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로 청명절 휴일이라고 합니다. 4월 5일 청명(淸明)이라 함은 24절기의 하나로 춘분(
春分)과 곡우(
穀雨)사이에 있는 날인데, 다른 말로는 한식(寒食)이라고도 하지요. 바로 조상을 기리는 날입니다.
본래 4월 5일 화요일이 청명절인데 일요일과 월요일까지 사흘간 연휴라고 하는군요. 그래서 시내에 차들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30분 거리가 3시간도 족히 걸릴만큼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4일 월요일부터 사흘간 제가 묵을 호텔입니다. Swissotel 이라는 곳인데 북경에선 나름 유명한 호텔이라고 하는군요. 좀 오래되긴 했지만 한때는 북경 최고의 호텔이라는 명성을 누렸다고 합니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점심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인근에 커다란 스타디움이 있었습니다. 공인체육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미처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만 이곳을 지나치기 직전에 팝의 레전드 밥 딜란의 공연을 안내하는 대형 간판이 붙어 있어 시선을 끌었습니다.
아직도 베이징 시내엔 무궤도 전차가 다니는 모양입니다. 공중에 레일이 깔린 듯 하네요.^^
서울의 아파트 공사장 현장을 방불케 합니다.
올림픽을 전후로 많은 개발이 있었지만 북경은 여전히 진화를 거듭하며 외양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을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들어가다 키친의 상징마크가 우스워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중국 식당에 이런 서양스런(?) 캐릭터가 어쩐지 갓쓰고 넥타이를 맨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지금 따라주는 술은 저 유명한 마오타이주입니다. 이날 점심을 준비한 분들이 따로 가져온 것인데, 알콜도수는 48도로 높지만 향이 너무 좋고 뒤끝도 전혀 없는 고급술로 잘 알려졌지요. 덕분에 대낮부터 술을 마셔야 했습니다. 뉴욕을 기준하면 한밤중이라고 자위하면서..^^
사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하고 온건데, 네사람 식사에 음식을 열한가지나 시켜서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시키냐고 하자, "이게 간단한겁니다"라는 답이 돌아오니 그럼 복잡하면 얼마나 상다리가 휘어질까 궁금해지더군요.
왼쪽은 저의 동반자인 데이빗 정 US아시안아메리칸 사법재단 명예회장이구요. 오른쪽은 이날 자리를 마련해 준 이학천 선생입니다.
점심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이학천 선생이 요즘 일본 원전 사태로 북경도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고 말을 해주더군요. 일부 방사능 물질 수치는 동경보다 높아서 북경 사람들도 바깥출입을 꺼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날 초여름을 방불케할만큼 날씨가 좋았습니다만 그런 말을 들으니 나가기가 좀 그렇더군요.
거리의 청소부 역시 우리네와 다를 게 없어서 공연히 정겨워 보입니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아 있던 데이빗 정 회장이 갑자기 "어? 저기 뉴저지 차가 있네요!" 합니다. 깜짝놀라 봤더니 정말..^^
N하고 J가 붙어 있으니 정말 뉴저지(NJ) 플레이트 같습니다. ^^ 경은 북경의 '경'을 말하구요.
덕분에 파안대소하며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북경엔 지금 새 자동차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군요. 차를 사기가 어렵다는게 아니라, 번호판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학천 선생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북경 일원에 자동차가 어마어마하게 늘어 요즘엔 번호판을 로또처럼 추첨을 한다는겁니다.
번호판 추첨에서 떨어지면 차를 사더라도 운행을 못하는거죠. 어떤 사람은 일년째 미역국을 먹기도 한다는데 최근 경쟁률이 무려 22대1 이었답니다. 번호판 추첨에서 당첨되면 명문대학 합격한 기분이 들 판국입니다.
문득 이런 대화를 상상해봤습니다. 홍수환 버전입니다. ^^
"엄마 나 번호판 먹었어!"
"그래 중화인민 만세다!"
<3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