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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창현의 뉴욕 편지
가슴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중견기자의 편지. 1988년 Sports Seoul 공채1기로 언론입문,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2007-2010, 2012-2016), KRB 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장. 2006년 뉴아메리카미디어(NAM) 주최 ‘소수민족 퓰리처상’ 한국언론인 첫 수상, 2009년 US사법재단 선정 '올해의 기자상' CBS-TV 앵커 신디슈와 공동 수상. 현재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 편집인 겸 대표기자. 팟캐스트방송 ‘로창현의 뉴스로NY’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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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 조건반사적 토끼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2-02-11 (토) 12:09:39

“각하, 캄보디아에선 300만을 죽였는데 우리가 100만, 200만 명 못 죽이겠습니까?”

유신독재(維新獨裁)가 거의 광란의 지경에 이른 79년 10월, 경호실장 차지철이 박정희 앞에서 거침없이 말하는 것을 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는 훗날 법정에서 “내가 (거사를) 안 하면 틀림없이 부마항쟁(釜馬抗爭)이 5대도시로 확대돼서 4·19보다 더 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의 18년 독재가 끝이 나던 그 해는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혼돈(混沌)에 싸여 있었지요. 유신정권의 군사교육에 세뇌(洗腦)된 범생이 고교생이 교복을 벗고 나와 그간 교육받은 사실과 진실의 아득한 괴리(乖離)에 분노하고 갈등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무렵 대학가에선 신입생을 대상으로 운동권선배들의 ‘의식화 교육’이 암암리에 진행됐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폭압정치에 순치(馴致)된 학생들을 일깨우기 위한 일종의 역(逆)세뇌작업이었던 셈입니다.

당시의 의식화교육은 북한을 무분별하게 추종한 소위 주사파와는 맥을 달리 합니다. 80년 서울의 봄 시위때 캠퍼스마다 학생들이 모여서 연일 ‘전두환은 물러가라’를 외치면서 빠뜨리지 않은 마무리 구호가 ‘김일성은 오판말라’ 는 것이었으니까요.

이른바 금서(禁書)로 분류된 필수 독서목록이 있었는바, 라이트 밀즈의 <들어라 양키들아>, 박현채 등의 <해방전후사의 인식>, 김지하의 <오적>, 백기완의 <자주고름 입에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등이 생각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은 책은 금서중 최초로 읽었던 이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였습니다. (이영희 교수는 훗날 ‘이’가 아니라 ‘리’가 맞다고 리영희로 불러달라 했지요.)

 

www.ko.wikipedia.org

냉전논리(冷戰論理)가 모든 것의 우선이었던 60년대와 70년대 박정희 정권에 의해 온실속에서 곱게 길러진 스무살 청년은 당시 국제정치의 실상을 깨닫게 해준 선생의 저서에 망치로 한 대 맞은듯한 충격을 받습니다. 이어 <8억인과의 대화> <우상과 이성> 등 리영희 교수의 다른 책들을 탐독했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사상의 조건반사적 토끼로 전락하지 말라”던 선생의 일갈(一喝)입니다. 조건반사(條件反射)란 아다시피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가 개의 소화작용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정립한 이론입니다.

개에게 먹이를 주기전 종소리를 들려주는 실험을 반복하면 개는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는 것처럼 수십년간 남북이 분단되어 냉전논리에 길들여진 국민들은 중공 혹은 공산당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소름이 돋고 침략(侵略)과 야만(野蠻)의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문익환 목사가 생전에 한 글에서 ‘동무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순 우리말인 ‘동무’가 참으로 살갑고 좋은데 스스럼없이 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한 내용이었습니다. 동무를 북한에서 일상적으로 호칭하기에 자연스레 남한에서는 금기어가 된 것입니다.

