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한인동포 여러분? 혹시 여러분은 이 할머니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시나요?
이 할머니는 미국의 한 주립 도서관에 비치된 한국어 도서를 200권에서 2만 권으로 확장(擴張)시킨 분입니다.
저는 2014년 10월에 하와이한국일보 초청으로 하와이 대학교와 하와이 동포 분들에게 반크의 한국 바로 알리기 활동과 한국 역사에 대해 특강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는 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우연히 하와이에서 강의 나가는 길에 들었고,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이 할머니는 엄청난 매출을 올려 성공적인 기업을 경영하는 한인 CEO, 한인 정치 지도자 이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인 영웅입니다. 저는 전 세계 한인 방송에 종사하는 방송 기자분이라면 이 할머니처럼 보이지 않게 묵묵히 한국 홍보에 앞장선 분을 해외 곳곳에서 찾고, 발굴하는 일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만난 영웅인 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말하고자 합니다.
이 할머니는 1996년 하와이 주 정부가 예산이 부족해 더 이상 한국어로 된 도서를 구입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신문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할머니는 이 소식을 듣고 너무 분노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와이 주 정부가 소수민족인 한인동포를 무시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한국인이라는 애국심보다는 소수민족이라서 무시당하는 것이 싫었다고 합니다. 주 정부에 찾아가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했지요.
“왜 한국어 도서구입을 중단합니까!”
주 정부 공무원은 말합니다.
“소수민족을 위한 주 정부의 예산이 부족합니다. 또 한국어 도서를 도서관에 비치해도 그 누구도 한국어로 된 책을 대출하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분노하며 말합니다.
“그럼 소수민족이니까 주 정부에 세금을 안 내도 되겠네요. 소수민족도 주 정부에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 왜 소수민족을 위한 예산 지원을 안 하는 거죠? 그리고 도서관에 한국어 도서를 그 누구도 대출 안 한다고요? 혹시 한번이라도 도서관에 있는 한국어 책을 본 적이 있나요? 내가 한 권 보여주리다. 이 책 보이나요? 책이 하도 오래돼서 곰팡이가 슬었습니다. 이런 곰팡이 핀 책을 누가 대출합니까!”
할머니의 항의에도 주 정부가 난색(難色)을 표하자 결국 그는 자신이 주 정부를 대신해서 돈을 후원할 테니 한국어 도서를 구입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합니다. 그렇게 얼마의 예산을 후원했는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1만 원이면 한국어 도서 한 권을 구입할 수 있음에도 주 정부는 미국 현지 도매상을 통해 1권당 4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할머니는 참다못해 자신이 직접 하와이 주 정부 공무원을 대신해 원가에 도서를 구입하겠다고 선포합니다.
그리곤 한국의 대형서점에 직접 연락해 자신의 후원한 예산으로 무려 710권의 도서를 직접 한국에서 원가에 구입합니다. 또 항공사를 설득해 도서의 항공물류 비용도 무료로 해결해 냅니다. 이런 할머니의 추진력과 실행력에 하와이 주 정부 공무원은 그녀에게 ‘불독’이란 별명을 붙입니다. 한 번 물면 결코 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행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구입한 710권의 책을 도서관에 진열(陳列)하기 위해서는 전문 사서가 필요한데 주 정부가 예산 부족으로 책을 방치하자, 그녀는 사서 역할을 할 자원봉사자를 모아 곧 710권의 한국어 도서를 사서 없이 거뜬히 도서관에 배치하는 데 성공합니다.
할머니는 1997년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어 책을 구입한 후 도서관 내의 한국어 도서 코너를 운영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합니다. 그리고 하와이한국일보 등 한인 언론사와 함께 각종 모금활동을 벌여 꾸준하게 한국어 도서를 구입하고 도서관에 진열을 합니다. 2005년에 할머니는 자신과 꿈을 함께하는 자원봉사자와 더불어 ‘한국도서재단’을 설립한 뒤 하와이 주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항의와 설득을 병행(竝行)해 한국어 도서에 대한 구입 예산을 당당히 얻게 됩니다.
