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서성은 요동

황하라는 하천을 기준하여 ‘황하의 동쪽’이라는 뜻으로 산서성을 하동(河東)이라 불렸던 것처럼, 요수(遼水)라는 하천으로 인하여 요동(遼東)이란 고유명사가 나타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요동(遼東)이란 ‘요(遼)가 있는 동쪽’ 혹은 ‘요(遼)의 동쪽’을 뜻한다. 그렇다면 요(遼)라는 글자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알면 요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설문해자>에서 허신(許愼)은 요(遼)를 ‘멀다’는 뜻으로 풀이하였다. 어디에서부터 어느 곳까지가 ‘멀다’인지 애매모호한 뜻풀이이다. 설득력이 없는 해설로 보인다.
한자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각 글자마다 독특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요(遼)’는 ‘큰 샘들이 있는 땅’이란 의미를 갖는 글자다. 샘이란 땅에서 솟아나는 물이다. 말하자면 한곳에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흘러가는 물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한서/지리지>에 의하면, 유주(幽州)에 있는 7개의 군(郡) 가운데 상곡군(上谷郡)을 제외한 6군 속에서, 요서군(遼西郡)에만 48개의 작은 물이 있어 함께 3,046리를 흐르고, 요동군(遼東郡)에는 대요수(大遼水)가 1,250리를 흐르며, 현토군(玄菟郡)에는 마자수(馬訾水)가 2,100리 흘러가고, 낙랑군(樂浪郡)에는 열수(列水)가 820리를, 우북평(右北平郡)에는 경수(浭水)가 650리를, 어양군(漁陽郡)에는 고수(沽水)가 750리를 흘러, 이물을 모두 합치면 8,616리를 흐르는 엄청난 샘물과 같은 것으로, 요(遼)라는 글자의 뜻과 일맥상통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 물이 모두 산서성에 위치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산서성이 요(遼)라는 글자를 지니게 된 이유로 여겨진다.
당나라의 지리지인 <원화군현도지>에서
“요산현은 개원시기에 2,190호였다. ...본래 한나라 때 열씨현 땅이었고 후한 때에는 여기에 양아현을 두고 상당군에 속하게 하였다. 진(晉)나라 때에는 요양현(轑陽縣)으로 고치고 낙평군에 소속시켰다. 후위 영제 때 요양(遼陽)으로 고쳤다. 수나라 개황 16년에 요산현으로 고쳤는데 현의 서북에 요산(遼山)이 있어 [요산현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요산현은 열씨현, 양아현, 요양현, 요양 등으로 달리 부르다가 수나라 때 요산현으로 고쳤는데 현(요산현)의 서북에 요산(遼山)이 있어 [요산현]이라 이름 지은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자연지형인 요산 때문에 요산현이란 이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요산현을 요양(遼陽)이라고도 불렸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한국사학계의 통설은 요양이 요녕성에 있는 오늘날의 요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양에서 남서쪽으로 직선거리 약 190리에 요양(遼陽)이란 지명이 있다. 요녕성의 심양 남서쪽 190리에 있는 요양은 앞의 인용문에서 기술한 그 요양이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요녕성에 요산이나 요산현이 위치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요산현이 오늘날의 산서성에 위치한다고 <중국고금지명대사전>이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화군현도지>가 기술하고 있는 요양(遼陽)과 요산(遼山)은 산서성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내용을 종합하면 “큰 샘들이 있는 땅”의 의미인 ‘요(遼)’란 글자가 들어간 ‘대요수’, ‘요산(遼山)’, ‘요산현(遼山縣)’, ‘요주(遼州)’란 지명들이 모두 산서성(山西省)에만 위치한다로 요약된다. ‘요(遼)가 있는 동쪽’의 의미로 산서성이 요동(遼東)임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설득력 있는 논리로 이해된다. 따라서 기주가 산서성이고 산서성이 하동이며 하동이 요동이고 요동이 고구려라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성립되는 것이다. <한서/지리지>에서 기술하고 있는 7개 군(郡)과 그곳에서 8,616리를 흐르는 물이 위치한다는 유주를 아래 <그림 4>에서 가늠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www.coreanhistory.com 으로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태영의 한민족참역사’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