는 없었지만 명장 히딩크가 고른 기량의 선수들을 잘 조련한 팀이었다. 조직력과 세밀한 패스의 현 일본대표팀과 유사했다. 2024멤버는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등 간판선수들의 경험과 기량은 출중한 반면 나머지 선수들은 편차가 심하다. 내 결론은 역대 최강은 1986대표팀, 두번째가 2002대표팀. 세번째가 2024대표팀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2024대표팀을 으뜸으로 꼽는 것은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이 유럽의 Top 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수많은 미디어들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실시간으로 다뤄주기 때문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선수들은 해외진출 자체가 너무나 힘들었다. 천하의 차범근도 국민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병역(공군)을 필()하고 우리 나이로 스물여덟에 분데스리가에 진출할 수 있었다. 만일 차범근이 지금처럼 10대에 유럽에 진출했다면 필경 깨기 힘든 전설의 기록들을 세웠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의 요한 크루이프로 불리며 80년대를 풍미(風靡)한 최순호 역시 병역의 걸림돌만 아니었다면 박지성과 손흥민에 버금가는 활약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유망주 시절부터 해외진출이 가능하고 선진구단에서 체계적인 훈련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야말로 복받은 세대다. 안타까운 것은 과거보다 쉽고 다양한 경로로 스타덤에 올라서인지 치열함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아시안컵 대표팀이 예선리그에서 기대 이하의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조규성 등 일부 선수들은 비난의 융단폭격(絨緞爆擊)을 맞고 있다. 저조한 플레이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정신력이다. 축구에 진심을 다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과 재능이 안따를 수는 있다. 그러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치열한 승부근성은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라면 반드시 보여줘야 하는 미덕이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여건에서 뛰는 대표선수들이 불굴의 정신력을 장착하여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이루기 바란다. 나아가 실력과 투혼을 갖춘 선수들로 팀을 재정비해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역대 최고의 대표팀이라는 상찬(賞讚)을 저절로 받게 되지 않을까.

 

* 2024 아시안컵 칼럼 특별연재

 

<1> 현 대표팀이 역대 최강 멤버라고?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robin&wr_id=132

 

<2> 축구 말련(馬聯)징크스 아시나요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robin&wr_id=133

 

<3> 클린스만과 한국인 감독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robin&wr_id=134

 

<4> 논두렁축구 떡잔디구장의 추억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robin&wr_id=135

 

<5> 선수들은 죄가 없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robin&wr_id=136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ro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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