또한 하와이 한인, 한국 정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추진해 매년 약 3만 달러의 예산을 확보하고 1천500여 권의 한국어 도서를 구입하는 기적을 이뤄냅니다. 이런 할머니의 노력과 하와이 한인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1996년 200권에 불과하던 이 도서관의 한국어 도서는 2014년 현재 무려 2만 권을 돌파하게 돼 미국 내 주립 도서관 가운데 가장 많은 한국어 도서를 보유하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반면에 1996년에 엄청난 도서 수를 자랑하던 일본어 도서와 중국어 도서는 이제 2만 권에 달하는 한국어 도서의 위용에 밀려 각각 200권에 불과하게 됐습니다. 200권을 2만 권으로 바꾼 기적의 주인공이 된 할머니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0년 7월 할머니는 의사로부터 폐암 말기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됩니다. 의사는 길어야 3개월이라며 할머니에게 이제 삶을 정리하라고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말기 암조차 그녀의 꿈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암 투병 중 자신의 재산 1만 달러를 한국 도서 구입 기금으로 사용한다는 유서를 작성해 한국도서재단에 전하고 이사장으로서 더욱더 적극적으로 활동합니다. 할머니는 도서관에서 저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반크 청년들을 직접 안내하며 말했습니다.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이 영토를 확장했던 것처럼, 이곳 도서관에 서서히 우리 한국의 문화 영토가 확장되고 있단다. 1996년도에 한국어 도서에 곰팡이가 피도록 책을 방치하고 소수민족이라고 관련 도서 구입을 중단했던 주 정부가 이제 한국어 도서 예산을 매년 확보하고, 심지어 주 정부 예산으로 한국어 도서 전담 직원까지 채용하게 됐지. 200권에 불과하던 한국어 도서가 이제 2만 권을 돌파했고, 매년 7만여 권의 도서 대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단다. 도서를 빌려가는 사람은 한인동포뿐만 아니란다. 한류의 영향으로 외국인들도 빌려가고 있단다.
내 나이 70이 넘었지만 나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단다. 이곳 도서관의 한국어 도서가 2만 권을 넘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해. 무엇보다 도서관 공간의 한계가 크단다.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전자책(e-book)이지. 도서관에 한국어 전자책을 구비해서 앞으론 수만 권, 수십만 권을 비치(備置)할 수 있게 됐단다.”
저는 물었습니다.
“할머니 마지막으로 반크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나요?”
할머니는 반크 청년들이 선물한 ‘반크의 대한민국 꿈 지도’를 도서관에 걸며 말했습니다.
“나는 반크 청년들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당당히 살면 좋겠어! 나는 특별한 애국심으로 이 일을 하지 않았어. 그냥 주 정부가 한국어 도서를 무시하고, 소수민족이라 한국인을 무시하는 것에 분노했지. 사실 난 책을 좋아했거든. 반크 청년들도 그랬으면 좋겠어. 반크 청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정의심을 가지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이 사는 것,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할머니를 통해 이 도서관은 미국 주 정부 차원에서 한국어 도서를 세금으로 구입하는 제도를 갖춘 유일한 주립 도서관이 됐고, 미국 내 주립 도서관으로는 최초로 한국어 전자책 시스템이 구축됐습니다.
이 할머니가 한국도서재단 문숙기 이사장님이시고 그가 200권에서 2만 권의 기적을 이룬 도서관은 바로 하와이 주립 맥컬리도서관입니다.
한인 동포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여러분 또한 전 세계 곳곳의 도서관에 일본어 도서와 중국어 도서에 비해 한국어 도서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사실에 안타까웠던 적이 있으신가요?
문숙기 할머니의 꿈으로 200권에 불과한 한국어 도서가 2만 권이 된 것처럼 여러분의 방송과 기사로 전 세계 모든 도서관에 한국어 도서가 배치되는 그 날이 올 것입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12만 청소년과 청년들도 이 할머니처럼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역사를 알려나가는 숨은 영웅들을 발견하는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우리들의 노력으로 세계 곳곳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널리 알려지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 하와이 한인 동포, 문숙기 할머니의 꿈 >
http://youtu.be/eXpKcfWusaU?list=UU8ntMZ29Ii4OfZnDmJaSUp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