길동무, 술동무, 말동무, 심지어 어린이 잡지인 <어깨동무>가 출간됨에도 ‘동무’만큼은 조건반사적 토끼인 남녘 사람들에겐 결코 쓸 수 없는 말이 된게지요. 남조선만 괴뢰인줄 알았더니 '북한괴뢰'라 하더라는, 북녘 동포들 역시 토끼굴에 갇혀있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로부터 30년이 더 지난 오늘날 한국사회는 여전히 조건반사적 토끼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물론, 극단적인 이분법의 논리가 횡행(橫行)하고 있습니다. 너희와 우리를 적군과 아군의 흑백논리(黑白論理)로 구분짓는 것입니다.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서로를 경원시합니다. 기실 한국의 진보와 보수는 그것이 출발한 역사적, 사회과학적 개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대통령이 강아지만도 못하다’고 여당 도지사가 뇌까릴만큼 인기와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MB정권이 자칭 ‘보수’입니다. 덕분에 보수는 ‘꽉막힌 수구꼴통’, ‘나쁜것’, 진보는 ‘정의의 기사’, ‘옳은 것’이라는 극한의 상반된 이미지가 각인되고, 정형화된 진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전향한 ‘회색인(灰色人)’으로 매도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분 구도는 요즘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해 그 속도와 파괴력이 가히 쓰나미급입니다. 취재는 안하고 트위터만 살피는지 온갖 뉴스메이커들의 트윗을 실시간 중계하기 바쁜 온오프라인 미디어들은 하루에도 여러번 온 국민을 가스불에 올린 양은냄비처럼 달아오르게 만듭니다.

근자에 활약상이 가장 눈부신(?) 트위터러는 작가 공지영입니다. 얼마전 김연아와 인순이가 종편에 출연했다고 “연아 안녕”, “개념없는 인순이”로 지칭, 요란을 떨게 했고 ‘나꼼수의 비키니 논쟁’을 촉발했습니다. 엊그제는 흥행대박 조짐을 보이는 윤종빈 감독의 신작 ‘범죄와의 전쟁’을 놓고 “TV조선이 투자했단 말에 급호감 하락”이라고 트윗을 날려 일부 네티즌들이 영화보이코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종편에 대한 반감(反感)이 있다손, 평론가와 팬들이 찬사를 보내는 영화를 TV조선이 부분투자했다는 이유로 ‘급호감 하락’이라고 깨방정을 떨다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분법의 맹신(盲信)이 어디 있습니까.

오죽하면 이현승 감독이 “TV조선이 부분 투자했다고 ‘범죄와의 전쟁’을 보이콧한 모 소설가의 소설책 종이를 수입하는 데 조선일보가 부분투자를 했다고 보지 말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개탄(慨歎)의 트윗을 남겼겠습니까.

이송희일 감독도 “‘범죄와의 전쟁’을 보지 않겠다는 분들. 4대강 광고를 했던 한겨레신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무턱대고 흑백논리로 이렇게 세상을 재단하면 언젠간 비판의 칼날이 자기 심장을 역공하기 마련”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상당수 트위플도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헤헤 공지영 논리라면 독립영화도 보면 안돼요. 해마다 영진위 제작지원작이 나오는데, MB정부에서 지원한 영화 왜보나요. 그때는 괜찮았던 노무현때 지원한 영화만 봐야죠. 방긋 :)”, “공지영 선생님은 윤종빈 감독을 매장시켰다. 4년만에 나오는 윤종빈 감독의 눈물과 열정이 담긴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한 예술가를 나락으로 쳐박아버린 선생님께 묻고 싶다. 선생님. 도가니는 어떠합니까? 도가니는 진보에서만 투자했답니까?”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로 사회를 개혁하는 훌륭한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공지영. 그러나 만사에 참견하며 감내놔라, 대추내놔라 하는 지나친 오지랍이 따놓은 점수를 까먹고 있습니다. 기왕이면 본때있게 TV토론에 나오든가, 일필휘지(一筆揮之)의 명문장을 과시할 일이지, 중고딩마냥 비아냥대는 트윗이 웬말인지요.

따라다니는 트윗의 팔로워가 무려 36만명이라는데 그럴수록 겸허히 베스트셀러 작가의 체통에 어울리는 언행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회적리더라기보다는 선정주의에 매몰된 여론몰이꾼, 이들의 즉흥적인 손가락질(트윗)을 호떡집불난듯 소개하는 저급한 상업미디어들. 그대들로 대한민국이 반목과 갈등으로 사분오열(四分五裂)하고 대립과 불신의 생채기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 요즘 말로 에효~ 통재(痛哉)라.

그러나 꿈엔들 잊지 마시라. 지나(중국) 대륙에 귀잡힌 처량한 토끼가 아니라 대륙을 향해 포효(咆哮)하는 웅혼한 호랑이가 우리의 한반도요, 그 안에 그대들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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