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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동의 통일 고리-Gori
인공관절수술 전문 정형외과 의사, 수필가. 평양의대병원에 수술법 전수, 6.15 해외측 공동위원장으로 조국통일 위한 사회활동, 저서로 <꼬레아Corea , 코리아 Korea>,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 2011년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 통일국호 ‘고리-Gori’ 를 남과 북에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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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생 휴전선 장병위문공연(下)

아듀! DMZ
글쓴이 : 오인동 날짜 : 2021-07-27 (화) 11:12:48

아듀! DMZ

 

 

1229일 아침, 선도 찦차에 지도교수를, 20명의 위문단원들은 천막으로 뒤 칸을 덮은 야전군 트럭에 탔다. 악기, 녹음기와 무대의상들과 위문품은 뒤 따르는 트럭에 싣고. 차가운 대기를 뚫고 미아리 고개를 넘어 북으로 달렸다. 마치 고등학생 수학여행 같은 기분으로 노래 부르며 위문단원들과 함께 군가 가사를 외울겸 '연대가''진짜 사나이'를 씩씩하게 되풀이해 불러제꼈다.

 

계속 북으로 올라가니 기온이 더 떨어졌고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서는 차가 몹시 흔들리고 몸은 얼어만 왔다. 노래하던 단원들의 입은 다물어졌고 담요로 덮고, 쓰고 발도 굴러봤지만 몸은 얼어 오기만 했다. 군대버스가 아닌 트럭에 여학생들을 태우고 북방으로 몇 시간을 달려가겠다고 한 것 자체가 내 잘못이었다. 위문은 커녕, 이러다간 부대 도착 전에 모두 얼어 죽을 것 같았다. 나는 선도차에 연락해 차량을 모두 세웠다.


트럭바닥에 깔았던 가마니를 도로 옆 밭 위에 펄쳐놓고 운전병이 솜씨좋게 디젤기름을 빼서가마니 위에 붓고 불을 붙였다. 타오르는 불길 주위로 모두들 바짝 다가가 언 몸을 녹였다. 따스한 기운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는 다시 북으로 강원도를 넘어 휴전선을 향해 달렸다. 11시 좀 지나, 문혜리 5군단 군인극장에 도착해 출연자 준비실로 들어갔다. 장병들은 극장을 메웠고 사단본부에서 나온 군악대장 백 소령의 컴보밴드는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무대감독이 된 것처럼 무대 앞뒤를 달리며 진행을 도왔다. 갑작스런 휴전선의 상황변화로 연대장님은 DMZ로 나가셨다고 했다. 부연대장이 위문단에 환영사를 했고 눈웃음 띈 지 회장이 답사를 하고 병사들 위해 준비해온 위문품 서류와 장교들에게는 이화여대의 교표가 인쇄된 손수건 상자를 건넸다. 그동안 분장을 마치고 무대의상으로 바꿔입은 그녀들은 얼마 전, 추워 떨던 여대생이 아니라 모두들 아름다운 기성 배우요 가수들로 변했다.


군악대의 반주로 지은희 위문단장이 씩씩하게 하낫, 둘 셋의 구령에 따라 전 위문단원이 '선조 단군을 빛나게 하는 으로 시작하는 <23연대가>로 막은 올랐다. 이 여대생들이 어떻게 우리 연대가를 아는가 하고 장병들이 어리둥절해 하더니 2절부터는 위문단장의 지휘에 따라 장병이 모두 일어서서 함께 노래했다. 무대위 위문단원들과 극장 안 병사들의 열기는 시작부터 화끈해 졌다. 크리스마스 캐롤, 민요, 희극적 가사로 바꿔 부르는 대중가요, 고전무용, 4중창, 그리고 연극의 순서로 프로는 진행되었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학생회 지 회장이 무대에 나와 느닷없이,

 

"여러분! 지금부터 여러분들 중에서 10명을 뽑겠습니다. 행운의 당첨자들에게는 다음 주부터 10일간의 휴가가 주어질 겁니다. 그러나.... 그러 ?//?? ...." 와아- , 와아- !” 극장이 떠나갈듯한 함성에 지 단장의 목소리는 묻혀버리고 말았다. 부연대장은 멍했고 나는 더 놀랐다.

 

이건 각본에 없는 일이다. 환호하는 병사들을 진정시키고 지 단장은

이것은 미리 계획된 일이 아니어서 연대장님은 모르십니다. 다만 우리가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선물입니다." 들떴던 병사들의 흥분이 잠시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나 지 회장은 더 큰소리로,

"부하를 사랑하시는 연대장님께서는 저희들의 제의를 꼭 들어 주실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오며 장내가 시끌벅적해 졌다. 벙벙하게 무대에 오른 부 연대장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었지만 어쩔 수 없어 우선 허가한다고 하니 장내는 다시 물 끓듯 소란해 졌다. 행운의 병사들이 단원들의 손으로 뽑혀 무대 위에 오르면 단원과 뽑힌 병사는 축하와 감사의 악수를 교환했다.

 

공연은 다시 계속되었고 사회자가 노래 부를 병사는 무대에 올라오라 하니 한꺼번에 여럿이 무대 위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병사들의 유행가를 따라 위문단원과 함께 노래했다. 여자가 남자역까지 한 단막희극을 끝으로 위문단원과 병사들이 함께 부르는 군가 진짜 사나이합창에 공연의 막은 내리기 시작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전투와 전투 속에 .. "

 

연대 장교식당에서 그녀들은 생전 처음 먹어보는 군대식사를 했다. 그리고 DMZ 경비로 극장에 못 온 병사들을 현지에서 위문하기 위해 위문단 전원을 싣고 갈 차량이 없어 절반의 단원만이 찦차와 의무대 중형구급차에 탔다. 지난 가을, 형식적 검열 뒤의 허탈감에 운전병을 제치고 구급 찦차를 혼자 몰고 달렸던 새나라 들판은 눈속에 잠긴채 더 춥기만 했다. 더 북으로 달려 DMZ 휴전선으로 올라갔다. 남방 한계선 목책선 곁에 짙은 색안경을 끼고 검은 가죽장갑에 은색 지휘봉을 든 이삼희 대령이 단원들을 맞이했다.

 

그는 건너편 북 인민군경비초소를 가리키며 이곳의 지형과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곳곳에 세워 논 망원경으로 단원들이 북쪽을 들여다 보다가 인민군 병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멈칫 놀라 뒤로 물러서서, 철조망을 만지며 감회(感懷)에 젖기도 했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남과 북이 갈라져 동족끼리 반목하며 서로 두려워 하고있는 1953년의 정전경계선이다.

 

위문단원들은 두툼한 방한복장에 총을 거머쥔 경비병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지하벙커에 모인 병사들에게 빵과 위문품을 나눠주고 장병들 앞에서 흥겨운 노래로 그들을 격려했다. 차가운 해가 서산 마루에 질 무렵 우리는 연대장을 선두로 꽁꽁 얼어붙은 한탄강을 건너 남으로 연대본부로 향했다.

 

위문단원들은 연대장실 난로를 둘러싸고 몸을 녹였다. 지 단장은 이 연대장님에게 휴가자를 선발한 경위를 설명하고 허락을 청했다. 이 여대생에게 어찌 저렇게 기발하고 담대한 착상이 떠올랐는지 놀랄뿐이었다. 참석자들의 시선이 모두 이삼희 대령에 쏠렸다. 생각에 잠겼던 연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오늘 여러분은 가장 적절한 때, 가장 필요한 대상에, 가장 큰 위문을 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위문단장에게 1일 명예연대장의 권한을 부여합니다! "

 

위문단원과 대대장 모두가 박수로 환호했다. 이연대장은 3사단장의 감사장을 위문단에 전했다. 그리고, 이화여대의 휴전선경비장병위문은 백골사단 전체의 부러움이 되었고 23 연대에는 영광이었다고 했다.

 


이삼희 23연대장과 장교들이 위문단과 함께 했다


지은희 회장과 장경희 부회장은 큰 벽거울을 연대장실에 선물했다.

"축 발전 23연대. 이화여대 장병위문단 19671229"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단원들이 노래 몇 곡을 불렀다. 이번엔 나보고 노래하라는 단원들의 성화에 답해,

"이 춥고 황량한 야전지로 여러분을 유혹해 온 저를 용서하십시오. 여러분을 맞은 이곳 장병들은 전에 없던 큰 기쁨을 누렸습니다. 휴전선부대를 찾아온 여러분도 긍지와 보람을 느꼈을 줄로 압니다. 여러분들이 들려 준 노래, 보여준 춤들은 병사들의 가슴에 따뜻한 체온으로 오래 ~오래 간직될 것입니다."

 

석별(惜別)의 시간이 됐다. 지 단장이 일어나며 이 연대장의 손을 잡고 올드랭사인 노래를 선창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손에 손 잡고, ".... , 오늘은 떠나지만 내년에 또다시, 안녕히 안녕히, 이십 삼 연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오인동의 고리-Gori’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o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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